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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독수리의 폭주에 춤추는 용과 코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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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압박에 '반트럼프' 경향 확산
中·印 결속 강화 부른 美 외교 혹평

[시시비비]독수리의 폭주에 춤추는 용과 코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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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대표 종교인 힌두교에서 코끼리는 지혜와 행운을 상징한다. 아시아코끼리의 아종(亞種)으로 인도코끼리가 분류돼 있을 정도. 인도가 국제사회에서 코끼리로 불리는 이유다.


중국은 용의 나라다. 용을 상서로운 동물로 여기며 숭상한다. 비바람을 불러일으키는 초자연적 능력을 가진 존재가 용이다. 현실의 판다가 아니라 상상의 용이 되고 싶어 하는 나라가 중국이다. 반면 서양에선 용은 대체로 악한 존재다. 탐욕스럽고 잔인하며 인간에게 해를 끼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지난달 31일 중국 톈진에서 회동했다. 모디 총리의 중국 방문은 2018년 이후 7년 만이다. 중국과 인도는 2020년 히말라야 국경 지대에서의 무력 충돌 이후 냉랭한 관계를 이어 왔으나, 올해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상호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날 시 주석과 모디 총리는 중국과 인도 양국이 '적수'가 아니라 '파트너'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특히 모디 총리는 "인도와 중국의 관계는 제삼자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면서 "양국이 손을 잡고 다자주의의 힘을 늘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과 인도의 밀착을 우려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봤던 미국을 겨냥한 듯한 언사였다. 한때 서로를 향해 "진정한 친구"라고 치켜세웠던 트럼프 대통령과 모디 총리의 '브로맨스'가 '관세 폭탄' 이후로 완전히 갈라선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여러 차례 무역협정 등을 위해 통화를 시도했지만 모디 총리는 응답하지 않았다고 한다.


앞서 시진핑은 지난 4월 인도와의 수교 75주년 축전에서 "선린 우호의 친구이자 파트너가 돼 '용상공무(龍象共舞·용과 코끼리의 춤)'를 실현하는 것이 양국의 올바른 선택"이라고 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고율 관세와 외교적 압박이 인도와 중국 간 화해의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러시아와 중국에 밀착하면서 '반트럼프' 전선을 구축한 것은 인도뿐만이 아니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도 모디 총리와의 통화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에 공동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인도와 같은 50%의 관세가 적용된 브라질은 비상이 걸렸다. 브라질은 1년에 6700만~6800만 포대의 커피를 만드는, 세계 시장점유율 1위(2023년 기준 39%)인 커피 생산국이다. 브라질에는 30만여개의 커피 재배 농가가 있는데, 이 중 75%는 소규모 농가다. 미국이 가격 상승을 이유로 브라질산 커피 수입을 대폭 줄이거나 중단하면 브라질 커피 재배 농가들은 엄청난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그러자 중국이 이례적으로 브라질산 커피 수입을 대폭 확대하기로 하며 '구원 투수'로 나섰다. 주브라질 중국대사관은 브라질 커피 수출업체 183개 사에 대한 거래를 승인했다며 이 조치는 5년간 유효하다고 밝혔다. 중국이 대미(對美) 수출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되는 브라질 커피를 대신 수입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은 미국과의 관세전쟁에 대비해 브라질로부터 대두(콩)도 대량 수입할 계획이다.


'공정한 다극 세계질서' 구축을 강조한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도 중국, 인도와의 관계 강화에 나선다. 중국과 인도는 러시아산 원유의 핵심 구매국이다. 불곰은 용과 코끼리의 탱고를 흐뭇하게 바라보는 중이다.


"트럼프는 패배자의 게임을 하고 있다(Trump is playing a loser's game)"고 멜 구르토프 포틀랜드 주립대 정치학 명예교수가 지적한 이유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 외교를 카드놀이 하듯 '블러핑(Bluffing)'과 '레이즈(Raise)'를 번갈아 사용하고 있는 동안 세계 곳곳에서는 '반트럼프' 전선이 확대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연 조커를 쥐고 있을까. 트럼프 대통령과 트럼프 카드의 철자는 같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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