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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포커스]美불황형 상품 강세…'1.5달러 핫도그·99센트 아이스티' 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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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년간 '저가 전략' 고수…관세 충격 고민
허리띠 졸라맨 식품·대형마트·프랜차이즈
물밑에선 수산물·과일 등 '관세 면제' 로비

코스트코의 1.5달러 핫도그와 0.99달러 애리조나 아이스티 등이 요즘 말로 '샤라웃(shout-out·감사나 존경을 표현하는 의미)'을 받고 있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미국 식료품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 청구서'까지 본격적으로 날아들고 있기 때문이다. "추억의 가격(nostalgia-priced)"을 수십년간 지켜온 이 상품들은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거스르고 있다"고 미 정치매체 악시오스는 전했다.


핫도그 콤보 세트, 40년째 1.5달러…3배는 비싸야

한국에도 진출해 있는 창고형 매장 코스트코의 '핫도그 콤보 세트'는 1985년 첫선을 보인 이후 지금까지 40년째 1.5달러에 판매되고 있다. 손님들을 매장으로 유인하는 이른바 '미끼 상품'이지만, 고객들의 사랑을 수십 년간 받아오면서 이제는 없어서는 안 될 '시그니처 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미국 노동통계국(BLS)의 인플레이션 계산기를 토대로 수십 년 치 인플레이션을 반영하면 실제 가격은 3배쯤인 4.55달러는 돼야 한다고 뉴욕포스트가 지난 4월 기사에서 짚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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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음료'로 통하는 애리조나 아이스티 22oz 제품도 비슷하다. 약 650mL인 이 제품은 스타벅스 벤티 사이즈(591ml)보다 크다. 대형 마트는 물론 각종 자판기에서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친근한 음료다. 가격은 99센트로 1달러도 안 된다. 1992년부터 33년 동안 줄곧 가격을 동결해왔다. '99센트 가격' 자체가 브랜드 정체성이라는 돈 불타지오 창업자 겸 회장의 신념 때문이다. 그런 그조차 트럼프 대통령의 '알루미늄 수입품 50% 관세' 때문에 가격 인상을 고민 중이라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애리조나는 매년 1억파운드 이상 알루미늄을 캔 제조 과정에서 쓰는데, 늘어난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서다.


맥도날드, 피자헛 등 오랜 프랜차이즈 업계도 '초심으로 돌아가자'며 불황에 맞춘 할인 전략을 들고나왔다. 한때 '18달러 빅맥 세트'로 고가 논란에 휘말렸던 맥도널드는 최근 미국 매장에서 판매하는 콤보 세트 가격을 15% 인하하기로 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본사와 미국 가맹점은 8개 인기 콤보 메뉴 가격을 단품 합산 대비 15% 저렴하게 책정하는 데 합의했다. 앞서 2023년 미국의 한 휴게소에서 18달러에 판매된 빅맥 세트는 미 최대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 등에서 논란거리가 됐다. 당시 맥도널드 미국법인 사장이 "특수한 사례"라고 해명까지 해야 하는 큰 사건이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려는 듯 맥도날드는 향수를 자극하는 상품들을 전면에 내세웠다. 5달러 조식 세트와 8달러 '빅맥·맥너겟 스페셜'을 추가하고, 과거 히트 브랜드였던 '엑스트라 밸류 밀' 명칭도 부활시킬 예정이다. 크리스 켐프친스키 맥도널드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초 실적 발표에서 "10달러를 훌쩍 넘는 콤보 메뉴가 고객들의 인식을 부정적으로 바꾸고 있다"면서 "메뉴판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번 콤보 가격 인하와 신상품 확대 전략은 소비자들의 '가격 부담'을 완화하는 동시에 맥도널드가 다시 '저렴한 외식처'라는 본래의 이미지를 되찾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WSJ는 "외식업계, 특히 패스트푸드 업계는 인플레이션에 지친 소비자들의 발길이 줄며 고전하고 있다"며 "맥도널드의 최근 분기 미국 내 동일 점포 매출은 증가세로 돌아섰지만, 방문 고객 수는 기대치에 못 미쳤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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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소비자 행태는 '트럼프 시대'에 맞춰 변하고 있다. 우선 미국 소비자들은 '절약 소비'에 나섰다. 대형 유통점의 자체 브랜드(PB) 상품과 묶음판매 상품 판매는 늘고, 고급 식당 매출은 줄었다. 멕시코 식당 체인 치폴레와 슈퍼마켓 크로거, 생활용품 기업 프록터앤드갬블(P&G) 경영진도 소비자 구매심리가 위축됐다고 입을 모았다. 소고기 가격은 사상 최고가를 달리고 있으며, 브라질 50% 관세는 커피 가격 인상을 불러왔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폴저스 커피와 카페 부스텔로 등을 운영하는 JM스머커는 올해 초겨울 커피 가격을 인상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 업체는 지난 5월과 8월에 가격을 올렸는데, 이 경우 올해만 3차례 가격을 인상하는 셈이다.


물론 작금의 사태를 트럼프 행정부만의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2020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전 세계적으로 식탁 물가가 상승했기 때문이다. 비록 코로나19로 인한 봉쇄령은 해제됐지만, 공급망 붕괴로 인한 타격은 5년 이상 이어졌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2024년 미국 식료품 가격은 2020년 대비 23.6% 상승했다. 이는 같은 기간 전반적인 물가상승률(21.2%)을 2.4%포인트 웃도는 수준이다. 한국 소비자물가지수가 7월 기준 116.52로 2020년(100) 대비 16.52% 높다는 점을 고려할 때 미국 물가가 우리나라보다 더 가파르게 올랐던 셈이다.


식품업계 전반에 드리워진 '관세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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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관세 청구서가 이번 분기에서야 본격적으로 식탁 물가에 반영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미국 식품업계는 수입품 의존도가 높다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일부 품목에 한해서라도 관세를 면제해달라고 '특별한 로비'를 펼치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이들이 요청하는 주요 품목은 수산물과 채소, 과일 등이다. 수산물 무역 조합인 미국 수산협회(NFI)의 개빈 기븐스 최고전략책임자는 "수산물은 다른 식품과 근본적으로 다르다"며 "우리는 (수산물) 전체에 대해 면제를 원한다"고 말했다.


수산물의 경우 미국 소비량의 85%를 해외에서 들여오는 실정이다. 가령 미국은 전체 새우 소비량의 90%를 수입하고 그중 3분의 1은 인도에서 들여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산 원유를 사들였다는 이유로 인도에 관세 50%를 물리면 새우 가격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진다는 것이다. 자국 내 어획량은 이미 지속 가능한 최대 생산량에 도달해 더는 늘릴 수 없고, 규제 때문에 양식업의 확장도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상무부에 따르면 미국의 수산물 무역 적자는 2022년 기준 240억달러(약 33조원)를 기록했다.


농산물 무역단체인 국제신선농산물협회(IFPA)의 레베카 애드콕 대관 담당 부회장은 "우리는 관세 논의에서 과일과 채소를 제외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과일·채소 수입액은 360억달러(약 50조원)로 상당수가 멕시코·페루·캐나다 등에서 들여온다.


월마트와 슈퍼마켓 체인 앨버트슨 등을 회원사로 둔 식품산업협회(FMI)는 최근 보고서에서 오이의 경우 수입 비중이 1990년 35%에서 현재 90%로 급증했는데, 오이의 90%를 국내에서 생산하려면 연중 대부분을 온실에서 재배해야 하므로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앤디 해리그 FMI 부회장은 "관세는 가격을 올리도록 설계돼 있다"며 "일부 관세는 눈에 띄는 인상 폭을 가져올 정도로 상당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전미요식업협회(NRA)도 지난달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 대표에게 보낸 서한에서 "미국에서 제철에만 생산되는 신선 식자재에 관세가 부과되면 음식 가격이 급등할 것"이라며 "식음료 제품은 미국이 대규모 적자를 보는 품목이 아니므로 관세 면제 대상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다만, 관세 감면을 위해 따로 마련된 신청 절차가 없기 때문에 이와 같은 관세 면제는 어려울 수 있다는 게 법조계 반응이라고 FT는 전했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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