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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영의 월드+]변화한 미국과 새로운 한미동맹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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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영의 월드+]변화한 미국과 새로운 한미동맹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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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많은 사람이 '미국은 왜 그래?'라는 질문을 던진다. 최근 미국이 보여주는 모습은 낯설고 두렵다. 오랫동안 미국은 초강대국으로서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지만, 그 힘을 자제하고 동맹국을 비롯한 여러 존재들을 챙기면서 자신의 이익을 일부 양보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안보를 책임져왔고, 달러를 기반으로 한 무역과 국제결제 시스템을 유지해왔다. 관세를 낮추고 무역장벽을 없애 더 많은 교역을 하는 것이 모두에게 유리하다고 생각했고, 이런 이념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 미국 시장을 전 세계에 개방해왔다.


강대국의 일방적인 판단과 힘이 아닌 모두가 합의한 법과 질서에 기반한 제도를 선호했고, 다양한 국제기구를 통해 대화와 타협으로 문제를 풀어나가고자 했다.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미국으로 세계 사람들이 몰려왔고 자신의 꿈을 이룬 사람들은 아메리칸드림을 칭송했다. 물론 미국도 자신의 힘을 믿고 교만한 태도와 일방적인 주장을 강요하기도 했고, 상대방을 무력으로 침공하거나 압박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볼 때 미국이 그 이전의 강대국에 비해 합리적이고 온건한 태도를 보였다는 점은 사실이다.

그런 미국이 왜 트럼프 취임 이후 급격하게 변화했을까. 미국의 변화를 특정 정치인 때문이라고 간주하는 것은 단견이다. 미국은 민주주의 국가다. 유권자들의 마음과 뜻에 따라 정치인들은 움직이고 미국을 변화시킨다. 많은 미국인이 바라보는 미국의 모습은 불안하다. 국민의 뜻이 아니라 소수의 인사들이 정치권과 결탁하여 미국을 자기들 마음대로 움직이고 있다.


연방정부는 점점 복합해지고 무엇을 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국가부채 이자가 국방비를 넘어서고 있다는 뉴스는 미국인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안정적인 일자리는 계속 줄어들고 있으며 생활의 터전인 지역은 몰락하고 있다. 무엇인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한 유권자들은 정치인들에게 무엇이 잘못되었고 어떻게 고쳐나갈 것인지를 물어왔지만 정치인들은 답을 얼버무리거나 무시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달랐다. 유권자들의 불안에 대해 그 원인이 중국을 비롯한 해외 국가들의 불공정한 행태가 문제라고 지적하고 자신이 그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장담했다. 트럼프는 유권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쉬운 말로 이야기해주고, 어떻게 그것을 해결할 것인지를 간단하지만 확실하게 언급하는 정치인이었고,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 앞에 놓여있는 과제는 2조달러짜리다. 매년 미국 연방정부는 5조달러의 세금을 걷어서 7조달러를 쓴다. 2조달러의 적자가 계속 쌓인다. 여느 나라와 마찬가지로 미국 역시 전쟁을 치를 때 정부 부채는 증가하고 전쟁이 끝나면 감소하는 패턴을 반복해왔다. 하지만 현재 미국은 큰 전쟁을 치르고 있지 않지만 정부 부채는 급증하고 있다. 국채 발행을 통해 돌려막기를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초강대국 미국을 신뢰한 세계 많은 나라와 금융기관들은 국채를 열심히 사들였다. 하지만 미국 GDP 27조달러보다 더 많은 35조달러에 이르는 국채 잔액을 지켜보면서 사람들의 마음은 조금씩 불안해졌다. 미국 국채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면서 금리는 올라갔다.


트럼프 대통령의 해법은 4가지다. 첫째 관세를 통해 세수를 늘리고 시장 개방을 요구한다. 상호관세라는 명목으로 진행된 관세 부과는 미국 정부에 많은 관세 수익을 가져오고 있다. 주요국과의 관세 합의가 마무리되기 이전인 2025년 6월 관세 수익은 280억달러로 2024년 같은 달보다 3배로 증가했다.

둘째는 금리 인하를 통한 국채 이자 부담 축소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에 대한 지속적 압박을 통해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졌다. 셋째, 연방정부 지출 축소다. 동맹국들의 방위비 분담을 늘리면 미국이 지출할 국방비는 감소한다. 넷째, 해외기업의 미국 투자 확대다. 관세 부담을 피하기 위해 미국에 투자하는 해외 기업들이 증가할수록 이들이 납부하는 세금은 증가한다. 취임 이후 7개월 동안 트럼프는 즉흥적이고 좌충우돌의 모습을 보여 왔지만 큰 틀에서 보면 4가지 해법으로 귀결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한민국에 요구할 것은 분명하다. 15%의 관세 부과에는 합의했지만, 추가적인 시장 개방 요구가 있을 것은 확실하다. 이미 미국에 거의 모든 시장을 개방한 우리에게 남은 것은 농축수산물이다. 주한미군 감축을 통한 미국의 부담 축소와 우리의 방위비 부담 증가 요구도 당연히 뒤따른다. 한국 기업의 미국 투자도 선택이 아닌 의무로 다가올 것이다. 미국 시장에서 이익을 보려면 미국에 사업장을 만들고 미국인들을 고용하라는 것이다. 이것을 묶어 미국은 동맹관계 현대화라고 표현하고 있다.


우리 입장에서는 기존에 발표한 미국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방패 삼아 미국의 요구를 거부하거나 선택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미국의 입장은 단호할 것이다. 과거의 경험을 토대로 적당한 주고받기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이제 유효하지 않다. 미국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핵심 동맹국 미국의 변화는 우리에게 큰 변화를 강요하고 있다. 관세와 미국 내 투자 확대 압박은 우리 경제와 산업구조 전반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농산물 시장 개방 역시 마찬가지다. 고용과 투자 역시 한국이 아닌 미국에서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변화된 환경에서 우리가 어떻게 적응하고, 우리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근본적인 고민을 해야 한다. 트럼프 임기가 끝날 때까지만 어떻게든 버텨보자는 생각도 위험하다. 과거 1980년대 레이건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이 변화한 것을 생각해보면 트럼프 퇴임 이후 미국 역시 과거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변화한 미국은 낯설고 두렵다. 하지만 그것이 미국의 본질임을 인정하고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가야 한다.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수석 전문위원(글로벌 법률·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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