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논단]확장 재정 딜레마에서 벗어나려면

언론사 홈 구독
언론사 홈 구독
뉴스듣기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논단]확장 재정 딜레마에서 벗어나려면
AD
원본보기 아이콘

최근 정부는 국무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 728조원을 의결했다. 올해보다 8.1% 늘어난 확장 재정이다. 침체된 내수를 살리고 인공지능(AI) 등 신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재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정책 방향은 바람직하다. 이는 새 정부가 추진하는 기술선도성장전략과도 부합된다. 특히 부동산 버블과 가계부채 증가로 금리정책이 제약받는 상황에서 재정의 역할은 중요하다. 그러나 확장 재정은 내수는 진작시킬 수 있으나 재정적자로 재정건전성을 악화시키는 딜레마를 불러온다. 확장 재정정책 딜레마에서 벗어나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정책당국은 세율을 높여서 세수를 늘리는 대책을 검토할 수 있다. 그러나 비록 세율을 높여도 저성장의 함정에 빠져 있어 세수가 늘기는 쉽지 않다. 또한 재정지출을 확대하면서 동시에 세율을 높일 경우 중립적 재정정책으로 내수가 살아나기도 어렵다. 이미 법인세, 상속세, 증여세, 근로소득세, 양도소득세 세율이 너무 높아 더 높일 경우 조세저항과 국민들의 정책 호응도를 낮출 수 있다. 부가가치세를 높일 수 있으나 물가 인상 때문에 어려우며 소득 중에서 유일하게 과세하지 않는 주식양도차익에 대한 과세 역시 소액주주들의 반발로 쉽지 않다. 정책당국은 국채 발행으로 재정적자를 보전하겠다고 하지만 시중 유동성을 늘려 재정적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확장 재정의 딜레마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해법은 무엇일까. 먼저 경제성장률을 높이는 것이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 현행 노동 및 조세제도를 개혁해서 기업투자환경을 개선할 경우 기업투자가 늘어나 일자리가 창출되면서 성장률이 높아질 수 있다. 성장률이 높아지면 세율을 높이지 않아도 세수가 늘어나 재정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정책당국은 AI 등 신산업 육성지원을 강조하면서 한편으로는 노동조합과 소액주주 관련 법 개정으로 기업투자를 위축시키고 있다. 정부와 국회는 일관된 경기 대책으로 기업투자를 늘어나게 해서 일자리를 창출하고 성장률을 높여야 한다.


재정지출을 효율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선심성 재정지출보다는 내수진작이 지속될 수 있도록 연관효과가 큰 분야에 지출을 늘려야 한다. 세수를 늘리기 어려운 지금 한정된 재정수입으로 최대의 효과를 거둬야 하기 때문이다. 내수 부양과 더불어 연관효과가 큰 산업은 건설업이다. 정부는 저소득층 거주지역의 교통, 교육, 유통 인프라 확충에 재정투자를 확대해서 건설경기를 부양시키고 동시에 저소득층 소득을 늘려줘야 한다.


마지막으로 각종 감면 및 공제제도를 정비해 세수를 늘려야 한다. 명목세율을 높인다고 세수가 늘어나는 것이 아니다. 각종 공제와 감면제도가 있기 때문이다. 과도한 공제와 감면제도는 실제로 납세자가 내는 실효세율을 낮춰 세수를 줄인다. 주택 양도소득세 및 부동산 보유세 등 대부분의 세제에는 공제와 감면제도가 있다. 최근 경제팀도 이를 인식하고 공제와 감면제도의 정비를 계획하고 있다. 관련 이익집단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되지만 정책당국은 이를 효과적으로 극복해 공제와 감면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우리 경제는 저성장과 고령화 추세로 세수는 줄고 재정지출은 늘어나 재정적자와 국가부채가 급속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주력산업의 경쟁력 약화와 일자리 감소로 내수 침체가 심화하면서 확장 재정의 딜레마가 확대될 것이 우려된다. 정책당국은 성장률을 높이는 데에 주력하면서 동시에 재정지출 효율화와 공제 및 감면제도 정비를 통해 우리 경제를 확장 재정정책의 딜레마에서 벗어나게 해야 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언론사 홈 구독
언론사 홈 구독
top버튼

한 눈에 보는 오늘의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