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보 현금으로 자사주 매입 활용할 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도한 세법 개정 영향으로 미국의 기업들이 대규모 법인세 감소와 현금흐름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이동통신사 버라이즌은 지난해 현금으로 납부한 법인 세액이 56억달러에 달했으나, 올해는 납부 세액을 최대 20억달러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최근 실적발표에서 예상했다. 또 통신회사 루멘 테크놀러지는 4억달러 규모의 법인세 환급을 신청했다고 발표했고, 에너지 업체 다이아몬드백 에너지는 올해 중 법인세를 3억달러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엔지니어링 업체인 레이도스도 세법 개정 영향으로 올해 현금 흐름이 1억5000만달러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기업들의 이 같은 법인세 절감 및 현금 흐름 확대 전망은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월4일 서명한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BA·One big beautiful bill act)'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 법안은 가속상각 확대 등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한시적으로 도입했던 대기업 세제 혜택을 복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연구개발(R&D), 이자 지급, 설비투자 등과 관련한 비용을 몇 년에 걸쳐 반영하지 않고 즉시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다. 회계에서 비용으로 처리된 금액은 과세표준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납부 세액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WSJ는 "기업들의 현금 흐름이 개선되면 추가 투자나 자사주 매입에 활용할 수 있는 자금이 늘어나고, 관세 인상에 대한 완충 역할도 할 수 있다"며 에너지, 유통, 통신, 화학 등 다양한 업종에서 현금 확보 효과를 볼 것으로 관측했다.
대기업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세법 개정이 연구개발과 기술투자를 가속할 것이라며 반기고 있다. 루멘 테크놀러지의 크리스 스탠스버리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번 법안은 미국을 인공지능(AI) 분야에서 더 경쟁력 있게 만들고, 네트워크 인프라 구축을 위한 지출 매력이 높아져 투자가 늘어날 것"이라며 "특히 기업 세제 조항은 미국이 이 시대의 기술 혁신을 주도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WSJ는 "감가상각 규정 변경은 공제 시점만 앞당길 뿐 총액은 변하지 않는다"며 "기업들은 당장의 세금 부담이 줄지만 향후 국제 조세 규정이나 이자 공제 한도 등 제약에 부딪힐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승형 기자 trus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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