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바다 수온이 예년보다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양식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고수온 경보 발령 시점과 실제 피해 발생 시점이 모두 지난해보다 앞당겨지며 '국민 횟감'으로 불리는 광어와 우럭의 공급 차질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25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올해 고수온 위기경보 '주의' 단계는 지난해보다 일주일 이른 지난달 3일 발령됐다. 한 단계 높은 '경계' 단계는 작년보다 보름 이른 지난 9일 발령됐다. 전문가들은 장마 기간 집중호우로 떨어졌던 수온이 장마 종료 후 다시 빠르게 상승세로 전환한 것이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폭염 장기화…수온 계속 오른다
더 큰 문제는 불볕더위가 이어지고 있어 바다 수온이 계속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국립수산과학원 측은 "지난주부터 다시 시작된 전국적 폭염으로 수온 상승 경향이 지속하고 있다"며 "지속적인 수온 상승이 전망돼 추가적인 고수온주의보 발표 확대와 경보 단계 상향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기후변화에 따른 이상기온 현상은 양식 어종의 폐사를 불러오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폐사 피해는 우럭과 광어 등 양식 어종에 집중됐다. 올해 양식어종 폐사 피해는 지난해보다 일찍 시작됐다. 행정안전부의 안전관리 일일 상황에 따르면 올해 첫 양식어종 폐사는 지난달 27일 발생했다. 지난해보다 나흘 앞선다.
출하량 뚝…광어·우럭 가격 증가
고수온 영향은 곧장 생산량과 가격에 반영됐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수산업관측센터의 수산 관측을 보면 우럭의 지난달 출하량은 작년 같은 달보다 17.5% 줄어든 1017t이다. 전달보다도 21.0% 감소했다.
공급 감소는 가격 상승으로도 이어졌다. 지난달 우럭 산지 가격은 ㎏당 7000원으로, 지역과 중량별로 차이가 있지만 지난해 같은 달보다 9.2~55.6%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광어의 경우 지난달 출하량은 폭염과 집중호우 여파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3% 줄어든 3057t으로 집계됐다. 해양수산개발원은 광어의 이달 출하량은 작년 같은 달보다 6%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치어 방류 등 긴급대응…정부, 최대 5000만원 보조금
양식 어민들은 폐사 피해를 줄이기 위해 치어(어린 물고기) 방류 등 긴급 대응에 나섰다. 경남 고성·통영·거제·남해의 양식장 어가들은 우럭과 쥐치, 숭어 등 158만 마리를 방류했고, 충남 태안 일대에서도 약 150만 마리를 바다에 풀었다. 정부는 치어 조기 방류를 유도·지원하며 최대 5000만원까지 보조금을 지급하고, 액화산소 공급 장치 보급도 확대하고 있다.
해수부는 지난해 발표한 '수산·양식 분야 기후변화 대응 종합계획'에 더해 어종·권역별 맞춤형 대책을 새로 마련 중이다. 관계자는 "양식장 이동·면허 전환뿐 아니라 스마트 양식 기술을 도입해 육상 양식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며 "새 대책은 연말 발표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