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전 룽강구 세계 최초 로봇 백화점
로봇 완제품·부품부터 임대·AS까지
"학교 운동회에 쓰려고 로봇 임대"
투자·구매·임대에 적극적인 中 소비자
선전에서 아이를 키우는 박향란씨(45)는 "학교에서 운동회를 하거나 행사를 할 때 학부모들도 로봇을 대여하곤 한다"며 "400만~500만원대 로봇을 직접 구매하는 지인들도 있다"고 말했다. 생활 속에서 과시와 체험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소비 문화가 로봇 산업 확산을 이끌고 있다.
지난 7월 선전시 룽강구에 문을 연 세계 최초 '로봇 6S 매장'은 이러한 흐름을 산업적으로 뒷받침하는 공간이다. 매일 1000명가량이 방문하는 이곳은 판매·부품·서비스·조사·맞춤 판매·공동구매가 모두 가능한 '로봇 백화점'이다. 대형 쇼핑센터 옆에 자리 잡아 접근성이 높고, 수십 대의 로봇이 전시돼 일반 소비자와 기업 모두를 끌어들인다.
지난달 18일 이곳에서 만난 석(石) 선전미래시대로봇유한회사 매니저는 "중국에서 잘 나가는 브랜드의 로봇 기기들을 한데 모아놓은 종합 백화점"이라며 "로봇 제조 업체와 부품, 소프트웨어 업체 등 유관 산업까지 포함해 입점 업체가 약 250곳에 달한다"고 밝혔다. 현지 집계에 따르면 중국 내 로봇 관련 기업은 86만여곳에 달하며 올해에만 신규 등록이 6만3000곳 이상이다.
매장에는 매일 다른 브랜드와 기기가 들어선다. 휴머노이드, 4족 보행 로봇, 배달·교육용 로봇은 물론, 모터·토크센서·로봇 핸드 같은 부품까지 갖춰져 있어 완제품과 핵심 기술을 동시에 체험할 수 있다. 가격대는 200만원대 소형 로봇에서 1억원대 고성능 휴머노이드까지 다양하다. 설명서에는 크기, 무게, 배터리 성능·수명, 최대 속도, 점프 높이, 등반 각도 등 세부 스펙이 표시돼 있어 소비자와 기업 모두 참고할 수 있다.
선전미래시대로봇유한회사가 이 매장을 연 것은 단순 판매장이 아니라 산업 생태계의 실험장으로 만들기 위해서다. 지금까지는 연구실에서만 다뤄지던 로봇을 실제 유통망과 연결하고 도매 고객뿐 아니라 일반 대중에게도 임대·구매를 가능하게 해 시장 저변을 넓히고 있다. 가족 단위 고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현장에서는 로봇 임대·구매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창업 수요도 높다. 로봇 에이전시 설립을 구상 중이라는 추씨(Qui·44)는 "1970~1980년대 TV가 비쌌듯이 지금은 로봇이 희귀하지만 앞으로는 점점 더 저렴해지고 보급될 것"이라며 "베이비 시터나 조부모를 돌보는 가정용 휴머노이드가 일상에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생활과 산업을 동시에 품은 로봇 실험은 선전을 넘어 중국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로봇을 '신질생산력(新質生産力)' 산업으로 지정한 이후 선전은 도시 전체가 거대한 로봇 백화점이자 실험장처럼 변모했다. 기술 개발과 소비 확산이 맞물려 돌아가는 가운데, 한국은 규제와 투자 제약으로 대응 속도가 뒤처지고 있다는 우려가 깊어진다.
선전(중국)=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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