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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의 맥]'총주주'와 '전체주주'는 대체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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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의 명확성 훼손한 개정상법 용어
기업혁신 저해 법안, 시행 재고해이

[정책의 맥]'총주주'와 '전체주주'는 대체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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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의 충실 의무를 주주로 확대하고 주주 이익 보호 의무도 신설한 상법 개정안이 최근 발효됐다. 상법 개정 원인을 제공한 사안들은 숱하게 많겠으나 그중 둘을 꼽으라면 가깝게는 2020년 LG화학 물적 분할 사건, 멀리는 삼성물산·제일모직의 합병 비율을 둘러싼 소액주주와 외국계 자본의 문제 제기를 들 수 있을 것이다. 두 대기업은 각각 경영상 불가피성을 내세워 실행에 옮긴 일이겠으나, 그 과정에서 소액주주들의 이익은 철저히 배제되는 결과를 낳았다.


소액주주들의 '배신감'을 모르지 않는다. 또한 이번 상법 개정의 취지나 의미를 폄하하고자 하는 생각은 티끌만큼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무 법률가의 입장에서 기업의 주주 이익에 대한 무관심과 냉대를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로 보호하는 것이 최선인지, 또 그것이 실효성을 가질 것인지 의문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개정 상법 용어의 해석은 불분명하고 다의적이다. 법률의 명확성 원칙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법률 주체와 대상에게 법적 권리와 의무를 부과하고, 민형사상 책임을 지우려면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 개정 상법은 그 반대다. 상법은 이사가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해야 하며,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해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총주주는 무엇이고 전체 주주는 무엇인지 의미가 선뜻 와닿지 않는다.


주식회사에서 주주가 되는 동기는 너무도 다양할 것이다. 지배 지분을 가진 대주주, 주가 상승이나 배당을 바라고 투자하는 개인, 기관투자가, 외국 투자자의 이해관계나 동기는 천차만별이다. 기업의 지배구조를 공격하거나 경영권 탈취를 위해 주식을 소유하는 투기자본도 특별한 동기를 가진 주주이다.

이처럼 다양한 이해관계를 가진 주주들을 '총주주' '전체 주주'로 뭉뚱그려 이사에게 이들의 이익을 위해 의사결정을 하라고 한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을 하도록 요구하는 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어떤 주주의 이익을 위하려다 다른 주주의 이익을 침해하는 일을 하게 된다면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한 것인가 아닌가. 투기자본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대주주 입장에 선 의사결정을 하는 이사는 '전체 주주'를 공평하게 대우한 것이 맞는가 아닌가. 수없는 질문과 모순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질 수밖에 없다.


글로벌 기업 환경은 급변하고 있고, 변화에 적응 못 하는 기업은 살아남기 힘들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사회의 신속 과감한 의사결정이 필수 불가결한 조건이다. 그런데 개정된 상법은 기업의 혁신과 변화에 반드시 필요한 '의사결정 속도'를 촉진하는 게 아니라 제동을 걸고 방해하는 장치로 작동할 공산이 크다.


기업이 의사결정을 하려면 기업의 지속 가능성과 성장성이라는 근본의 가치 외에 모호하기 짝이 없는 '총주주' '전체 주주'의 이익에 맞는지를 검토하다가 시간을 허비하는 일이 숱하게 벌어질 것이다. 개정 상법은 혹시 불가능에 가까운 일을 기업들에 요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여기에다 주주들의 이익 보호를 법상 의무로 격상시킨다면 이사들이 부담하는 사법리스크의 크기는 가늠하기도 어렵다고 할 수 있다. 의사결정마다 이익을 침해당했다고 주장하는 주주들에 대한 관계에서 배임죄 성립 가능성이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경영 판단에 의한 배임죄를 제한하겠다는 의견이라고 한다. 그러나 경영 판단은 회사의 이익을 위한 의사결정에 적용되는 법리이지 주주들에 대한 관계에 적용하는 법리가 아니다. 번지수를 잘못 짚은 것이다.


결국 개정 상법은 풀 수 없는 미로 속으로 이사들을 밀어 넣고 사법 리스크에 대한 압박으로 기업의 의사결정을 지체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잘못하다간 우리 기업의 혁신과 변화를 방해하고 글로벌 경쟁에서 도태시킬 위험성이 있는 것이다. 정치권이 '일단 시행해 보고 문제가 있으면 개정하자'라는 식의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할 일이 아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이럴 때 쓰는 말이다.


이동열 로백스 대표변호사(전 서울서부지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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