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명품도 '중고'로 몰린다
저렴한 가격·희소성이 인기 원인
합리적 소비를 중시하는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고가의 명품 브랜드를 취급하는 중고거래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중고거래로 명품을 구매하면 정가보다 20~30% 저렴하게 살 수 있을 뿐 아니라, 희소성이 큰 한정판이나 단종 제품까지 손에 넣을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소비자 10명 중 8명 "중고 물품 구매해봤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지난 5월 전국 만 13~59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중고 의류' 관련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78.0%가 '중고 물품을 구매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20대의 최근 1년 내 중고 구매 경험률은 68.0%로 가장 높았으며, ▲10대 64.0% ▲30대 62.0% ▲40대 59.0% ▲50대 51.0% 순으로 나타났다. 또 전체 응답자의 61.7%는 '요즘 사람들은 중고 의류를 익숙하게 받아들인다'고 답했으며, 43.2%는 '최근 중고 의류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 했다.
과거 중고 물품은 새 제품보다 낡고 초라하다는 인식 탓에 선호도가 낮았다. 그러나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실용적인 소비를 중시하는 흐름이 이어지자 중고거래에 대한 인식도 달라졌다. 저렴한 가격은 물론, 희소한 빈티지나 리미티드 제품을 통해 개성을 표현할 수 있다는 매력까지 겹치며 중고거래는 새로운 소비 방식으로 부상했다. 여기에 '친환경적 소비'라는 이점이 더해지며, 중고거래는 '지속 가능한 소비'의 한 형태로 자리 잡았다.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을 통해 원피스를 구매했다고 밝힌 직장인 전주은씨(30)는 "중고거래 이용자가 늘고 플랫폼도 다양해져 선택 폭이 넓어진 게 좋다"며 "또 원래 버릴 물건을 재사용하면서 환경에 기여한다는 점도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쿠팡서도 '중고 에루샤' 구매 가능
이러한 흐름은 중고 명품 시장의 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명품 업계가 부진한 흐름을 겪는 것과는 달리, 중고 명품 리세일 시장은 오히려 가파른 성장세다. 한정판 거래 플랫폼 '크림'의 올해 1분기 '부티크(중고 명품)' 카테고리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207% 급증했다. 중고 명품 플랫폼 '구구스'의 지난해 거래액 역시 2255억원으로, 2021년(1545억원)보다 약 46% 증가했다.
이 같은 성장세에 힘입어 유통업계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쿠팡은 이달 초부터 에르메스·루이뷔통·샤넬 등 이른바 '명품 3대장'을 비롯해 피아제, 오메가 등 시계·액세서리까지 중고 명품 판매를 시작했다. 다만 아직 별도의 카테고리가 없어 'Pre-Owned'(중고)로 상품을 검색해야만 상품이 노출된다. 예컨대 펜디 '몬트레조 미니 버킷백'의 경우 공식 판매가가 265만~286만 원대에 형성돼 있지만, 쿠팡에서는 약 181만 원에 거래돼 정가 대비 약 30% 저렴하다. 이외에도 에르메스 중고 스카프 또한 40~60만원대에 판매되고 있다.
G마켓 역시 지난 4월 '구구스'를 입점해 샤넬·루이뷔통 등 인기 브랜드의 중고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크림' 또한 셀린느·프라다·발렌시아가 등 인기 명품 브랜드 상품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며, 시계 카테고리에는 롤렉스 등 프리미엄 라인을 신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국내 중고거래 시장 규모는 향후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은 2023년 26조 원이었던 시장 규모가 지난해 30조 원으로 늘었고, 올해는 43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 가운데 패션 부문 비중은 2023년 18.1%에서 2027년 24.3%까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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