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새정부 경제성장전략은 디테일한 아이템을 나열하며 'AI(인공지능) 전환'이라는 글로벌 흐름에 초점을 맞췄다. "AI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인식 아래 큰 그림도 분명했다. 다만 이를 어떻게 달성할지에 대한 세부적인 재원 대책이 비어 있는 게 아쉬웠다.
무엇보다 'AI 경쟁력의 핵심은 인재'라는 기본전제가 소홀히 다뤄져 아쉬움이 컸다. 해외 공동 연구 확대, 국립대 AI 교수 인센티브 지급, 우수 청년 인재 해외 연수 지원과 같은 방안을 통해 나름 정부의 의지를 보여줬지만, 결국 우수 인재가 의대와 로스쿨로 쏠리는 흐름을 AI 분야로 어떻게 돌릴지에 대한 충분한 방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대학 현장에서는 연구 인프라와 장기 지원이 부족하고, 기업 현장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보상과 단기 성과주의가 발목을 잡고 있다. 안정적인 수입과 지위가 보장되는 의대 등으로 사회·경제적 인센티브가 쏠리는 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해외 인재 2000명 유치 프로젝트' 등의 방안은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AI 발전의 토양이 되는 기본 인프라에 대한 해외 의존도를 줄여나가기 위한 방안도 설득력 있게 제시되지 못했다. AI는 독자적인 기술력만이 아니라 데이터, 컴퓨팅 자원 등 개발에 필수적인 요소가 뒷받침돼야 한다. 정부는 GPU(그래픽처리장치) 5만장 이상 확보, 데이터센터 확충 지원책 등을 제시했다. 그러나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해외 소수 빅테크에 대한 클라우드 의존도를 어떻게 줄여나갈 수 있을지, 그리고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AI 자원 접근권을 어떻게 확보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방안 제시는 미흡했다.
물론 정부가 재원 대책을 비롯해 세부 전략을 전부 담기는 어려웠을 수 있다. AI라는 주제를 전 부처가 경쟁적으로 강조하는 상황에서 각 대책은 흩어지고 내부 합의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내부에서 여러 발표 주체가 경쟁하는 어려움도 있었을 것이다.
최근 '공대에 미친 중국, 의대에 미친 한국'이라는 다큐멘터리가 화제였다. 이 다큐는 두 국가의 사회적 인센티브 차이를 극명하게 대비해 보여줬다. 한국의 인재와 자원은 의대에 쏠리고 있는 반면 중국은 온갖 자원을 미래 경쟁력의 핵심인 AI에 투입하고 있었다. 중국의 공학 인재들에게는 교육과 연구, 보상 구조가 충분히 뒷받침되니, 매일 같이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드는 데 매진한다.
AI 전략의 성공을 위해선 안정적인 데이터·컴퓨팅 파워를 확보할 수 있는 구조와 함께 우수 인재가 의학 대신 공학을 선택할 수 있는 구조로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 정부는 인재 양성과 핵심 자원 확보 전략을 세밀하게 제시해야 한다. 이제는 의사가 아니라 공학자가 국가의 핵심 자원이 되는 방향으로 사회적 구조를 재편하겠다는 강력한 문제의식을 보여주면 좋겠다.
세종=이은주 기자 golde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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