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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는 '한국산' 싹 베껴 팔아버리네…'11조 피해' 중국 브로커들에 다 뺏긴다[짝퉁의 공습]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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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브랜드 위조품 시장 규모 11조…일자리 1.4만개 손실
지재권 허점 노린 중국 브로커
해외 상표 무단선점 의심 9520건
피해기업 6100곳, 5년새 6배 늘어

편집자주전 세계 짝퉁 시장 규모는 2000조원. 가짜 상품은 더 정교해지고, 유통은 더 대담해졌다. 고가의 명품 브랜드만 피해를 보는 것이 아니다. 소비자들이 가짜 상품에 침묵하는 사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 K-브랜드가 똑같이 복제 당하고 있다. 현지 브로커들에게 상표를 선점당해 시장 진입이 막히고, 막대한 소송비로 좌절하고 있다. 국경이 사라진 온라인 시장에서 단속과 모니터링 강화는 한계가 있다. 아시아경제는 코로나19 대유행을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한 가품 시장의 실태를 고발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킨 'K-브랜드'의 카피 상품을 막기 위한 대책을 모색했다.

#KT&G는 올해 초 인도 시장에 진출하는 과정에서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 인도에는 이미 'KT&G 인디아(India)' 법인이 존재했던 것이다. 해당 법인은 KT&G를 사칭해 가짜 담배를 현지 유통하고 있었다. KT&G는 가짜담배 정황이 포착된 델리 등 현장을 급습했는데, 당시 현장에서 발견된 위조담배 완제품은 2만갑에 달했다.


인도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담배 소비국이다. 인도의 일반궐련 담배 총 수요는 약 1300억 개비로, 이 중 불법위조 담배규모는 약 25%~30%(325억 개비~390억 개비) 수준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 일반궐련 총 수요의 약 70%에 해당하는 규모다. 높은 세금과 취약한 단속이 짝퉁 담배 시장을 키웠다.

전 세계 위조품 시장이 확대되면서 K 브랜드가 표적이 됐다. 그동안 가품은 고가의 명품을 베끼는데 집중했지만, 'K-문화'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면서 국내 브랜드를 모방한 위조품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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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업 지적재산권 침해 11조

10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한국기업의 지식재산권을 침해하는 위조상품 규모는 11조1000억원(97억달러·집계 당시 환율 기준)에 달했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 브랜드들의 정품 수출액(전체 수출액)의 1.5%를 잠식했다.


국내 기업의 지재권을 침해한 위조품 중 가장 많이 적발된 제품(세관 압류 건수 기준)으로는 전기·전자·통신장비(51%)가 꼽힌다. 거래액 기준 6조9780억원(61억달러)에 육박한다. 전기, 전자, 통신장비 위조품으로는 삼성전자, LG전자의 이어폰, 충전기, 케이블, 배터리, 모바일폰, 액세서리를 위조한 제품들이 많이 유통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로 홍콩과 미국 세관에서는 삼성전자의 전자제품 위조품 적발이 잦다. 2023년 필라델피아 국경 보호국은 648점의 삼성전자 터치패드를 압류한 바 있다.

의류(20%)와 향수 및 화장품(15%), 잡화(6%), 장난감(5%) 등도 지재권을 침해당했다. 화장품과 패션브랜드의 경우 최근 전 세계적으로 'K뷰티 광풍'이 불면서 위조품 규모가 빠르게 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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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퉁 피해 손실 7조원…카카오 연매출 증발 수준

위조품은 국내 기업들에게 치명상을 주고 있다. 국내 기업의 국내외 매출액 손실은 7조원(61억달러)에 달했다. 제조업 전체 매출액의 0.6%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국내 시가총액 16위에 해당하는 플랫폼 기업 카카오(연간 매출액이 7조9000억원)의 1년 매출액이 증발한 셈이다.


일자리 손실 규모는 약 1만3800개로 제조업 임금근로자(2021년 기준)의 약 1%(0.7%)가 위조품으로 인해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기업 기준 국민은행 임직원(1만3800명) 전체가 사라진 것과 같다. 국가적 손실도 적지 않다. OECD가 집계한 세수 손실은 1조7150억원에 육박한다.


위조품 구매로 인한 소비자들의 피해도 확인된다. 위조품의 경우 원가를 저렴하게 만들어 마진을 높이기 때문에 인체에 유해한 재료를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화장품 위조품에 수은이 포함되는 경우가 발견됐다는 점을 경고했다. 국내에서도 짝퉁 제품에 대한 성분을 의뢰한 결과 안전 기준치보다 최소 2배에서 최대 930배에 이르는 납과 카드뮴이 검출되기도 했다. EU 세이프티 게이트 역시 가품 금속 액세서리 제품에는 인체에 유해한 카드뮴이 80~90% 함유된 제품들의 유통이 많다고 지적했다.


K 브랜드 가로챈 중국 브로커들…선점당하면 뺏긴다

더 큰 문제는 짝퉁 제조사들이 국내 브랜드의 상표권을 무단으로 선점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허청에 따르면 한국 기업의 상표권을 무단 선점한 것으로 의심되는 상표(무단 선점 의심 상표 모니터링 현황)는 2022년 4654건에서 2023년 5015건, 지난해 9520건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피해 기업들도 증가하고 있다. 한국지식재산보호원에 따르면 주요 국가(중국·베트남·태국 등 6개국)에서 상표권 무단 선점 의심 피해 기업은 2019년 1001개에서 지난해 6100개로 5년 새 6배가량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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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중국 상표 브로커의 경우 자국에서 '짝퉁' 브랜드를 만든 뒤 상표권을 선점해 한국 기업들이 진출하는 과정에서 높은 합의금이나 사용료를 요구하고 있다.


한국지식재산보호원에 따르면 중국 활동 브로커는 2019~2023년간 2358건의 상표를 무단 선점했다. 국제적으로 상표의 보호는 해당 국가의 법령에 따라 보호 여부가 결정되는데, 대다수의 국가는 '선출원 우선권 제도(먼저 상표권을 출원한 자에게 우선권을 주는 원칙)'를 채택하고 있다. 국내 브랜드들이 상표권에 대해 우선권을 주장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주요 피해는 K컬처 열풍을 이끄는 화장품과 식품, 의류 등 분야에 집중됐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누적 결과, 무단 선점으로 의심되는 한국 상표는 화장품 4985건, 프랜차이즈 4761건, 의류 4471건, 전자·전기 4706건, 식품 2671건 순으로 많았다.


가장 잘 알려진 사례는 국내 프랜차이즈 빙수 브랜드 '설빙'이다. 설빙은 2015년 중국에 진출하는 과정에서 상표와 메뉴, 인테리어 등을 따라한 '설빙원소' 브랜드가 상표권을 등록하고 '짝퉁' 설빙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됐다. 설빙은 한국 특허청과 손을 잡고 소송을 벌였고 2022년에서야 중국 상표평심위원회(특허청)로부터 상표권 무효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수년간의 소송전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피해를 본 설빙은 결국 중국 진출을 포기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브로커들은 오래전부터 이런 행위를 반복적으로 벌여왔지만, 국내 브랜드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며 "브로커들의 타깃이 된 기업의 81.8%는 중소기업이기 때문에 장기적인 소송전에 돌입할 여유자금이 없는 경우가 많고, 해외 상표권 무단 선점 피해에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전했다.


<짝퉁의 공습 6편으로 이어집니다>





이민지 기자 ming@asiae.co.kr
박재현 기자 no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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