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위주 사업재편 속도
해태htb부터 음료 사업 매각 돌입
LG생활건강 이 음료 사업 부문에 대한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내수 비중이 높은 음료 사업을 축소하고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는 'K뷰티'에 집중하겠다는 복안인데, '캐시카우' 역할을 했던 음료 사업 매각에 나서면서 시장의 평가는 부정적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은 삼정KPMG를 주관사로 선정해 음료 사업 부문 효율화 작업을 추진 중이다. 매각 1순위는 해태htb다. 시장에선 해태htb의 몸값을 2500억원으로 예상한다.
해태htb는 2011년 LG생활건강이 아사히맥주 등으로부터 인수한 자회사로, 썬키스트·코코팜·갈아만든배 등 과채 음료를 선보였다. LG생활건강은 화장품과 생활용품이 주력이었지만 2007년부터 운영하던 코카콜라 외에 음료 비중을 높이기 위한 포석이었다. 해태htb는 지난해 매출 4140억원, 영업이익 36억원을 거뒀다. 전년 대비 각각 1.3%, 74% 줄어든 수치다.
음료 버리고 화장품 올인…이정애式 리밸런싱
이번 음료 자회사 매각은 이정애 대표가 추진하는 리밸런싱의 일환이다. 2022년 차석용 전 부회장이 물러나고 이정애 대표가 취임하면서 이 회사는 화장품·헬스케어에 집중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화장품 사업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외형 확장보다 포트폴리오 재정비와 효율화를 우선 과제로 삼는 모양새다.
이 대표는 이번 음료 사업 매각을 통해 마련된 자금을 토대로 화장품 인수합병(M&A)과 해외 진출 등 적극적인 투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올해 사업 전략을 공개할 당시 적극적인 M&A를 선언했다. 그는 올해 신년사를 통해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알파 세대 고객에 기반을 둔 브랜드 M&A를 추진할 계획"이라며 "미래 성장성과 수익 기여도가 미흡한 사업에 대해서는 강도 높은 효율화로 사업의 내실을 다지겠다"고 했다.
실제 M&A 시장에서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인디 화장품 브랜드 중 다수가 LG생활건강에 인수를 제안했지만 높은 가격과 생산 능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산된 것으로 파악된다.
LG생활건강은 1조원이 넘는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영업활동 현금 흐름은 2022년 4973억원, 2023년 6591억원, 지난해 5276억원으로 둔화됐지만 오히려 보유하고 있는 현금은 늘어났다. 지난해 말 기준 LG생활건강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 자산은 1조2535억원에 달한다. 2023년 대비 37.7% 증가한 수준이다.
이 때문에 충분한 현금을 보유한 회사가 영업이익의 절반가량을 떠받치는 효자 음료 사업 매각에 나선 배경에 대해 물음표가 붙는다. LG생활건강은 올해 2분기 영업익 548억원 가운데 425억원(약 78%)이 음료 사업부에서 발생하며 수익을 지탱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올해 영업이익 중 60% 가까운 비중이 음료 사업이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음료 사업 매각에 대해 내부 반발이 작지 않은 이유다. 회사 안팎에선 "이익을 책임지던 사업이 '비핵심'으로 낙인찍혔다"는 불만이 번지고 있다.
K뷰티 붐에도 소외…음료 영업익 60% 비중 전망
여기에 화장품 사업의 회생 가능성에 대해서도 비관적이다. LG생활건강은 4년 전만 해도 '국내 1위 생활용품·화장품' 기업으로 꼽혔지만 현재 K뷰티 트렌드에서 소외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과 면세 업계 부진으로 타격을 입은 이후 주력 브랜드인 '더후' 리브랜딩과 비용 절감에 집중했지만 지나친 중국 의존도를 낮추지 못했고, 그 과정에서 해외 사업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화장품 트렌드는 가성비와 혁신인데, 중국에만 집중했던 LG생활건강은 이에 대응하지 못했다"며 "업계 전체가 성장하고 있는데 LG생활건강만 추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핵심 사업의 부진으로 LG생활건강의 실적은 뒷걸음질 치고 있다. 회사의 연결 매출은 2021년 8조원에서 2023년부터 2년 연속 6조원대로 쪼그라들었다. 지난해에도 6조8119억원을 기록하며 0.1% 성장에 그쳤으며 올해 컨센서스는 매출 6조5595억원, 영업이익 3203억원으로 각각 3.71%, 30.22%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차석용 지우기?…코카콜라음료도 매각하나
음료 사업 매각은 전임자인 차 전 부회장 전략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음료 사업부는 차 전 부회장이 주도적으로 키운 사업이란 점에서 상징성이 짙다. 차 전 부회장은 2007년 한국코카콜라 보틀링을 인수한 후 2009년 다이아몬드샘물, 2010년 한국음료, 2011년 해태htb를 인수하며 화장품, 생활용품과 함께 음료를 등 회사의 3대 핵심축으로 키웠다.
특히 여름철 비수기인 화장품 사업과 성수기인 음료 사업이 상호 계절 리스크를 상쇄하는 식의 구조를 갖추게 했다. 2004년 매출 1조원이었던 LG생활건강이 2021년 매출 8조원, 영업이익 1조원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3대 축을 구축했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이 대표가 음료 사업 전체를 순차적으로 매각할 것으로 내다본다. 특히 코카콜라음료는 국내 제조·판매·유통의 독점권을 갖고 있고 음료 부문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알짜 자산'이기 때문에 해태htb를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매각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코카콜라음료 단일 브랜드로 음료 사업부 매출의 50~60%를 차지하고 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코카콜라만 매각해도 약 6000억원 규모의 유동자산이 생긴다"면서 "덩치가 큰 만큼 해태를 먼저 정리하고 이후 매각을 검토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다만 LG생활건강은 "코카콜라음료를 매각 대상으로 검토한 적이 없다"는 공식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회사는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나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는 없다"고 밝혔다.
한예주 기자 dpwngk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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