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서울국제경쟁포럼 참석
내일 암참회장과 만나
자국 기업 관계자 애로 청취
대화 의제 대부분 비공개
트럼프 정책 기조 대변인
반독점법·공정경쟁 전문
韓과 의례적 교류 넘어
실제정책 반영될지 봐야
우리의 공정거래위원장 격인 앤드루 퍼거슨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이 이번 주 방한해 재계 관계자들과 만난다. 강력한 반독점 집행과 플랫폼 규제, 노동시장 경쟁 보호를 강조해온 그가 최근 소위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 통과와 온라인플랫폼법 제정 움직임에 어떤 메시지를 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3일 정부와 재계에 따르면 앤드루 퍼거슨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은 이날 서울신라호텔에서 열리는 제13회 서울국제경쟁포럼 참석을 계기로 방한했다. 포럼 참석 후 4일에는 제임스 김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회장과 한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 관계자들을 만날 계획이다. 재계 관계자는 "FTC 위원장이 요청해 제임스 김 암참 회장과와 회원사 대표들이 함께 비공개로 만나기로 했다"고 전했다. 퍼거슨 위원장이 회원사들도 함께 보기를 원한 것은 한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들의 폭넓은 의견 청취를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 FTC 위원장이 방한하는 것은 2014년 에디스 라미레즈 당시 위원장이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공정거래위와 한미 양자협의회를 가진 이후 11년 만이다. 퍼거슨 위원장은 이번 일정을 통해 미국 정부가 추진 중인 기업 규제정책의 기조를 설명하고 한국 내 미국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직접 청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지난해 12월 당선인 신분이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명을 받아 취임했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트럼프 정부의 정책 기조를 대변하는 사실상 '측근'으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퍼거슨 위원장의 전문 분야는 반독점법과 공정경쟁 정책이다. 그는 플랫폼 기업 규제와 기업결합 심사 등에서 강경한 입장을 보여온 법률가 출신으로, 미국 내 빅테크 기업들에 대한 규제 강화 기조를 선도해 왔다. 이 때문에 플랫폼 기업의 시장지배력 규제, 공정거래 제도 협력, 기업결합 심사 협조 문제가 주요 의제로 거론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국내 플랫폼 사업자뿐 아니라 미국 플랫폼 기업과 경쟁하거나 협력하는 한국 대기업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가 참석하는 이번 서울국제경쟁포럼에서도 데이터 문제는 주요 의제로 다뤄진다.
국내 IT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비관세 무역장벽으로 지적돼 온 망사용료, 온라인플랫폼 규제, 정밀 지도 반출 문제 등이 다뤄질 가능성이 크다"며 "통상 마찰을 우려해 국내 기업에만 불리한 규제로 흐르지 않도록 각별히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재계는 노란봉투법 관련 언급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달 24일 국회를 통과한 이 법은 하청 노조가 원청 기업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해 외국계 기업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퍼거슨 위원장을 만나는 암참은 주한유럽상공회의소와 함께 법안 통과 과정에서 강력히 반대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통과 직후에도 "비즈니스 환경의 불확실성은 기업 신뢰와 장기적인 투자 전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퍼거슨 위원장이 방한 기간 동안 미 행정부의 반독점·규제 기조를 설명하는 동시에 한국에 진출한 기업의 애로사항을 직접 듣는다는 점에서 이번 방한은 단순한 의례적 교류를 넘어 한국 기업들의 전략적 판단과 직결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 기조에 맞춰 비관세 장벽이나 각종 규제 이슈를 의식한 행보로 볼 수 있다"며 "기업들의 의견을 듣는 자리라고 해도 실제 정책에 어떻게 반영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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