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회사 구인플랫폼서 '별점 테러' 당해
진위 알 수 없는 1차 사과문으로 논란 커져
지난주 US오픈 경기 후 폴란드 테니스 스타 카밀 마이흐르작이 어린이 팬에게 선물로 건넨 모자를 가로챈 폴란드의 한 최고경영자(CEO)가 회사 평판에 큰 타격을 입는 등 거센 후폭풍에 휩싸이고 있다. 이 남성은 뒤늦은 사과를 전하며 사태 수습에 나서고 있다.
피오르트 슈체렉으로 알려진 이 남성은 폴란드 조경용 자재 업체인 '드로그부룩'의 CEO다. 그는 지난달 28일 미국 뉴욕 빌리진킹 내셔널 테니스 센터에서 열린 대회 남자 단식 2회전에서 마이흐르작이 쓰고 있던 모자를 벗어 관중석에 있던 어린 소년에게 건네주려 하자, 모자를 낚아채 아내의 가방에 집어넣었다. 소년이 "무슨 짓을 하는 거냐"고 소리쳤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어 슈체렉은 망연자실한 아이를 무시한 채 물병에 마이흐르작의 사인도 받았다. 이 모습은 방송 카메라에 담겨 생중계됐고 이후 '모자 도둑'을 향한 팬들의 비난이 폭주했다. '네티즌 수사대'들은 발 빠르게 모자를 빼앗은 남성의 정체를 추적해 그의 실명과 회사 이름, 가족의 신상 일부를 온라인에 공유했다.
이후 그가 몸담은 회사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은 댓글 창을 닫았다. 또 구인·구직 플랫폼 '고워크'에서 해당 회사의 평판은 '별점 테로'로 인해 평점 1.4점까지 내려갔다.
"인생은 선착순…악플엔 소송" 입장문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는 진위를 알 수 없는 슈체렉의 입장문이 퍼져나가기도 했다. 이 입장문은 "최근 테니스 경기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온라인에서 엄청난 논란이 일었다. 물론 유명한 모자 때문"이라는 말로 시작한다. 이어 그는 "맞다. 내가 가져갔다. 재빠르게 가져갔다. 하지만 내가 늘 말했듯이, 인생은 선착순이다. 어떤 사람들은 싫어할 수도 있겠지만, 제발 모자 하나 때문에 세계적인 스캔들을 만들지 말자. 모자는 그냥 모자일 뿐. 당신이 더 빨랐다면, 당신이 가져갔을 것"이라고 썼다. 그러면서 "온라인 증오에 대해 말하자면 공인을 모욕하는 것은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모든 모욕적인 댓글, 비방, 협박 등은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파문 커지자 "두 번째 기회 달라" 읍소
논란이 커지자 슈체렉은 지난달 31일 '고워크'의 회사 페이지에 사과의 내용을 담은 글을 올렸다. 이 글에서 슈체렉은 "수많은 댓글을 읽고 나서야 비로소 내가 경멸과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며 "나에게 두 번째 기회를 달라고 간청한다. 소년과 사회에 진 빚을 갚기 위해, 나와 조국 폴란드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서다"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이 가로챈 모자를 경매에 내놓고 수익금을 자선단체에 기부하겠다고도 했다.
한편 뒤늦게 사태를 파악한 마이흐르작은 SNS를 통해 소년을 수소문한 끝에 소년과 만났다. 그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내 모자가 소년에게 전달되지 않은 것을 몰랐다"며 "이 소년을 찾을 수 있게 도와달라. 만약 소년이나 혹은 부모님이 이 글을 본다면 DM(다이렉트 메시지)을 보내달라"고 썼다. 마이흐르작이 게시물을 올린 지 한 시간 만에 소년과 연락이 닿았고 그는 "인터넷의 힘에 감명받았다"고 말했다. 마이흐르작은 이 소년과 만나 새로운 모자를 전달하고 기념사진을 찍어 SNS에 올렸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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