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산업 성장 정체에 고성장 바이오 투자
오리온·OCI 등 투자 잇따라
자금난 바이오 벤처 매물로
사무가구 업체 코아스가 신약개발사 노벨티노빌리티를 인수하면서 비(非)제약 산업자본의 K-바이오 진출이 다시 조명을 받고 있다. 식품의 오리온, 화학·에너지의 OCI, 대기업인 롯데·GS까지 이종산업 자본의 바이오 투자는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라 구조적 흐름으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코아스는 노벨티노빌리티 주식 244만1009주를 다음달 8일 약 150억원에 취득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지분 14.3% 확보해 최대주주에 오른다. 총 투자 약정 금액은 500억원이다. 코아스는 노벨티노빌리티가 보유한 항체·ADC(항체-약물 접합체) 파이프라인을 신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식품기업 오리온은 이미 지난해 레고켐바이오(현 리가켐바이오) 지분 25%를 약 5485억 원에 매입하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리가켐바이오는 다국적 제약사와 13건, 10조원이 넘는 기술이전 계약을 성사시킨 바 있어 오리온의 투자는 식품기업이 바이오를 차세대 축으로 삼았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화학·에너지 기반의 OCI도 마찬가지다. 지난 7월 부광약품 유상증자에 268억원을 출자해 지분을 17%까지 끌어올렸다. OCI는 안정적인 현금흐름과 플랜트 운영 경험을 무기로 원료의약품 및 중간체 생산을 결합할 수 있다는 점에 기대를 걸고 있다. 제조업 기반의 강점을 바이오 생산으로 확장하려는 시도다.
대규모 인수합병(M&A)의 대표 사례는 GS그룹 컨소시엄의 휴젤 인수다. GS는 사모펀드 IMM인베스트먼트 등과 함께 2022년 1조7240억원을 투입해 휴젤 지분 46.9%를 확보했다. 보툴리눔 톡신·필러 시장 대표 주자로 자리매김한 휴젤의 주가는 그간 3배 가량 올랐다. 롯데는 미국 뉴욕 시러큐스에 있는 BMS 공장을 1억6000만 달러(약 2226억원)에 인수했고, 국내에서는 롯데바이오로직스가 3조원 규모의 '메가플랜트(거대 생산공장)'를 건설하고 있다. CDMO(위탁개발생산) 사업을 새로운 성장축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산업자본이 바이오 투자에 매달리는 이유는 성장성이다. 성장 정체에 빠진 전통 제조업과 달리 바이오는 글로벌 고성장 산업으로 꼽힌다. 가구·식품·화학 등 전통 제조업은 내수 포화와 해외 경쟁 심화로 성장성이 둔화됐다. 안정적 현금흐름은 확보했지만 신규 먹거리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글로벌 고성장 산업인 바이오가 매력적인 선택지로 부상했다.
투자 타이밍도 매력적이다. 기술특례 상장 이후 자금난에 빠진 바이오 벤처들이 매물화되면서 전략적 투자자(SI) 입장에서는 유리한 밸류에이션(가치평가)에 우량 자산을 확보할 기회가 늘고 있다. 코스닥 바이오의 조정기와 맞물려 '싸게 사서 장기로 키우는' 전략이 가능해진 것이다. 정부가 바이오를 국가전략산업으로 지정하는 등 지원을 늘리고 있는 것도 이유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이종·동종 산업간의 바이오 투자, M&A(기업 인수합병)는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며 "제약바이오 산업의 생태계 조성을 위해 국내 기업들이 벤처기업에 적극적이고 지속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세제 혜택과 같은 인센티브를 확대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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