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언석 도봉구청장 인터뷰
취임 하자 바로 달려간 현장
굵직한 숙원사업 줄줄이 해결
"주민 소통 원칙은 '즉각 답변'"
10년 넘게 묵은 민원. 학부모들의 아우성과 읍소가 빗발쳤다. 해결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았다. 3년 전 여름, 오언석 서울 도봉구청장(54)이 취임 이후 바로 달려간 현장은 ‘창4동 어린이집’이었다.
오 구청장은 당시 어린이집 앞을 “사고 대기 상태였던 곳”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창4동 어린이집 출입구 앞에 쿠팡 물류센터 출입로가 있어 하루 수백 대의 화물차가 드나들었고, 횡단보도나 신호등조차 없었다”며 “취임 직후 현장을 확인하고, 곧바로 경찰과 서울북부도로사업소, 물류회사와 협의에 착수했다”고 했다.

오언석 도봉구청장이 구청장실 입구에 걸려 있는 그림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림판에는 창4동 어린이집 원생들의 손글씨와 감사 인사가 적혀 있다. 도봉구 제공.
당시 화가 난 학부모가 ‘아이가 죽어야 정신 차리겠냐’고 분노할 정도로 상황은 심각했다. 그동안 대형 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건 천운이었다. 하지만 10년 넘게, 그가 현장을 찾기 전까지 해결된 건 없었다.
구청장이 발 벗고 나서니 하나씩 문제가 풀렸다. 화물차가 드나드는 물류센터 출입구를 어린이집 출입구와 떨어진 다른 쪽으로 옮겼다. 노후 담장을 교체하고 신호등을 설치했다. 인터뷰를 위해 지난 21일 만난 오 구청장은 기자가 구청장 집무실 앞에 걸려 있는 그림판에 대해 묻자 지난 일을 설명했다.
그는 "취임 후 첫 행보가 아이들의 안전 문제였고, 가장 의미 있는 성과 중 하나"라며 "감사패와 아이들이 보내준 슈퍼히어로 그림, 손편지가 큰 힘이 된다"고 했다.
주민 5000여명이 사는 창동 동아청솔아파트 단지 안에서 4호선 창동역 1번 출구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은 담장과 화단으로 25년 동안이나 막혀 있었다. 오 구청장은 서울시와 협의해 시유지인 이곳을 뚫어 길을 냈다. 취임 5개월 만이었다.
방음 효과는 고사하고, 석면 가루가 날려 주민들의 건강을 위협하던 철길 옆 30년 된 방음벽을 부수고, 새로 설치한 일도 그에겐 기억에 남는다. 구청과 LH, 철도공단 등이 서로 관리주체라고 떠넘기며 십수 년째 고질적인 민원만 쌓이던 사안이었다. 문제는 돈과 의지였다. 교통정리를 한 후 내친김에 길을 넓혀 녹지를 조성(경원선 방음벽 녹지공원 조성사업)하고, 산책로까지 만들었다.
묵은 민원을 줄줄이 해결하자 ‘해결사’, ‘도봉구의 오서방’, ‘세일즈맨’이라는 별명이 따라왔다. 꼼꼼하고 빈틈없는 추진력에 특유의 넉살과 친화력, 밝은 에너지가 버무려져 만들어진 별명이다.
오 구청장은 자신만의 소통 노하우를 몇 개 공개했다. “서울시, 국토교통부, 환경부 등 관계 기관과 협의할 때는 서류만 보내는 게 아니라 직접 찾아가 구민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현장의 필요를 생생하게 설명합니다. 해당 사업이 정부, 서울시 중장기 계획과 어떻게 맞물리는지, 현장 데이터와 수치로 필요성을 입증하죠. 제 세일즈 전략입니다. 정책이 책상 위 보고서에서 현실로 옮겨지게 하는 방법입니다.”
그는 “구청장을 누가 만나주겠냐”며 “핵심 관계자나 기관장을 만나기 위해 ‘아는 줄’을 최대한 동원한다”고도 했다. 결과가 나올 때까지 챙긴다. 이 원칙은 주민 소통에도 똑같이 적용한다.
오 구청장은 주민과의 소통 원칙을 “즉각 답변”이라는 말로 요약했다. 그는 “민원을 제기했는데 몇 주째 답이 없다면 불신이 쌓인다”며 “해결되면 좋지만, 해결이 안 돼도 이유를 명확히 알려드려야 한다. 빨리 답하는 것만으로도 주민은 신뢰한다”고 말했다.

오언석 도봉구청장은 "주민들이 보내주는 감사패와 손편지가 그 어떤 것보다 큰 힘이 된다"고 했다. 오 구청장이 학부모에게 받은 손편지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도봉구 제공.
원본보기 아이콘자치구 공무원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공무원 특별승진과 특별승급, 정기인사에서 국·과장급 고위직 승진자의 80%를 여성으로 발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드물게 적용되던 제도를 과감히 시행한 것에 대해 그는 “중요한 건 능력 있는 직원, 열정을 보여주는 직원에게 힘을 실어주고 보상해주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자신이 “운도 좋다”고 했다. 도봉구의 숙원인 ‘우이방학 경전철 연장’사업이 지난해 기획재정부 총사업비 협의를 통과해 국토부 기본계획 승인을 받았고, 10년 넘게 멈춰 있던 ‘창동민자역사 공사’도 재개돼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 노선이 들어서는 창동역 인근 5만㎡ 규모 부지에 건립되는 ‘서울 아레나’ 착공, 도봉동 화학부대 이전부지(3만5859㎡) ‘도봉형 한옥마을 조성’사업, ‘도봉산관광타운 조성’·'캠핑수목원 조성’사업 등의 ‘서울시 신성장 거점사업 선정’ 등 도봉구의 미래를 바꿀 숙원 사업의 매듭은 그의 임기 중 모두 풀렸다.
오 구청장은 "이중삼중 규제로 개발이 제대로 되지 못했던 도봉구가 규제 해소로 날개를 달게 됐다"며, "북한산 고도 제한이 완화되고, 준공업지역 규제 완화를 위한 노력의 결실로 용적률이 대폭 늘어나 관내 재건축·재개발 사업도 활발해졌다"고 했다. 그는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정비사업 추진 시 1000세대 이상 의무 공원·녹지 비율 완화를 건의해 시에서 규제를 개선했다"며 "이로 인해 도봉구는 물론 서울시 전체 재건축 단지의 사업성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이 제도가 개선되기 전에는 재건축 단지에 인접하거나 단지 내에 공원이 있어도 1000세대 이상 건설 시 추가로 공원을 기부채납해야 했다. 경직된 제도는 재건축 사업의 발목을 잡았다. 하지만 이번에 제도가 바뀌면서 재건축을 추진 중인 방학신동아1단지아파트의 경우 단지 옆 공원이 의무 확보 면적으로 인정받았고, 최고 49층, 4065세대 규모로 짓기로 해 사업성이 크게 높아졌다.
오 구청장은 “오랜 시간 정체됐던 도봉이 지난 3년간 대 변화를 시작하며 성장의 궤도에 올라섰다”며 “앞으로 남은 1년 임기는 도봉의 미래를 본격적으로 준비하는 시기”라고 강조했다. 오 구청장은 정비사업 공동주택 최상층 군사시설 설치 완화, SRT 노선 창동역 연장, 경원선 지하화 추진, 중랑천 수변활력거점 조성사업 추진 등을 도봉구는 물론, 강북권역의 발전을 위해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았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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