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사연, 주요 27개국 다태아 데이터 분석
난임 시술 증가 영향…다태아 계속 늘 것
산모·태아 위험 커 실태 연구·정책 지원 필요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세계 최저 수준이지만, 쌍둥이를 포함한 다태아 출산율은 세계 최고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세쌍둥이 이상 출산율은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이는 출산 연령 상승에 따라 난임 치료와 시술이 증가한 데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25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한국의 다태아 출생 추이와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의 다태아 출산율(분만 1000건당 쌍둥이 이상의 다태 분만 건수)은 26.9건으로 '세계 다태아 출산율 데이터(HMBD)'에 포함된 27개 주요국 중 2위로 나타났다. 전체 국가 평균은 15.5건으로, 우리나라는 이보다 11.4건 많았다.
특히 세쌍둥이 이상 '고차 다태아' 출산율은 0.59건으로 전체 국가 중 1위를 차지했다. 2위 그리스는 0.37건이었고, 전체 국가 평균은 0.21건으로 한국의 3분의 1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급감하고 있지만 다태아 출생은 늘고 있다. 통계청 등에 따르면 합계출산율은 2000년 1.48명에서 2023년 0.72명으로 반토막이 났지만, 다태아 출생은 같은 기간 1만768명에서 1만2622명으로 늘었다. 전체 출생아 중 다태아 비율은 1.7%에서 5.5%로 3배 이상 증가했다.
보고서는 출산 연령 상승과 의료보조생식술(난임 시술) 발전이 다태아 출생 증가의 주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또 한국의 난임 시술 건수 및 환자가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다태아 출생은 앞으로도 증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 다태아 임신 비율은 자연 임신에서 1~2%이지만 난임 시술의 경우 30~4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모·태아 모두에 고위험…출산 후 돌봄 부담도 커
문제는 다태아 임신이 산모와 태아 모두에게 위험성이 크고, 출산 후에도 양육 부담이 크다는 데 있다.
실제 다태아 임신의 경우 산모가 겪는 위험은 단태아 임신보다 훨씬 높았다. 임신중독증이나 임신성 당뇨 같은 합병증 발생 위험이 2~3배 증가했고, 평균 임신 주수도 단태아보다 약 3주 짧았다. 특히 37주 이전에 출산하는 조산율은 단태아 임신보다 10배에 달했으며, 출생한 아기의 약 73%가 신생아집중치료실(NICU)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다태아 부모의 70%는 출산 후 2년 동안 심각한 심리·정서적 어려움을 겪었고, 다태아 산모의 30%는 고도 우울증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배혜원 연구원은 "다태 임신은 산모와 태아 모두에게 위험해 사회적 과제가 많다"며 "다태아 출생 가구 대상 데이터를 구축하고 정책 수요에 기반해 보건복지 서비스를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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