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순흠 사장 "온산 축소판 미국에 구현 가능"
게르마늄 외 전략광물 '투자 확대'도 시사
최윤범 회장 방미 직후 나온 구체적 청사진
고려아연이 국내 제련소 3분의 2 크기의 신규 제련소를 미국에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최근 한미 정상회담 경제사절단 일원으로 미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미국 현지 핵심광물 공급망 구축을 위한 투자를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했는데, 구체적인 윤곽을 드러내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백순흠 고려아연 경영관리그룹장(사장)은 27일 부산 '2025 에너지 대전'에서 아시아경제와 만나 "온산제련소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에도 축소판 제련소 모델을 구현할 수 있다"며 "기존 대비 3분의 2 규모, 절반 비용으로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미국 측이 요청할 것으로 보고 가능성을 따져본 것으로 보인다.
울산 울주군에 위치한 고려아연 온산제련소는 부지 43만평(142만㎡)에 연 120만t 비철금속을 생산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종합 제련소다. 일반 제련소가 특정 금속만 생산하는 것과 달리 고려아연 온산제련소는 총 18종의 금속을 만든다. 그는 "미국에서도 한두 가지 금속이 아니라 온산이 가진 복합 제련 능력 자체를 축소 모델로 이식해 달라는 요구가 있다"고 설명했다. 생산능력을 3분의 2로 줄인 모델을 미국에 설립한다면 연산 80만t 규모의 비철금속을 현지에서 생산하게 된다.
앞서 최 회장은 미국을 방문해 정부 관계자·록히드마틴 측과 핵심 광물 공급망 협력을 논의하며 탈(脫) 중국 전략광물 공급망 구축 의지를 드러냈다. 고려아연은 이를 계기로 록히드마틴과 고순도 게르마늄 공급 협약도 체결했다. 온산제련소에 1400억원을 투자해 연간 10t 규모의 고순도 게르마늄 생산설비를 구축, 2028년 상반기부터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백 사장은 "게르마늄을 시작으로 미국 내 다른 전략광물로도 투자가 이어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고려아연이 제련소 미국 건설을 검토하는 건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한 미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고려아연은 특히 안티모니와 인듐을 국내에서 유일하게 생산한다. 안티모니는 연간 3500t 이상 회수하면서 올해 1분기 971t을 팔았다. 이 기간 매출액은 596억원으로 전년 동기(125억원) 대비 5배 늘어 분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또 인듐을 연간 150t을 생산하면서 세계 수요의 약 11%, 미국 수입의 30%를 맡고 있다. 중국 의존도가 절대적인 전략광물 시장에서 미국 입장에선 선택지가 될 수밖에 없다. 지난 6월 첫 대미 수출분 20t을 스폿 거래 방식으로 미국에 공급했고 올해 100t, 2026년 240t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중국 의존도가 70% 이상인 전략광물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한미 경제 안보 협력의 실질적 성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지난 6월 고려아연은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캐나다 자원 개발 회사 더메탈컴퍼니(TMC)의 지분 5%를 8500만달러(1183억원)에 인수하면서 현지 망간단괴 탐사 프로젝트 기반 광물 확보 구상을 내놓은 바 있다. 현지에서 조달한 광물을 활용해 제련소를 운영할 가능성도 열어둔 셈이다.
고려아연은 현재 미국에서 자원순환 기반도 다지고 있다. 미국 법인인 페달포인트홀딩스(Pedalpoint Holdings) 산하 페달포인트가 미국 내 6개 리사이클링 허브를 운영하며 폐배터리·태양광·패널·전자폐기물을 현지에서 파쇄·선별해 중간재로 만든 뒤 온산제련소로 들여와 금속을 회수한다. 백 사장은 "향후 10~15년 뒤 이차전지 폐배터리 리사이클링이 본격화되면 무겁고 운송이 어려운 배터리를 어디서 어떻게 모으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며 "우리는 이미 미국 내 스크랩 네트워크를 확보했기에 선점 효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고려아연 측은 이와 관련해 "내부에서 구체적으로 확인되는 부분은 아직 없다"고 밝혔다.
부산=오지은 기자 j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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