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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용석의 퓨처웨이브]AI 앞에 무너지고 있는 청년 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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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용석의 퓨처웨이브]AI 앞에 무너지고 있는 청년 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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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대에 가면 무조건 취업된다"는 말은 이제 옛말이다.


챗GPT를 비롯한 생성형 인공지능(AI)의 등장은 단순한 기술 발전을 넘어 산업과 직업 전반을 뒤흔들고 있다. 불과 1년 남짓한 시간에 AI는 전 세계 수억 명의 일상과 직무 속에 침투했고, 사회 초년생들은 일자리를 얻기도 전에 불안정성의 벽에 부딪히고 있다. 소프트웨어 개발, 디지털 콘텐츠, 그래픽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청년층 고용률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이를 잘 보여준다.

물론 과거에도 기술혁신은 일자리를 대체했다. 그러나 동시에 새로운 산업과 직업을 창출해 노동의 전환을 가능하게 했다. 마차가 자동차로 대체되면서 마부의 일자리는 사라졌지만 자동차 산업은 부품 제조, 도로 건설, 정비 등 훨씬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냈다. 증기기관, 전기, 컴퓨터 혁신 역시 사회에 점진적으로 확산하며 적응의 시간을 제공했다.


문제는 AI 혁신이 다르다는 데 있다. AI는 특정 산업군에 국한되지 않고 모든 산업에 동시에 침투하고 있다. 제조업뿐 아니라 금융, 법률, 언론, 예술 등 지식과 창의성이 핵심인 영역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의사, 약사, 변호사, 회계사, 기자, 번역가 등 고숙련 전문직마저 대체 가능성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동시에 로봇공학과 결합한 '피지컬 AI'는 고도의 숙련이 필요한 육체노동까지 빠르게 잠식할 조짐을 보인다.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노동자의 가치가 제로에 수렴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와 기업은 AI가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데이터 분석가, AI 윤리 전문가, 플랫폼 기획자와 같은 새로운 직종이 생겨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 규모는 극히 제한적이다. 더욱이 그러한 직업은 높은 기술력과 전문성을 요구해 일부 청년들만 접근 가능하다. 그 결과 극소수만이 가치 있는 직업을 독점하고, 다수는 실업과 불평등 속에 내몰릴 수 있다. 즉, AI 시대의 고용 창출은 대다수 청년에게 기회가 아닌 불평등의 상징이 될 위험이 크다.


따라서 우리는 문제를 '어떻게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킬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새로운 사회적 계약을 설계할 것인가'라는 차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더 이상 평생직장 개념은 유효하지 않고, 청년들이 한 직업만으로 평생을 살아가는 시대는 끝났다. 앞으로는 5년, 혹은 그보다 짧은 주기마다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고 직업을 전환해야 하는 시대가 올 수도 있다.


그렇다면 사회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가. 우선 기본소득제와 같은 제도적 안전망을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동시에 교육 시스템은 단순 지식 전달을 넘어 평생 학습과 전환 훈련을 뒷받침하는 체제로 재편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일'의 의미 자체를 재정의하는 것이다. 생계를 위한 임금 노동만이 아니라, 돌봄과 공동체 기여 등 다양한 활동을 사회적 가치로 인정해야 한다.


AI 앞에서 무너지는 청년 고용의 문제는 단순한 경제 현상을 넘어 사회적 신뢰와 연대의 문제다. 청년들이 미래를 꿈꿀 수 없게 된다면 사회 전체가 활력을 잃는다. AI가 가져올 거대한 변화에 부응하는 새로운 규범과 합의를 마련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청년 세대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지키며, 인간다운 삶을 지속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일 것이다.


서용석,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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