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마두로 대통령, 미국과 극한 갈등
美 군사 위협 강해지자 '우호관계' 중국 구애
"시진핑과 위성으로 소통해…니하오, 셰셰"
미국과 갈등을 겪고 있는 베네수엘라의 철권통치자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중국과의 밀착을 공개적으로 과시하고 나섰다. 연합뉴스는 23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을 인용해 "마두로 대통령이 지난 14일 한 교육 행사에서 새로운 것을 배우는 방법에 관해 이야기하던 중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서 선물 받은 새 휴대전화를 청중에 선보였다"고 보도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연설 도중 "내가 새로운 화웨이 스마트폰, 세계에서 가장 발전된 제품인데, 그 사용법을 배우고 싶다고 하면"이라고 하더니 휴대전화를 꺼내 들고서는 "이것은 시 주석이 나에게 준 것인데, 나는 그와 위성으로 소통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국어로 통화를 하는 척하며 "니하오(안녕하세요), 니하오, 셰셰'(고맙습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베네수엘라는 중국과 '전천후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맺고 있는데, 이는 중국이 극소수 나라와만 맺고 있는 최고 수준의 외교 관계다. 마두로 대통령은 지난주 란후 주베네수엘라 중국 대사와 회동한 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중국과의 협력 관계를 부각하기도 했다. 그는 "나는 올해 경제, 과학, 기술, 인공지능 프로젝트 분야에서 자매국인 중국과의 상호 협력이 진전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마두로 대통령이 중국과의 친선을 강조하는 나선 배경에는 베네수엘라와 자신을 겨냥하고 있는 미국의 전방위적 위협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은 최근 마약 카르텔을 차단하겠다며 베네수엘라 주변 카리브해에 해군 이지스 구축함 3척을 배치하고 4000명이 넘는 군 인력을 투입하기로 했다. 또 마두로 대통령을 세계 최대 마약 밀매업자 중 한 명으로 규정하며 그에 대한 체포 현상금을 기존보다 2배 높은 5000만달러(약 623억원)로 제시하기도 했다.
반면 중국은 미국에 대응해 베네수엘라를 측면 지원하고 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1일 브리핑에서 "우리는 국제 관계에서 무력 사용이나 위협, 그리고 어떤 명분으로도 베네수엘라 내정에 외부 세력이 개입하는 것에 반대한다"며 "미국이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해 지역에서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는 더 많은 조처를 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미국에 맞서 국가 전역에 민병대 450만명을 배치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상태다. CNN은 중국에 대한 마두로 대통령의 구애를 두고 "사소해 보일지라도 이는 베네수엘라가 미국과의 긴장 속에서 중국과의 우호 관계를 공개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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