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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길 산책]글로벌 잘파(Zα)세대를 묶는 K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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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길 산책]글로벌 잘파(Zα)세대를 묶는 K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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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에 올라온 1999년작 '청춘의 덫'을 열어본다. 자막도 없고, 화질도 선명하지 않다. 지금 시대 가치관과 맞지 않는 상황과 대사가 신기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이상하게 눈이 붙잡힌다. 방영 당시 53.1%의 기록적 시청률을 기록했던 화제의 드라마이기도 하지만, 정해진 시간에 TV 앞에 모여 앉던 시절, 그때의 서울 거리와 유행, 배우들의 억양과 몸짓으로 젊은 시절의 내 기억이 소환되기 때문일 것이다.


기억은 힘이 세다. 콘텐츠에 대한 기억은 더욱 그러하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레미니슨스 범프(reminiscence bump)'처럼, 10대 후반에서 20대 초·중반에 각인된 문화 경험은 평생의 취향 버튼이 된다. 젊은 시절 좋아하던 노래 한 소절, 감동적인 영화의 장면들은 평생의 기억 회로에 남는다. 콘텐츠 속에 담긴 '감수성'은 단순한 재미를 넘어 사회적 접착제 역할을 한다. 같은 시대를 통과했다는 연대감으로, 콘텐츠가 그 세대의 공동 기억이 되고, 성인이 된 후에도 사회적 연결감을 형성한다. 이것이 콘텐츠가 가진 힘이다.

이제 그 감수성의 회로는 국경을 넘어 글로벌로 확장되고 있다. 10~20대 초중반, Z세대 혹은 Z-α세대 경계의 잘파(Zα)세대가 그 중심에 있다. 26개국을 대상으로 분석한 글로벌 리서치업체 입소스의 2024년 보고서는 Z세대를 "국경 안 다른 세대보다, 국경 밖 같은 세대와 더 많이 닮은, 아마도 최초의 진정한 글로벌 세대"로 규정한다. 동일한 플랫폼과 디지털 콘텐츠 환경 속에서 글로벌 Z세대의 가치관이나 취향이 유사해지고, 그 결과 공통의 감수성이 강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콘텐츠를 짧게, 함께, 몸으로 즐긴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딜로이트는 2025년 디지털 미디어 트렌드 보고서에서 '미국 Z세대는 전체 이용자 평균 대비 하루에 약 50분 더 많이 소셜 플랫폼과 이용자 제작 콘텐츠(UGC)를 본다'고 밝혔다. 엔터테인먼트를 소비하는 주요 창구가 소셜 매체로 이동하면서 콘텐츠는 짧고, 즉각적이며, 소통 중심으로 재편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4년 국내 Z세대 콘텐츠 이용 행태 조사 결과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현실적인 스토리 위에 판타지 요소를 얹은 서사를 선호하고, 자신의 감정을 다른 사람과 견주어 보기 원하며, 지루함을 피하기 위해 짧은 콘텐츠 선호 경향을 보이는 이들의 이용 특징이 뚜렷하다.


넷플릭스 영어권 장편 역대 시청 1위를 기록한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는 무엇보다 '잘파세대' 친화적이다. K팝의 코어 팬덤을 기반으로, 감정적이고 강한 기억을 유발해 추억 버튼으로 가장 힘을 발휘하는 음악에 흥미로운 이야기를 결합했다. 또한, 이 세대의 특징인 커뮤니티를 통한 참여와 소통에 최적화돼 있다. 정체성과 다양성을 중시하는 가치관에 공명하는 성장 서사와 동서양 문화의 하이브리드, 소셜 매체에 최적화된 밈과 챌린지, 극장에 모여 함께 부르는 떼창, 다양한 굿즈와 관광 등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가로지르는 경험 확장 구조는 잘파세대의 콘텐츠 이용 패턴과 정확히 맞물린다. 부모 세대인 밀레니얼과 함께 즐기며 가족의 추억도 만들고 있다. 케데헌은 아마도 글로벌 잘파세대가 성장하는 과정에 공통된 추억 버튼이 될 것이다.

케데헌이 K콘텐츠인가라는 논란은 여기서 크게 중요하지 않다. 핵심은 그 다음이다. 글로벌 잘파세대 일상에 새겨진 'K' 버튼의 회로를 어떻게 확장 시킬 것인가. 이제, 우리 몫이다.


송 진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산업정책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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