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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전공의 복귀 뒤에 남은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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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전공의 복귀 뒤에 남은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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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의사 가운을 벗어 던지고 수련 현장을 떠났던 전공의들이 1년7개월 만에 제자리로 돌아왔다. 전국 수련병원 160여곳에서 하반기 인턴과 레지던트 약 1만3500명을 모집 공고한 결과, 서울 '빅5' 병원의 전공의 가운데 70~80%가 복귀하면서 환자 진료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비수도권 지역에선 여전히 전공의 복귀율이 50% 안팎에 그치고, 특히 응급의학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등 필수의료과는 '복귀'라는 표현을 쓰기 민망할 정도로 전공의 지원이 저조한 곳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표면적으로 의·정 갈등이 해소됐다고는 하지만 고질적인 수도권 쏠림과 지역·필수의료 부족 문제는 계속되고, 지난해 곳곳에서 벌어진 '응급실 뺑뺑이'와 '소아과 오픈런' 또한 언제든 다시 반복될 수 있는 상황이다.

피부과, 안과, 성형외과 등 소위 돈 되는 '인기과'와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응급의학과 등 '기피과'의 격차도 더 뚜렷해졌다. 같은 수도권에서도 비급여 진료가 많고 개원이 용이한 진료과엔 전공의들이 모두 복귀했지만, 심장혈관흉부외과와 같은 필수과의 경우 서울대병원조차 정원의 절반도 채우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종합병원 의료진은 "어느 소아청소년과는 전공의들이 복귀 조건으로 당직을 서지 않겠다고 해 교수들이 이를 받아들일지 설전을 벌였다던데, 우리 정형외과는 이미 상반기에 뽑은 다른 의과대학 출신 전공의에 이번에 본교 전공의까지 모두 복귀해 오히려 정원보다 많은 숫자가 수련을 받게 됐다"고 귀띔했다. 전공의 집단 사직으로 거의 모든 병원이 인력난을 겪던 시간을 지나 이제 전공의들이 복귀하면서 오히려 수도권과 지역, 인기과와 필수과의 격차가 더 확연히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지금 전공의가 부족하다는 건 당장 3~4년 후 그 지역, 그 진료과에선 전문의가 배출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어쩌다 한두 명이 사명감을 갖고 지역·필수의료에 헌신하고자 해도, 함께할 동료나 선후배 없이 혼자 과중한 업무에 내몰릴 것을 생각하면 선뜻 지원하지 못하겠다는 하소연도 충분히 이해된다.


지난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은 이런 지역·필수의료 공백을 해소하고자 시작됐다. 근거 없이 무리하게 추진돼 의료계의 반발에 부딪혔으나 출발은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서였다. 수많은 의대생과 전공의들이 1년6개월이 넘는 시간을 허비하고 환자와 국민이 적지 않은 희생을 치른 만큼 이번 전공의들의 수련 복귀가 단순히 의·정 갈등 이전으로 회귀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정부와 정치권, 의료계가 다시금 더 나은 의료를 위해 머리를 맞대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할 때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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