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中 휴머노이드 로봇 올림픽
1등 로봇, 경주 중 인간과 충돌 사고
"유용성 진짜 척도는 지각력·자율성"
지난 14일(현지시간)부터 사흘간 베이징에서 열린 세계 최초 휴머노이드 로봇 올림픽은 중국의 로봇 기술력을 한껏 과시했습니다. 전 세계 16개국 280여개 팀이 참가했지만, 그중에서도 단연 빛난 건 중국 유니트리가 만든 로봇들이었습니다. 100·400·1500m 달리기, 4x100m 계주 등 4개 종목에서 금메달을 휩쓸었으니까요. 하지만 이번 대회는 현재 휴머노이드 기술의 근본적 한계와 위험성도 드러냈습니다. 로봇 달리기 경기에 출전한 유니트리 로봇이 인간과 충돌하는 사고가 벌어진 것입니다.
앞에 사람 있어도 못 멈추는 로봇
사고는 15일에 열린 휴머노이드 1500m 경주에서 나왔습니다. 유니트리의 로봇이 단 6분34초(인간 세계 기록은 3분26초) 만에 완주에 성공해 승자가 됐지만, 달리기 도중 트랙을 벗어나 옆에서 걷던 사람과 부딪히는 사고를 냈습니다.
다행히 넘어진 사람은 큰 부상이 없었고, 로봇은 곧장 자세를 바로잡고 다시 경기에 임했습니다. 다만, 이 장면은 중국뿐 아니라 전 세계로 전파돼 누리꾼 사이에서 많은 논란을 낳았습니다.
현재 유니트리의 상용 모델인 'G1'은 중량 100㎏짜리 로봇입니다. 이런 육중한 쇳덩이가 전력 질주 중 사람과 충돌하면 자칫 큰 부상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습니다. 경주에 참여한 유니트리의 로봇 모델이나 자세한 제원은 밝혀지지 않았어도 현재 상용 모델과 중량은 비슷할 것으로 추측되고 있습니다.
로봇 올림픽의 역설…'다리 달린 원격 조종 드론'에 가까워
사고는 현재 휴머노이드 기술력의 한계를 여과 없이 보여줍니다. 로봇이 인간과 충돌한 이유는 충돌 방지 시스템을 갖추지 못해서 입니다.
충돌 방지 시스템은 현재의 로봇 기술로 구현 가능합니다. 최첨단 비행 드론에는 주변 사물, 혹은 다른 드론과의 거리를 감지하고 우회하는 소프트웨어가 탑재됐습니다. 또 최신 산업용 로봇들은 '임피던스 제어'라는 기술이 탑재됩니다. 임피던스 제어는 로봇이 다른 사물과 접촉했을 때의 힘과 위치 관계를 느끼고 반응하는 기술로, 동적 제어 방식이라고도 불립니다.
임피던스 제어가 적용된 로봇 팔은 사전에 입력된 동작을 반복 수행하던 중 사람과 우연히 부딪혔을 때, 곧장 멈추거나 반대 방향으로 밀려나 부상을 방지합니다. 이 기술 덕분에 수십㎏짜리 협동로봇(코봇)들은 인간과 함께 작업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제어 기능이 없는 일반 산업용 로봇은 모두 인간 노동자로부터 철저히 격리된 공간에서만 동작을 수행하지요.
경주에 참여한 휴머노이드들은 충돌 방지·동적 제어 등 안전 관련 소프트웨어나 센서가 부족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아마 모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달리기'라는 동작 하나에만 맞춘 선택과 집중 전략이었겠지요.
이 때문에 경주용 로봇이 사실 휴머노이드가 아닌 '두 발 달린 원격 조종 드론'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인간에게 필요한 휴머노이드는 사람보다 빨리 이동하는 기계가 아니라, 다양한 환경에서 인간 같은 유연한 판단력과 대응 능력을 갖춘 일꾼이니까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옵니다. 덩젠궈 중국 푸단대 교수는 아시아 전문 매체 더 디플로맷에 기고한 글에서 "(올림픽에 참여한)인간형 로봇은 빨리 달릴 수 있지만, 유용성의 진짜 척도인 자율성, 지각력, 의사 결정 능력의 한계를 보여줬다"며 "이 휴머노이드는 지능을 갖춘 로봇이 아니라 정교한 원격 제어 장치"라고 지적했습니다.
덩 교수는 "인간형 로봇은 시각적으로 매력적이기 때문에, 기술의 진보를 과시하고 투자를 유치할 때는 유용하다"면서도 "이런 종류의 경기는 로봇 기술과 AI에 대한 기대치를 부풀릴 위험이 있다. 정말로 사람에게 유용한 로봇을 개발하는 대신, 피상적인 기술 시연에만 자원을 낭비하게 된다"고 경고했습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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