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시 가뭄 대책회의서 李 대통령 예산 질의에
김홍규 강릉시장 명확히 답 못해 시민들 분통
"요지 파악 못해…지방비 사업인데 떼 써봤다"
강원도 강릉시가 역대 최악의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현장을 찾은 이재명 대통령의 예산 관련 질의에 제대로 답하지 못한 김홍규 강릉시장이 뭇매를 맞고 있다. 이를 두고 김 시장은 "대통령이 왔으니 한번 떼 써본 것"이라는 해명을 내놓았다.
김 시장은 1일 오전 강릉시청에서 열린 가뭄 대응 비상 대책 2차 기자회견에서 '원수 확보 비용 관련 대통령과 문답에서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었다'는 물음에 "(대통령의) 질문 요지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해 일부 혼선이 있었다"며 "이는 저의 불찰"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시가 현재 추진 중인 연곡천 확장 사업은 원수대(원수 확보·공급 비용) 없이 가능하기 때문에, 정수장 설치에 대해 설명을 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오해"라며 용어 사용 과정에서 오해가 생겼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김 시장은 원수 확보 비용으로 500억원을 계속 언급한 것에 대해 "해당 사업은 본래 국가에서 지원해주는 사업에 빠져 있다"며 "마침 대통령이 오셨기 때문에 지방비로 해야 할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한번 떼를 좀 써보려고 말씀드린 것"이라고 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강릉시청 재난안전상황실에서 가뭄 대책 회의를 주재했다. 당시 이 대통령은 물 공급을 위한 원수 확보 비용을 물었으나, 김 시장은 필요 예산과 사용처 등을 확실하게 답하지 못해 답답한 문답이 반복됐다. 이 대통령은 "추가로 1000억원이 더 든다고 얘기했는데, 소요 내용이 무엇이냐"라며 "이 1000억원은 기존 예산을 합친 금액을 말하는 것이냐"라고 물었다.
이에 김 시장이 확답하지 못하자 이 대통령은 "기존 계획이라는 게 있고, 계획에 필요한 비용은 이미 다 책정돼 있을 텐데, 뭔가를 추가할 테니 정부가 새롭게 지원해달라고 말하는 것 아니냐. 추가로 드는 게 얼마냐"라고 재차 물었다. 그러자 김 시장은 "500억원 정도"라고 답했고, 이 대통령은 "아까 1000억원이라고 그러더니 지금 500억원으로 줄었는데, 다행히"라며 실소를 보였다.
이 대통령은 또 500억원의 사용처에 대해 "정수장만 확장하면 되는 거냐. 원수는 이미 확보돼 있다는 거냐. 그건 또 아니지 않나"라며 "기존 계획이 있다면, 원수를 정수하는 예산도 당연히 있을 것 같아서 하는 이야기다. 논리적으로 그렇지 않나"라고 했다.
결국 김진태 강원도지사까지 나서서 "현재 하는 건 1만5000t짜리 정수장인데, 그걸로는 부족하니까 5만t을 맞추려고 한다는 것 아닌가"라며 "대통령님이 물어보는 건 더 필요한 3만5000t에 대한 500억원의 예산에 원수 확보와 정수장 확장까지 다 들어간다는 것이냐"라고 물었다. 이어 이 대통령은 "여기 있는 사람들 지금 다 못 알아듣고 있다"며 "나중에 무슨 말인지 확인해보자"라고 했다.
이날 김 시장은 "9월에는 비가 올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고 말했다가 이 대통령으로부터 "하늘을 믿으면 안 된다. 사람 목숨을 실험에 맡길 수는 없다"는 질책을 듣기도 했다.
이 같은 대화가 공개된 후 김 시장을 향한 비판이 쏟아졌다. 2일 강릉시청 홈페이지에는 "강릉시장 수준에 깜짝 놀랐다" "강릉시장은 부끄러움을 알고 사퇴하라" "강릉시민으로서 창피하다"는 성토가 나왔다. 한 시민은 "국고로 재난지원금 1000억원을 뽑아 먹으려다가 '기존 예산이 있지 않냐'라는 질문에 '그럼 500억원이라도 달라'라는 강릉시장"이라며 "기우제 같은 한심한 소리나 하는 시장 동네에 재난이 없는 게 이상할 정도"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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