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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의 맥]연구개발에서 신산업 혁신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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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전략 예산 한계에 R&D 부진
협력 생태계·위험분담 통한 성장을

[산업의 맥]연구개발에서 신산업 혁신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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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상업적으로 운행되는 무인 로보택시에 탑승했는데 불안감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수많은 차량과 보행자가 뒤섞인 좁은 도로에서도 차량이 라이다, 카메라 등 다양한 센서로 측정된 데이터로 주변 상황을 판단하고 차량을 능숙하게 조작하는 것을 텅 빈 운전석 옆에서 두 눈으로 봤기 때문이다. 머지않아 자율주행 차량이 본격적으로 확산되고, 우리 일상에도 엄청난 혁신의 파고가 밀려들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우리나라의 현황은 어떠한가. 2015년 서울에서 '자율주행 자동차 도로 시연 행사'가 열린 지 10년이 지났지만, 무인 버스는 일부 지역에서 교통량이 적은 심야시간대에 제한된 형태로만 운행되고 있다. 정부와 기업의 투자가 이어지고, 스타트업 생태계도 커졌지만, 경쟁국에 비해 혁신의 속도가 더디다. 미래 먹거리로 주목받는 다른 분야의 상황도 비슷하다. 연구개발과 혁신에 투입되는 자금과 인력의 절대 규모가 부족한 탓도 있지만, 우리 현실에 맞는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범정부적 국가 혁신 전략이 부재했다는 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연구개발 투자는 많은데 성과가 부족하다"는 이른바 '코리아 연구개발(R&D) 패러독스'가 반복적으로 제기되지만, 그 근거와 실체는 불분명하다. 그러나 지난 정부는 가시적 성과 미흡 등을 이유로 연구개발예산을 대폭 삭감해 연구생태계에 엄청난 혼란과 후유증을 남겼다. 반면 정반대로 이재명 정부는 기술선도 성장을 핵심 전략으로 삼아 내년 연구개발예산을 전년보다 19.3% 늘린 35.3조 원으로 편성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미래 성장동력을 키우는 데 정부 역할은 중요하다. 그러나 정부 의지와 투자만으로는 분명 한계가 있다. 2023년 기준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세계 2위(4.96%), 총 R&D비는 세계 5위(119조 원)다. 이 중 76%는 기업이 담당하며, 특히 상위 20개 기업이 기업 투자의 절반을 상회한다. 이런 구조 속에서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려면 정부와 기업이 힘을 합쳐 범국가적 혁신 성장전략을 세워야 한다.


우선, 정부 투자가 실질적 혁신으로 이어지려면 기존 연구개발 정책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 단순히 기술 개발을 넘어 사업화 등 혁신정책과 긴밀하게 연계해야 미래 산업 육성 또는 주력 산업의 초격차 유지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각 부처의 혁신 지원 수단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범정부적 조정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또한 우수 성과는 신속히 스케일업 할 수 있도록 성과 관리 체계도 획기적으로 개편해야 한다.

둘째, 국내 생태계가 아직 취약한 분야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이 중심이 돼 임무지향적 통합형(full stack) 혁신을 추진해야 한다. 여기에 대기업부터 중견·중소기업, 대학이 참여하는 협력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목표는 개별 기술이 아니라 최종 제품과 서비스 개발이다. 투자가 개별 요소기술 개발에만 머문다면 혁신의 실질적 성과와 파급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정부는 단순한 연구비 지원을 넘어 모험자본가적 역할도 해야 한다. 양자컴퓨터, 미래에너지처럼 초기 불확실성이 크고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분야에서는 연구를 스케일업하고 상용화를 추진하는 과정에 민간과 함께 정부도 위험을 분담해야 한다. 이를 뒷받침할 과학기술 금융 지원 체계도 필요하다.


대한민국의 '진짜 성장'은 연구개발에 기반한 혁신에 달려 있다. 연구개발투자가 단순한 마중물에 머무르지 않고 실질적 성장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성공의 사다리'를 세워야 한다. 그것이 과학기술계에 대한 국민적 기대에 부응하는 길이다.


오태석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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