유럽, 미국, 호주 등이 먼저 도입
효과 두고 평가 기관마다 의견 분분
금지 강도, 시행 방식 다른 탓
초·중·고등학교 수업 중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이 내년부터 시행된다. 교내에서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하는 방식은 이탈리아, 프랑스, 미국, 호주 등 여러 선진국에서 먼저 도입했지만 그 효과에 대한 평가는 제각각이다. 청소년 디지털 중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아이들이 스스로 스마트폰 사용을 자제할 수 있도록 학교 안팎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오고 있다.
내년 새 학기부터 수업 중 스마트폰 사용 금지
지난달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학교 수업 중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내년 3월1일부터 초·중·고등학생은 수업 중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없고, 교육 및 긴급한 상황 대응 용도로만 예외적으로 사용이 허용된다. 이에 따라 각 학교는 관련 학칙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 각 학교는 필요시 수업 시간 외 교내 휴대전화 사용 전체를 제한할 수 있다.
수업 중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하는 것은 학생의 학업 성취도를 증진하고 디지털 매체 중독을 막기 위한 조치다. 법안을 발의한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 "학교라는 공간만큼은 알고리즘의 유혹, 과몰입의 파도에서 아이들을 떼어놓자는 것"이라며 "지금은 학생이 조금 실망하더라도 사회가 해야만 하는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유럽 등 먼저 도입…효과는 제각각
교내에서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하는 조치는 이미 여러 나라에서 시행 중이다. 유럽에서는 이탈리아가 2007년 첫발을 뗐고, 2018년에는 프랑스, 이후 네덜란드, 핀란드 등 유럽 전역으로 확산했다. 호주·미국에서는 주별로 수업 중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하는 학교가 늘고 있으며, 영국은 법으로 금지를 강제하지는 않았지만 자체적인 금지 조항을 마련한 학교가 90% 이상이다.
그러나 수업 중 스마트폰 사용 금지가 학생들에게 미친 영향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프랑스 정부는 2018년 스마트폰 사용 금지가 적용된 중학교에서 "사회적 상호작용 증가, 신체활동 증가, 디지털 괴롭힘 감소, 학생의 집중력 향상" 등 긍정적인 효과를 보였다고 밝혔다. 네덜란드에선 초·중학교 630곳을 대상으로 교직원 설문조사 결과 학생들의 집중력이 향상됐다는 응답이 75%에 달했다.
반면 지난 2월 영국 버밍엄대 연구진이 스마트폰 금지가 내려진 학교와 그렇지 않은 학교에 다니는 학생 1200여명을 대상으로 추적 조사한 결과, 학생들의 수면 및 운동 수준, 학업 성취도에는 큰 차이 없었다. 이 연구는 세계 3대 의학 저널 중 하나로 꼽히는 국제 학술지 '랜싯'에도 등재됐다.
"자율 규제 없는 교내 스마트폰 금지로는 부족"
전문가들은 국가별로 스마트폰 사용 금지의 '강도'가 제각각인 것을 효과에 대한 평가가 엇갈린 배경으로 지목한다. 스웨덴 스톡홀름대 연구진은 지난 5월 발표한 '금지를 넘어(Beyond the ban)'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주요국의 스마트폰 제한 조치들을 분석한 결과, 사용 금지 방식이 학교에 따라 달랐다고 지적했다. 스마트폰 소지 자체를 금지하는 학교, 등교 후 휴대폰을 거뒀다가 하교 때 돌려주는 학교, 수업 시간에만 사용 금지하는 학교 등 세부적 교칙이 천차만별이라는 것이다.
연구진은 스마트폰 금지와 관련한 교칙 강도를 '완전 금지', '중간 강도 금지', '교실 내 금지' 등 총 3단계로 나누고 효과를 분석한 결과 ▲금지 강도가 높고 ▲각 학교 교직원의 감시·감독이 제대로 이뤄져야만 기대했던 효과가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학교에 있는 내내 스마트폰과 학생을 철저히 분리하는 완전 금지 조차도 "실제로는 완벽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하교 이후 학생들의 스마트폰 사용 시간에 변화가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학생들이 스스로 스마트폰 사용을 자제하지 않는한 디지털 중독을 해결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안기희 스마트폰프리 운동본부 실장은 "예전에도 수업 중 학생들의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하는 시행령은 있었지만, 법적 근거가 없어 교육 현장에서 실질적인 조치를 하기 힘들었다"며 "이번 교육법 개정의 의의는 교사들이 수업 전 학생들의 스마트폰을 수거할 수 있는 명확한 지침이 마련됐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실장은 "다만 청소년의 디지털 중독을 진정으로 해소하려면, 교육 현장 바깥에서도 스마트폰 의존을 줄여야 할 것"이라며 "자택에서도 부모 주도로 하루 30분은 스마트폰을 꺼두는 시간을 정하는 등, 자율 규제를 유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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