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위험성평가(SAM)로 판단 기준 마련
가해자·피해자 심리 분석 통해 위험도 평가
"가해자의 집착, 적대적 행동으로 이어져"
경찰이 도입한 스토킹위험성평가(SAM)가 관계성 범죄(스토킹·가정폭력·교제폭력) 피해를 방지할 핵심 열쇠로 떠오르고 있다. 관계성 범죄는 살인 같은 강력 범죄로 이어지기 쉽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서로 잘 알고 있는 관계이기 때문에 초기 격리 조치가 어려운 탓이다.
피해자 신고 소극적…강력 범죄로 이어질 위험 높아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올해 1~7월 발생한 살인(기수·미수·예비 포함) 사건 388건 중 70건은 사전에 관계성 범죄 피해가 있었다. 관계성 범죄는 특성상 피해자가 신고에 소극적인 사례가 많아, 경찰의 대처도 늦어질 위험이 있다. 전체 살인 사건 중 40건(57.1%)은 사건 발생 이전에 신고·수사 이력이 없었다.
현행 가정폭력처벌법상 경찰은 관계성 범죄 신고를 접수한 뒤 가해자에 대한 임시조치를 신청할 수 있지만 격리 기간은 1~2개월, 연장도 최대 두 차례로 제한된다. 초기 수사 중 범죄 재발을 막고 구속 등 더 적극적인 조치를 시행하려면, 사건의 위험성에 대한 명확한 증거가 필요하다.
SAM이 관계성 범죄 피해를 방지할 핵심 열쇠로 부상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경찰청은 지난달 31일 "영장 신청 단계에서 SAM 등 과학적 평가도구를 통해 재범 위험성을 평가, 적극적으로 구속이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미래의 범죄 위험성 평가
SAM은 랜달 크롭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박사가 주도해 개발한 스토킹 범죄 위험성 평가 지표다. 현재 미국·영연방 등 해외 수사기관에서 주로 쓰인다. 국내에선 지난 6월 한국형 SAM이 타당성 검사를 마쳤으며, 최근 일부 관계성 범죄 사건의 구속영장 신청 등 수사 자료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SAM은 범죄 특성·가해자의 위험성·피해자의 취약성 등 세 분야를 종합 분석해 범죄의 위험도를 평가한다. 이때 범죄분석관(프로파일러)은 가해자와 피해자를 면담하고 이들의 심리 상태를 분석, 현재와 미래에 스토킹 위험성이 있는지 여부를 파악한다.
관계성 범죄에서 특히 위험한 가해자는 집착과 망상 특성이 강한 유형이다. 한국형 SAM의 타당성 검사를 맡은 프로파일러 출신 서종한 영남대 교수는 "이런 특성은 자기애적 성격, 사이코패스 성격과 관련성이 있다"며 "집착이 강한 범죄자는 피해자에 대한 지배, 통제로 자존감을 회복하려 하며, 이런 욕구가 좌절될 경우 참지 못하고 적대적인 행동을 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프로파일러는 가해자뿐만 아니라 피해자도 면담한다. 피해자의 심리적 취약성이 범죄 위험을 높이기 때문이다. 서 교수는 "예컨대 피해자의 과도한 두려움이 무기력감으로 이어져 (피해자의) 적극적 대처나 방어 능력을 낮춘다면, 가해자에게 범죄의 빌미를 주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어 "국내에선 (관계성 범죄) 피해자가 양가감정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한때는 연인 관계였기에 좋게 해결하고 싶은 마음"이라며 "가해자의 행동에 대해 피해자가 자기 탓을 하거나 가해자의 행동이 정당하다고 믿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믿음이 스토킹이나 연인 간 폭력으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경고했다.
"정확한 판단 힘들 때 객관적 지표 큰 도움"
경찰은 향후 재범 위험성을 평가·감지하는 인공지능(AI) 기반 시스템을 만들고, 전자발찌·유치·구속 등 가해자 격리를 강화할 방침이다.
서 교수는 "접근금지 명령이 내려진 도중에 관계성 범죄가 일어나는 경우가 있다. '마지막으로 이야기를 나누자', '관계를 정리하고 싶어서 그런다'는 말에 속아 만나러 갔다가 사고를 당하는 사례"라며 "어떤 형식이든 (가해자와 피해자의) 상호작용이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잔디 우석대 경찰학과장도 "수사기관 입장에서 관계성 범죄는 제도상의 문제보다는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의 관계로 인한 어려움이 더 컸다. 양측의 사이가 가깝다 보니 피해자는 정확한 의사 판단이 어렵다"며 "SAM처럼 수사기관이 참고할 수 있는 객관적 평가 지표는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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