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종일관 우호적인 분위기…李대통령 "결과는 아주 좋았다"
조선 협력·북미 회담 등 논의
통상·안보 세부 현안은 안 다뤄
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첫 한미 정상회담에서 새 정부의 국정 철학인 국익 중심 실용외교의 밑그림을 실행에 옮겼다. 일각에서 우려하던 트럼프 대통령의 이른바 '깜짝 청구서'는 없었다. 회담 직전, 트럼프 대통령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빚어진 돌발상황 때문에 긴장된 분위기 속에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지만,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무난히 마무리됐다는 평가다. 특히 이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 이후 진행된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존 햄리 소장과의 대담에서 밝은 표정으로 "결과는 아주 좋았다"고 평가했다.
이날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은 약 2시간 20분 동안 진행됐다. 예정된 시간보다 늦은 오후 12시43분부터 시작된 회담은 오후 2시59분까지 예상보다 긴 시간 이어졌다. 이 중 54분은 언론에 공개된 상태로 진행됐다. 이 대통령은 ▲경제통상 분야 안정화 ▲한미동맹 현대화 ▲새로운 협력 분야 개척 등을 목표로 정상회담에 임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업을 중심으로 한 조선업 협력과 북미 정상 간 대화 재개에 관해 언급했다.
강유정 대변인은 비공개 확대회담과 관련해 "두 정상이 서로에 대한 호감과 신뢰 쌓는 시간이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현재 한국의 정치적 상황에 대해 묻고 교역 및 관세 협상에 대한 간단한 점검을 했고, 두 정상은 미국 조선업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서 이야기했다"고 설명했다. 세부적인 통상·안보 현안은 다루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83일 만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조선업과 제조업 협력을 중심으로 경제 현안을 풀어가는 성과를 거뒀다. 3500억달러 규모 대비 투자 펀드 조성을 골자로 하는 상호 관세 협상 결과를 뒤집는 수준의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다는 점은 주목할 부분이다. 이 대통령은 "조선 분야뿐 아니라 제조업 분야에서 르네상스가 이뤄지고 있고, 그 과정에 대한민국도 함께하게 되기를 기대한다"면서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드는 노력을 이어갔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한미동맹을 군사 분야뿐만 아니라 경제, 과학기술 분야까지 확장해 미래형으로 발전시켰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조선업을 한국과 협력해 부흥시키는 기회를 갖기를 바란다"고 했다. '마스가'(MASGA) 프로젝트에 관한 기자의 질의가 나오자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미국 조선업을 매우 위대하게 만들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만남을 제안하면서 트럼프 대통령 역할을 강조하는 등 새로운 의제 부각에도 성과를 거뒀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님 덕분에 한반도 관계가 매우 안정적이었는데 그 이후 정치에서 잠깐 물러난 사이에 한반도 상황이 정말 많이 나빠졌다"고 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께서 '피스 메이커'를 하시면, 저는 '페이스 메이커'로 열심히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좋은 일이고 추진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올해 만나고 싶다"는 뜻도 전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관심을 두던 한일 관계의 개선을 선제적으로 해결하면서 한미 정상회담에 대비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한일 정상회담을 마무리한 뒤 미국으로 이동했다. 한국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기 전에 일본 대통령을 만난 것은 이 대통령이 처음이다. 이 대통령은 이를 활용해 "트럼프 대통령께서 한미일 협력을 매우 중시하고 계시기 때문에 제가 트럼프 대통령을 뵙기 전에 일본과 미리 만나서 (트럼프) 대통령께서 걱정할 문제를 미리 정리했다고 생각해주시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일본에 가서 이시바 총리를 만났을 때, 양국이 가지고 있던 많은 장애 요소가 제거됐다는 생각이 들었다고도 했다.
워싱턴D.C.(미국)=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