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음식점 등 판매 껑충
채소류 등 일부 상인들은 글쎄
"단기 현상 우려, 근본대책 필요"
"일시적으로 매출이 오르긴 했지만, 반짝 효과면 어떡하죠."
25일 광주 서구 양동시장.
지난달 22일부터 정부가 지급한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한 달여가 지난 이 날 시장은 장을 보기 위한 손님들로 가득했다. 상인들은 한 손에 장바구니를 든 행인들에게 "이리 오시라", "찾는 거 있으시냐" 하며 손짓했다. 손님들은 잠시 멈춰서 저녁에 먹을 장을 보는가 하면, 접시나 옷 등 생필품을 사는 모습도 보였다.
시장에선 대부분이 지난달보다 매출이 올랐다고 입을 모았다.
이곳에서 10여년 동안 정육점을 운영해 온 정 모(51) 씨는 "소비쿠폰이 발행된 이후 작년보다 매출이 늘긴 했다. 저번 달 내린 집중호우와 지속되는 폭염 속에서 그나마 가뭄의 단비라 느껴졌다"며 "지나가다 둘러보던 손님들에게 말을 걸면 자연스레 고기를 사는 빈도가 높아지긴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채소 등 비교적 유통기한이 짧은 물품을 주로 판매하는 점포는 소비쿠폰 효과가 미미하다는 반응이었다.
양상추 등 채소류를 판매하는 김 모(65) 씨는 "이곳 일대 채소가게 상인들은 소비쿠폰 덕을 좀처럼 보지 못했다. 반찬, 생선가게와 정육점들로 매출이 몰렸다고 들었다"며 "손님들이 사놓고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거나, 평소 비싸서 먹지 않게 된 것을 주로 찾는다. 채소는 고객층이 정해져 있고 전혀 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소비쿠폰이 발급된 후 한 달여 간 편의점 등의 매출도 증대했다.
행정안전부가 2주간 신용·체크카드로 지급된 소비쿠폰의 사용처를 분석한 결과 대중음식점이 41.4%, 마트·식료품 15.4%, 편의점 9.7% 등으로 집계됐다.
대형 편의점 4사의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20일까지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약 8%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주택가 상권의 경우 방문객 수와 1인당 구매 금액이 각각 10% 정도 늘었다.
편의점에서는 맥주 등 주류부터 정육상품 등 신선식품, 간편식, 생필품, 건강식품 등 다양한 품목의 매출이 늘었다. 소비기한이 긴 주류 매출이 최소 10% 이상씩 늘었다. GS25에서는 축산품(100.9%)과 수산품(114.4%) 매출이 작년의 두 배로, CU에서는 건강식품 매출이 86.3% 각각 늘었다.
세븐일레븐에서는 즉석식품(60%)·냉동정육(40%)·고급 아이스크림(20%), 이마트24에서는 두부·콩나물(47%)·냉장국·탕·찌개(46%) 등 매출 증가가 눈에 띄었다.
화정동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골목 상권이다 보니 1인 가구가 많다. 도시락이나 주류 판매량이 늘었다"며 "크게 늘었다고 볼 순 없지만, 소비쿠폰 영향이 어느 정도 있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매출 증가가 소비쿠폰 발급으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구 쌍촌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 모(28) 씨는 "손님이 늘어나는 건 좋지만 소비쿠폰을 다 쓰면 예전처럼 한산해질지 걱정도 된다"며 "갈수록 물가가 오르고 있는데, 일회성 혜택보다는 유통, 임대료 등 소상공인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에 대한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1차 소비 쿠폰과 9월에서 10월 말로 예정된 2차 소비 쿠폰 모두 소비 사용기한은 11월 30일까지다. 정부는 다음 달 2차 지급을 앞두고 있다.
호남취재본부 민찬기 기자 coldai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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