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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버린 수사]②檢보완수사권 폐지…"수사 지연·억울한 피해자 구제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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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경찰 수사 의문 생기면
경찰로 보내 재송치 과정 거쳐야
사건 처리 기간 더 길어지고
억울한 피해자 생길 수 있어

#1. 경남 통영에서 계부가 10대 의붓딸들을 강제추행 하는 인면수심의 범죄가 벌어졌다. 경찰은 즉시 수사에 착수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사건을 검찰로 송치했다. 하지만 검찰의 보완 수사 단계에서 사건은 180도 달라졌다. 피해 아동들의 진술이 불일치하고 속옷에서 제삼자의 DNA가 검출된 것이다. 검찰은 전면 재수사를 벌여 최초 피의자인 계부를 구속 취소하고 피해 아동과 친밀한 관계였던 진범을 특정해 구속기소, 징역 5년을 확정받았다.


#2. 인천에서 동거녀를 흉기로 찌른 남성이 경찰 수사를 거쳐 검찰로 구속 송치됐다. 경찰은 동거인인 이 남성이 동거녀를 찔러 상해를 입혔다는 논리로 사건을 구성해왔다. 그런데 검찰이 보완 수사를 하면서 이상한 점이 발견됐다. 피해 여성이 자해한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검찰은 112·119의 신고 내역과 출동 경찰관의 보디캠 영상, 휴대전화 포렌식 등 원점부터 다시 수사를 벌였고 범행도구에서 피해자의 DNA만 검출된 감정 결과를 확인하고 이 남성의 구속을 취소하고 혐의없음 처분했다.

#3. 전남 장흥에서 지적장애인 여성을 마을 주민들이 성폭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그런데 경찰은 이 사건에 연루된 주민 대부분을 불송치했다. 검찰은 경찰에 재수사를 '요청'했지만, 경찰은 요지부동이었고 결국 검찰은 피해 여성으로부터 이의신청으로 송치를 받아 사건을 다시 살펴보기 시작했다. 검찰은 피해자의 진술을 정밀하게 분석한 끝에 가해 주민들을 재판에 넘길 수 있었다.


[멈춰버린 수사]②檢보완수사권 폐지…"수사 지연·억울한 피해자 구제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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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보완 수사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사건들이다.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검찰 개혁 4법'이 현실화할 경우 70년간 유지돼 온 형사사법 시스템의 대혼란이 예상된다. 검찰청을 없애고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을 신설해 수사와 기소가 완전히 분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수사와 기소가 분리되더라도 최소한의 통제 장치를 마련해야 하는데, 그에 대한 논의나 방안은 이번 개혁 작업에 빠져있다는 것이다.


인권 침해 요소가 내재돼 있는 수사를 한 곳의 수사기관에서만 다룰 경우, 잘못된 수사를 통제할 수 없게 되거나 암장된 범죄를 수면 위로 끌어올려 실제 피해를 복구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억울한 피해자를 구제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민주적 통제'를 통해 수사기관을 견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늘어나고 있다.

경찰 불송치 사건 급증…검찰 통제력 무력화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이 1차 수사종결권을 갖게 되면서 불송치 사건이 급증했지만, 오히려 검찰의 개입은 줄어들었다. 2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2021년 37만9821건이던 불송치 사건은 지난해 54만5509건으로 3년 새 43.6% 증가했다. 하지만 지난해 경찰이 검찰에 불송치 의견으로 기록을 보낸 사건 중 검찰이 재수사를 요청한 건수는 1만4243건으로 2.6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2021년부터 줄곧 3%대를 유지했지만, 지난해 처음으로 2%대로 떨어졌다.

이는 수사지휘권이 폐지되면서 불송치 사건에 대한 검사의 책임이 사라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검사가 재수사를 요청해도 경찰이 요청을 이행하지 않았을 때 검찰이 징계를 요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없다. 사건이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 두세 차례 검증을 받을 수 있는 구조가 아닌, 사실상 경찰이 '원님 재판'을 하는 상태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사건을 들여다볼 권한도 책임도 모두 뺏어가면서, 검찰 내부에서는 '웰빙 검사'가 됐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양홍석 법무법인 이공 변호사는 "경찰이 불송치 의견으로 보낸 기록에는 죄가 안 되는 얘기만 잔뜩 모아져 있는데, 검사가 기록만 보고 판단하도록 한다"며 "검사도 자신들이 열심히 봐도 표가 안 나고, 자기 책임도 아니게 됐으니까 그냥 그대로 놔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檢보완수사권 폐지…사건 처리 기간 '하세월'

정부와 여당의 검찰개혁안이 이대로 통과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가 검경 간 '사건 핑퐁' 문제와 수사 지연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기존에는 검찰이 직접 보완 수사를 거쳐 기소 여부를 결정했지만, 현재 논의 중인 검찰 개혁안이 현실화할 경우 검찰은 경찰 수사에 의문이 있어 기소 여부 판단을 내리지 못할 때도 무조건 경찰로 보내 재송치되는 과정을 꼭 거쳐야 해 사건 처리 기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검찰의 보완 수사권이 완전히 박탈되면 경찰이 부실 수사를 하더라도 이를 견제하고 바로잡을 수 있는 효과적인 통제 수단이 사실상 사라지게 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검찰이 경찰 수사에 의문이 있더라도 사건 관계자의 진술을 듣거나 증거를 수집하는 것 자체를 할 수 없게 되니, 만일 경찰 수사에 오류가 있더라도 바로 잡을 수 없는 상황이 돼버리는 것이다.


새로 정비될 형사사법 시스템 절차에서 잘못된 수사를 바로 잡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송치된 사건의 의문이 해결될 때까지 기소를 담당하게 될 공소청은 사건을 재판에 넘길 수 없을 것이고, 경찰로 다시 내려간 사건은 수사관의 재량에 맡겨져 언제 종결될지도 모르고 방치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지난해 경찰 송치사건을 검찰에서 직접 보완 수사해 '혐의없음'으로 처분한 사건이 1만건이 넘고, 검사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해 직접 보완 수사 또는 사법 통제로 기소한 사건이 1000여건에 달한다"며 "피의자가 경찰 단계에서 억울하게 구속됐음에도 검사가 직접 조사하거나 관련 자료를 수집할 수 없어 경찰 수사의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지 못한다면 도리어 인권 보호에 역행할 수 있다"고 했다.





허경준 기자 kjune@asiae.co.kr
곽민재 기자 mjkw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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