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반도체 투자 재원 확보
기관투자자 영향력 확대 전망
소프트뱅크가 올해 들어 세 차례에 걸쳐 약 2조3000억원 규모의 쿠팡 지분을 처분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공지능(AI)·반도체 등 신사업 투자 재원 확보와 국내 규제 환경 변화를 고려한 전략적 판단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5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지난 20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쿠팡 주식 2000만 주를 약 5억7000만 달러(8000억원)에 매각했다. 앞서 5월과 6월에도 각각 3000만 주(약 1조1000억원), 1000만 주(약 4000억원)를 처분해 올해에만 총 6000만 주(16억5000만 달러·2조3000억원)를 팔아치웠다.
이번 매각으로 소프트뱅크의 쿠팡 지분율은 2021년 말 32%대에서 현재 17% 선으로 낮아졌다. 2021년 상장 직후 37%에 달했던 비중은 4년 만에 절반 이하로 줄어든 셈이다.
소프트뱅크의 지분 정리는 글로벌 투자 포트폴리오 전환과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손정의 회장은 올해 미국 내 5천억 달러 규모 AI 인프라 프로젝트 '스타게이트'를 오픈AI·오라클과 함께 추진 중이며, 오픈AI 추가 출자와 글로벌 반도체 기업 투자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투자업계에선 쿠팡 지분 매각이 이런 대규모 투자 재원 마련 차원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국내 정책 환경도 변수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으로 원청의 책임이 강화되면서 물류·배송 인력이 많은 쿠팡은 노동 리스크에 직면해 있다. 여기에 온라인플랫폼법 제정 논의가 본격화하면 거래 관행·수익 구조 전반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쿠팡 주가가 올해 들어 30% 넘게 오르며 차익 실현 여건이 마련된 점도 매각 배경으로 거론된다.
경영권에는 변화가 없다. 김범석 의장은 차등의결권을 통해 소수 지분으로도 70% 이상의 의결권을 행사하며 안정적인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소프트뱅크의 지분율 하락으로 기관투자자들의 영향력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일부 글로벌 자산운용사와 투자사들은 최근 쿠팡 보유 지분을 늘리며 입김을 키우고 있다.
쿠팡은 앞서 1조4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하는 등 주주 가치 제고에 나서고 있다. 업계에서는 "소프트뱅크가 추가 매각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며 "기관투자자의 압박이 커질수록 쿠팡은 성장과 수익성, 주주친화 정책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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