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 컴퓨터 옆에 자리 잡은 핀란드 기업 장비
노키아 몰락 이후 양자분야 투자하며 미래 대비
우리도 소부장 포함한 양자컴퓨터 생태계 조성해야
최근 미국 현지에서 연이어 양자컴퓨터 기업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미국 메릴랜드주에 위치한 아이온큐(IonQ) 연구실과 뉴욕의 IBM 왓슨연구소다. 두 기업은 미래의 연구 환경을 뒤바꿀 것으로 기대되는 양자컴퓨터에 대한 치열한 연구에 매진하고 있었다. 두 회사의 컴퓨터는 한국에 이미 설치됐거나 설치될 예정이다.
양자컴퓨터를 바라보던 중 한 곳에 눈길이 갔다. IBM의 로고가 아닌 다른 상표가 붙은 시스템이 있었다. '블루포스'(Bluefors)라고 쓰여있었다. 안내하는 직원에게 '이것이 핀란드 기업 블루포스를 의미하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대답했다. 블루포스의 로고를 그대로 보여준다는 것은 IBM이 해당 기업과의 협업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느냐는 것을 보여주는 예다. 자신들의 컴퓨터를 움직이게 하는 핵심 장비라는 인정이다.
핀란드는 휴대전화로 전 세계를 장악했던 노키아의 몰락 이후 위기를 맞았다. 핀란드는 이후 국가 전략 차원에서 양자 산업 육성에 주력하며, 소부장 기업과 함께 핵심 부품 생태계 전체를 다지는 길을 선택했고 정책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그 예가 블루포스다.
기자가 미국에 있는 동안 한국에서는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양자컴퓨터 개발 기관인 대전 표준과학연구원을 방문해 "연말까지 양자종합계획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배 장관은 "AI 강국으로의 도약을 위해 AI와 양자 기술의 융합이 중요하다", "때를 놓치지 않으려면 지금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 장관의 선언은 전략적 전환의 신호탄이 되어야 한다. 우리가 미국의 양자컴퓨터를 도입하고 뒤늦게 개발에 나섰지만, 생태계 전반의 구성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핀란드가 IBM 연구소의 냉각기를 공급해 생태계의 힘을 증명한 일을 우리도 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도 국책과학연구소, 기업·학계를 연결하는 양자 생태계 조성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희망적인 움직임도 있다. 핀란드 양자컴퓨터기업 IQM은 충북대학교와 함께, 양자컴퓨터를 공부할 수 있는 산·학·연 프로그램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적극적인 협의 의지가 엿보인다. 이런 기회를 활용해야 한다.
AI와 양자의 융합, 양자 생태계 구축, 산학연 협력 확대는 단순한 과학기술 정책을 넘어 국가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중대 과제다. 지금부터라도 발 빠르게 움직이지 않으면, '기회 상실'을 맞을 수 있다.
백종민 테크 스페셜리스트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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