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원 1명당 금연구역 2400곳 담당
"CCTV 설치 등 모니터링 강화해야"
3일 서울 마포구의 한 초등학교 앞. 학교 경계선부터 30m 이내는 금연구역이라는 문구가 적혀있는 현수막이 길가에 걸려 있었지만 정작 현수막 바로 옆에서는 인근 직장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흡연 시 과태료 10만원 부과'라는 경고 문구는 그저 배경에 불과해 보였다.
이곳은 어린이집이 들어서 있는 빌딩 바로 앞이고 해당 초등학교에 병설 유치원도 있어 아이들 통행이 잦다. 마포구에서도 어린이집 학부모들의 민원을 수도 없이 받고 흡연 단속에 나섰지만 별다른 효과는 없었다.
지난해 8월부터 초·중·고등학교와 어린이집·유치원 경계로부터의 금연 구역을 10m에서 30m로 확대하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이 시행됐음에도 현장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모습이다. 학교 주변 흡연은 여전히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고, 확대된 금연구역은 제 기능을 못 했다.
마포구 내 초등학교 4곳을 추가로 돌아본 결과, 학교 담장에 담배꽁초와 담뱃갑이 버려져 있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다. 학교로 아이를 데리러 나온 한 학부모는 "학교 앞에서 담배 피우는 사람들을 자주 본다"며 "단속이 이뤄진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누군가 제재를 받는 모습을 본 적은 없다"고 말했다.
금연구역 확대가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것은 모든 흡연자를 단속할 수 없는 현실적 한계 탓이다. 서울시에만 30만곳이 넘는 금연구역이 있는데 단속 인원은 120여명에 불과하다. 단순 계산으로도 단속 인원 1명이 2400곳이 넘는 금연구역을 담당해야 하는 셈이다.
서울시 소속 보건소의 한 금연 단속 담당자는 "우리만 해도 4명이 1개 구의 금연구역을 모두 단속해야 하는데, 들어오는 흡연 민원을 다 처리하는 건 불가능하다"며 "인원을 더 늘려준다고 해도 해결될 수 있는 수준이 아닌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홍성걸 국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규제는 만든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 만든 이후에 실제로 모니터링을 해서 처벌에 대한 확신을 줘야 순응도가 높다"며 "상습구역만이라도 CCTV를 설치해서 단속을 강화하고, 과태료를 계속해서 부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영찬 기자 elach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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