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 미만 남학생들 대거 출국
전후 인구회복 우려…출산율 저하
인센티브 통한 자원병 확대로 선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
■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 출연 : 이현우 기자
우크라이나에서 최근 고등학교 졸업사진에 남학생들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고 한다. 부모들이 앞다퉈 징집되기 전에 어린 아들을 해외로 불법 출국시키는 일이 발생하면서 빚어진 상황이다. 우크라이나가 직면한 심각한 징병 위기의 현실적 단면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으로 해석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정부가 최근 18~22세 젊은 남성들의 출입국 제한을 해제하면서 국제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병력부족한데 청년 출국 허용…고육지책
우크라이나는 개전 이후 18세부터 60세까지의 모든 남성에 대해 출국 제한 조치를 시행해왔다. 2024년까지는 27세부터 강제 징집을 실시하다가, 2025년부터는 25세로 연령을 낮춰 징집 범위를 확대했다. 그러나 이러한 강제 징집 정책은 예상과 달리 심각한 부작용을 낳았다.
가장 큰 문제는 젊은 남성들의 대량 불법 출국이었다. 2022년부터 2024년 말까지 불법 출국을 시도하다 적발된 남성만 5만명에 달하며, 실제로 유럽연합 국가로 빠져나간 남성은 100만명을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체 인구의 2% 이상에 해당하는 규모다.
특히 심각한 것은 18세가 되기 전 미성년 남학생들의 대량 출국이다. 부모들이 자녀가 징집 대상이 되기 전에 미리 해외로 피신시키는 사례가 급증하면서, 일부 학교에서는 졸업반 남학생이 한 명도 남지 않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히 개인의 선택을 넘어서 우크라이나 사회 전반의 인구구조적 문제로 떠올랐다.
결국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러한 대량 출국 사태를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이 18~22세 청년들의 출국 제한조치를 완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출국을 가로막고 강제징집만 하는 강경책이 오히려 역효과만 불러온다는 것을 우크라이나 정부도 인정한 셈이다.
부정부패 만연과 '화이트 티켓' 거래…징병제 신뢰 붕괴
청년들은 물론 부모세대들까지도 자식의 징집을 회피시키기 위해 불법 출국에 나선 주된 요인은 징병체제에서 발생한 광범위한 부정부패로 손꼽힌다. 일명 '화이트 티켓'이라 불리는 징집 면제 뇌물이 공공연히 거래되고 있으며, 그 가격은 8000달러(약 1100만원)에 달한다. 이는 우크라이나 평균 임금의 수년치에 해당하는 거액이지만, 목숨을 건 전장 참전을 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부유층들은 너도나도 뇌물을 쓰고 있다.
우크라이나 징병제에는 장애인 가족은 면제해주는 조항이 있다. 가족 중 장애등급을 가진 사람은 동원명령이 면제되는 법률을 이용해 뇌물수수가 성행했다. 위조 족보를 만들거나 단기로 입양되는 등 뇌물만 주면 온갖 불법이 자행됐다. 이러한 부정행위들이 일반 국민들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켰고, 결과적으로 징병 제도 전체에 대한 신뢰도를 크게 떨어뜨렸다.
지역 병무청들은 할당된 징집 인원을 채우기 위해 이미 복무를 마친 사람들에게 다시 영장을 발급하거나, 심지어 정신적 충격을 받은 부상병들까지 다시 징집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과도한 징집 압박은 자살 등의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지는 사례까지 발생시켜 사회 문제화되고 있다.
한편으로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한편으로 우크라이나 정부는 전후 출산율 제고를 걱정하고 있다. 이미 우크라이나의 출산율은 0.98명으로 유럽 최저 수준이며, 전쟁으로 인한 사망자와 부상자는 합쳐서 50만명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사상자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경우, 앞으로 전후에도 인구회복 가능성이 매우 낮아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인센티브 통한 자원병 모집 강화…한국에도 시사점
결국 우크라이나 정부는 강제 징집 대신 대폭적인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했다. 1년 복무시 우리 돈 3000만원 상당의 보상금 지급, 무이자 주택담보대출, 학자금 지원, 공무원 임용시험 가산점, 장학금 지급 등 포괄적인 혜택 패키지를 제시했다. 이러한 접근법은 러시아가 자원입대자 확보에 상당한 성공을 거둔 사례에서 착안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전략의 성공 여부는 아직 불확실하다. 생존이 보장되지 않는 전장의 특성상, 아무리 높은 보상을 제시해도 자발적 지원자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또한 이러한 인센티브 정책에는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며, 전쟁으로 경제가 피폐해진 우크라이나가 이를 지속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이러한 우크라이나의 징병 위기는 우리나라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우리나라 역시 저출산 문제로 인해 징병 가능 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며, 군 병력 규모도 45만명으로 축소됐다. 최근 사병 월급을 대폭 인상하여 병장 기준 월 200만원대까지 올렸지만 이에 맞춰 부사관과 장교 급여도 상향 조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국방비 부담이 급증하고 있다.
더욱이 미국조차도 모병제 하에서 자원병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은 단순한 인센티브 확대만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시사한다. 결국 인센티브 정책과 함께 저출산 대책, 여성 징병제 검토, 첨단 무기체계 도입을 통한 병력 의존도 감소 등 다각적 접근이 필요하고, 로봇 병사나 무인시스템 등 첨단 기술을 통한 전력 증강이 장기적 해법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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