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아내 간호에 의존하다 범행
법원 "범행 잔혹…유족에게 큰 상처 남겨"
자신을 돌보던 아내가 '힘들다'고 토로하자 흉기로 살해한 서울대 교수 출신 남성이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재판장 이정엽)는 1일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 된 전직 서울대 교수 A씨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1월 자택에서 자신을 간호하던 아내 B씨가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힘들다. 이렇게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 앞으로는 혼자 살아라'라고 말한 것에 격분해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A씨가 아내의 발언을 '자신을 버리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 범행을 저질렀다고 설명했다.
조사 결과 A씨는 서울대 교수직에서 퇴직한 뒤 이후 몸담았던 기관에서도 지난해 은퇴했다. 이후 불면증 등으로 건강이 악화해 부인의 간호를 받아온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범행 직후 그는 동생에게 전화를 걸어 뒤처리를 부탁하는 등의 정황이 드러났다. 아들의 전화에는 범행 사실을 숨긴 채 대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수사기관에서 범행 경위와 수단 범행 후 정황을 비교적 명확히 진술한 점, 임상 심리 평가 결과 정신적 와해 가능성이 작다고 판단되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또 법원은 부검 결과와 이웃 주민 진술을 근거로 "피해자가 극심한 고통 속에서 저항하다 사망했을 것으로 보이는 등 범행 수법이 매우 잔혹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사건은 자녀를 비롯한 유족에게 회복할 수 없는 정신적 상처를 남겼으며 특히 자녀들이 평온한 일상으로 복귀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검찰이 청구한 전자발찌 부착과 보호관찰 명령에 대해서는 "범죄 전력이 없고 사이코패스 진단 기준에도 해당하지 않으며 배우자를 상대로 한 특수한 사건이라는 점에서 재범 위험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박은서 인턴기자 rloseo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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