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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경의 창]'한국 오픈'의 과제와 한국 골프의 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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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스' 배제로 드러난 韓 위상
스타 초청·협회 외교력 강화 필요

이광호 문화스포츠팀장

이광호 문화스포츠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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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마스터스'는 각국 내셔널 타이틀 대회 우승자에게 출전권을 부여한다. 대상 국가는 스코틀랜드, 스페인, 일본, 홍콩, 남아프리카공화국, 호주 등 6개국이지만 한국은 제외됐다. 세계 정상급 선수를 꾸준히 배출해 온 한국 골프의 위상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결정이다.


선정된 대회들의 공통점은 뚜렷하다. 모두 오랜 역사와 국제적 상징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스코틀랜드와 호주는 각각 '골프의 종주국' '남반구의 허브'라는 전통적 의미를 갖고 있으며, 1927년 창설된 일본 오픈은 깊은 역사를 자랑한다. 일본 골프협회는 마스터스와 장기간 교류하며 신뢰를 쌓아왔다. 홍콩 오픈은 아시안 투어를 대표하는 대회로 자리매김했고, 남아공 오픈은 게리 플레이어 같은 전설들의 발자취로 권위를 더한다.

반면 한국 오픈은 국내 최고 권위의 대회임에도 불구하고 세계적 인지도와 영향력은 제한적이다. 불안정한 스폰서십, 해외 톱 플레이어의 낮은 참여율, 협회의 부족한 마케팅 역량이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다. 실제로 '디 오픈'은 지난해까지 한국 오픈에 두 장의 출전권을 배정했다가 올해 한 장으로 줄였는데, 이는 분명한 경고 신호였다. 그러나 대한골프협회(KGA)와 한국프로골프(KPGA)는 이에 대응할 뚜렷한 전략을 내놓지 못했다.


한국 골프는 꾸준히 세계적인 스타를 배출해 왔다. 최경주를 비롯해 임성재, 김시우 등 남자 선수들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활약하고 있으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남자 투어와 한국 오픈은 이러한 성과를 국제적 브랜드로 확장하는 데에는 한계를 보였다. 결국 '선수 개인의 성취'와 '제도·대회의 성취' 사이의 간극이 분명히 드러난 것이다.


스포츠 외교는 실력만으로는 완성되지 않는다. 일본 골프협회는 마스터스와 장기간 교류하며 신뢰를 구축했지만, 한국은 선수 성적에 비해 협회의 외교력과 로비력이 부족했다. 또한 한국 오픈을 '아시아의 관문'으로 각인시킬 만한 서사를 만들어내지 못한 것도 치명적이었다. 결국 이번 결정은 한국 골프계의 구조적 한계를 드러낸 셈이다.

앞으로의 과제는 분명하다. 첫째, 한국 오픈의 국제적 위상을 높여야 한다. 아시아·유럽 투어와 공동 개최, 세계랭킹 포인트 확대, 해외 톱 플레이어 초청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세계 선수들이 찾는 대회로 만들어야 한다.


둘째, 협회의 글로벌 교섭력을 강화해야 한다. 단발성 로비가 아니라 주요 투어 주최 단체들과 장기적 관계를 구축하는 외교 전략이 필요하다. 아시아 내 다른 협회들과의 연대도 필수적이다.


셋째, 기업과 방송의 적극적 참여가 요구된다. 안정적인 스폰서십, 글로벌 중계 플랫폼을 통한 노출, 디지털 콘텐츠 전략 없이는 국제 시장을 설득하기 어렵다. 젊은 팬층을 겨냥한 마케팅 역시 중요한 과제다.


마스터스 출전권 배제는 뼈아픈 현실이지만 동시에 한국 골프에 변화를 요구하는 신호탄이다. 한국은 이미 실력으로 세계 정상에 올랐다. 이제 남은 과제는 대회와 제도의 국제적 위상이다. 오늘의 좌절을 내일의 교훈으로 삼는다면, 머지않아 한국 오픈이 당당히 마스터스로 가는 관문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이광호 기자 k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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