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빙 2021년 SF영화 '서복' 이후 영화 제작 전무
자본력 빈약하고 흥행 부진 이유
K콘텐츠 유통할 글로벌 플랫폼 중요성 부각
티빙·웨이브 합병하고 IP 전략적 투자해야
기술 접목…해외 로컬 OTT 벤치마킹 필요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 제작비는 13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인 티빙에서 야심차게 만든 영화인 공유·박보검 주연 공상과학(SF) 액션 '서복(2021년)'이 16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애니메이션 한 편에 이보다 10배 가까운 돈을 쏟아부은 셈이다.
K팝을 소재로 한 케데헌이 전 세계를 강타한 것은 제작에 공을 들인 점도 있지만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의 글로벌 영향력이 막강하다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 이 때문에 K팝을 비롯한 우리의 고유한 문화 아이템을 K콘텐츠로 발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전파할 강력한 플랫폼을 마련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토종 OTT인 티빙이 자체 오리지널 영화를 제작한 건 2021년이 마지막이었다. 빈약한 자본력과 흥행 부진으로 현재까지 제작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K콘텐츠가 전 세계를 강타하는 현시점이 토종 OTT의 글로벌 진출 전략을 고민할 골든타임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IP 보유해야 승자… '하청업체' 머물러선 안 돼
전문가들은 제작비를 웃도는 통 큰 지원을 넷플릭스의 성공 요인으로 꼽는다. 박성철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KCA) 방송미디어본부장은 "한국 넷플릭스 오피스에 가면 영화·드라마 시나리오를 들고 투자받고 유통되길 바라는 제작사들이 줄을 섰다"고 말했다. 그는 "예를 들어 제작에 10억원이 든다면 넷플릭스는 12억원을 투자하는 방식을 활용한다"며 "리스크가 큰 미디어 시장에서 제작사에 적더라도 안정적인 마진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대신 넷플릭스는 해당 콘텐츠에서 발생하는 지식재산권(IP)을 소유한다. IP는 2차 저작물, 해외 판매 등으로 지속 가능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핵심 자산으로 꼽힌다. 케데헌에 등장하는 호랑이 '더피'의 IP 역시 넷플릭스가 보유하고 있다.
이를 위해선 현실적으로 IP를 유지하면서도 넷플릭스를 견제할 수 있는 수준의 토종 OTT 플랫폼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류제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은 최근 부산에서 열린 국내 OTT, 광고형 무료 스트리밍TV(FAST) 업체와의 간담회에서 케데헌이 한국 주도로 제작되지 못한 점에 대해 "가슴 아프다"며 "우리 문화 자산의 저력을 보여주는 작품을 우리 역량으로 만들고 국민 경제에 도움을 주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게 숙제"라고 언급했다.
계속되는 넷플 독주… 골든타임 놓치지 말아야
OTT 업계는 토종 OTT 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규모의 경제가 필수라고 본다.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지난달 기준 사용자 점유율 41%를 차지했다. 반면 쿠팡플레이(21%), 티빙(17%), 웨이브(7%)가 뒤를 잇고 있다.
하지만 티빙·웨이브 합병만 보더라도 지지부진하다. 양 사가 합병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지 벌써 2년 가까이 지났지만 결론을 못 내고 있다. KT와 CJ ENM 등 주주 간 복잡한 이해관계가 발목을 붙잡고 있기 때문이다. 김정한 CJ ENM 부사장은 "종국에는 KT가 동의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한국 콘텐츠를 해외에 알리기 위해 덩치와 힘을 키울 골든 타임"이라며 KT 결단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KT는 "입장을 조율 중"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티빙·웨이브 통합 OTT 탄생이 미디어 시장의 '균형'을 맞추고, 망가진 생태계를 복원할 수 있는 우선 과제 중 하나라고 입을 모은다.
전문가들은 통합 OTT 탄생에 이어 K콘텐츠 글로벌 진출을 위한 국가적 지원을 주문했다. 유진희 중앙대 첨단영상대학원 겸임교수는 "제대로 된 콘텐츠를 위해서는 영상 제작비 충당이 시급한 과제"라며 "외부 투자자들의 참여를 독려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작품당 투입 비용과 성과 등을 확인할 수 있는 데이터를 공개해 IP에 대한 투자 가치를 확인하고 불확실성의 리스크를 낮춰야 한다고 했다.
국내 OTT 업계는 K콘텐츠 붐을 타고 올 하반기가 실적 전환점이 되길 기대하고 있다. 최주희 티빙 대표는 "글로벌 파트너사들과 해외 진출 부분을 꽤 오랫동안 논의했다. 하반기에 가시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 업계에 따르면 티빙은 미국, 일본, 동남아시아 등 핵심 진출 지역에 일명 '숍인숍'처럼 로컬 OTT 플랫폼 안에 입주하는 형태로 해외 진출을 꾀하고 있다. 티빙은 올 연말 핵심 지역에 B2B(기업 간 거래)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론칭을 계획 중이며 B2C(기업·소비자 거래) 애플리케이션(앱)도 내년 초 개발, 글로벌 여러 지역으로 진출할 계획이다.
경쟁력을 갖춘 해외 로컬 OTT의 행보도 주목할 만하다. 인도네시아 현지 OTT 플랫폼 '비디오(Vidio)'는 올해 1분기 기준 자국에서 가입자 점유율 22%를 기록하면서 넷플릭스(15%)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비디오는 지난해부터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데 성공 요인으로는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투자 확대, 스포츠 독점 중계권, 저렴한 요금제 등을 들 수 있다. 지난달 e커머스 플랫폼 쇼피와 협력해 새로운 쇼핑 기능 '비디오 쇼핑'을 선보였다. 현지 OTT 업계 최초로 콘텐츠 내에 직접 쇼핑 기능을 통합한 사례다. 시청자는 영상을 보는 도중 상품을 장바구니에 추가해 쉽고 간편하게 구입할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를 포함해 현지 화장품, 의류 기업 등 15개 브랜드가 비디오 쇼핑에 입점했다. 콘텐츠와 e커머스를 결합한 새로운 혁신 기능을 도입하며 수익 모델을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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