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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국민이 신뢰하는 국가연구개발 사업을 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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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단]국민이 신뢰하는 국가연구개발 사업을 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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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년도 국가연구개발 예산을 역대 최대 규모인 35조3000억원으로 편성하겠다고 밝혔다. 올해보다 무려 19.3%나 증액하겠다는 것이다. 총예산 증가율 8%의 2배를 훌쩍 넘어서는 증액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겠다는 새 정부의 확고한 국정철학 덕분이라고 한다.


새 정부가 최우선 과제로 강조하는 인공지능(AI)과 재생에너지의 투자가 크게 늘어난다. 특히 AI 분야의 예산이 올해의 2배가 넘는 2조3000억원으로 늘어나고,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대전환'에도 2조6000억원을 투자한다. 이제 'AI 고속도로'와 '에너지 고속도로'가 과학기술의 새로운 목표가 된다.

지난 정부의 불법·탈법적인 예산 삭감으로 가장 심각하게 무너졌던 기초연구에 대한 투자도 3조4000억원으로 올해보다 14.6% 늘어난다. 지난 정부에서 폐지한 것으로 뒤늦게 밝혀진 '풀뿌리 기초연구도' 되살리고, 기초연구 과제의 수도 예산 삭감 이전 수준으로 복원한다. 해외 인재 유출과 의대 쏠림을 막기 위한 이공계 인재 육성 사업도 강화하고, 해외 인재 유치에도 2000억원을 투입한다.


국가연구개발 사업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은 반가운 것이다. 그런데 자라 보고 놀란 가슴은 솥뚜껑 보고도 놀라는 법이다. 어느 날 느닷없이 '떼도둑(카르텔)'으로 내몰려 버린 과학자의 입장이 그렇다. 예산을 16.6%나 삭감해 놓고도 엉뚱하게 비효율을 개선했다고 우기던 관료들의 옹색한 변명이 아직도 귓가에 맴돌고 있다.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미울 수 있는 법이다.


카르텔 소동에 이은 예산 삭감의 전모를 낱낱이 밝혀내야 한다. 특히 지난 정부가 졸속으로 밀어붙였던 '글로벌 국제협력사업'을 서둘러 정리해야 한다. 우리 돈을 퍼주면서 관료들이 앞장서서 밀어붙이는 국제협력은 의미가 없다. 앞에서는 선진창조형 연구개발을 외치면서, 돌아서서는 선진국의 연구 현장을 '체화(體化)'하라는 요구는 퇴행적이다. 오히려 외국의 과학자가 연구 현장을 찾아오도록 만드는 진정한 국제협력 사업이 필요하다.

과기정통부의 역할이 막중하다. 국가연구개발 사업에서 정치권의 '포퓰리즘'을 확실하게 차단하는 일이 핵심이다. AI가 대세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AI가 과학기술의 전부라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고속도로'도 중요하지만, '국도'와 '지방도'도 절대 포기할 수 없는 법이다. 모든 도로를 고속도로로 만들겠다는 환상은 확실하게 버려야 한다.


과학자가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연구에 몰입할 수 있도록 지켜주는 제도와 환경을 만들어주는 일도 중요하다. 선진국의 낯선 제도를 베껴와서 연구 현장의 과학자에게 선진?창조형 연구를 강요하는 낡은 관료주의도 청산해야 한다. 30년 전 선진국에서 베껴왔던 연구과제중심제도(PBS)를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것이 그 시작이 될 수 있다.


과학기술계의 적극적인 노력도 중요하다. 국민이 신뢰하는 과학자가 필요하다. 연구윤리를 엄격하게 지키는 일이 그 시작이다. 윤리적으로 신뢰할 수 없는 과학자의 연구성과는 무용지물이다. 국민의 이성을 마비시키는 엉터리 '괴담'과 '가짜 과학'을 퇴치하는 노력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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