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 공유·사기 진작 차원"
국내 게임업계에 '닌텐도 스위치2'가 풍년이다. 게임사들이 임직원에게 성과에 대한 보상으로 스위치2를 대거 지급한 것이다. 사기 진작과 함께 즐거운 경험을 공유하고 게임 개발에 힘쓰자는 취지다.
낯선 일은 아니다. 그동안 게임사들은 스위치1, 에어팟, 아이폰 등 당시의 최신 정보기술(IT) 기기를 제공해왔다. 엔씨소프트는 김택진 창업자 겸 공동대표가 쏘아 올린 공이 업계에 하나의 문화를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경기 성남시 판교에 있는 넥슨코리아 임직원들은 최근 스위치2 마리오카트 월드 세트를 선물 받았다. 정규직뿐만 아니라 계약직, 파견직, 인턴 등 예외는 없었다. '명절도 아닌데 웬 선물?'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으나 회사가 거둔 호실적을 구성원들과 함께 기념한 데 의미가 있다고 넥슨 측은 전했다.
다만 인원이 수천명에 달해 물량을 확보하는 데 시간이 걸려 지급이 다소 늦어졌다. 지난해 기준 넥슨 임직원은 약 4000명으로, 구매액은 총 27억5000만원 상당이다. 지급 시기가 늦어지면서 그사이 개인적으로 구매한 직원들이 많아 중고 거래 플랫폼에 '미개봉 새 상품'으로 많이 풀렸다는 얘기까지 돈다.
넥슨에 앞서 지난 6월에는 시프트업과 네오위즈가 스위치2를 임직원들에게 돌려 업계 부러움을 샀다. 이들 회사는 사실상 스위치2가 출시되자마자 제공한 셈이다.
당시 시프트업은 액션 어드벤처 게임 '스텔라 블레이드'의 누적 판매 300만장 돌파를 기념해 300여명의 전 직원에게 스위치2를 전달했다. 시프트업은 이미 올해 초에 해당 게임 출시 성과에 힘입어 '플레이스테이션5 프로'를 지급했다. 반년 새 최신 게임기를 두 개나 받은 임직원들의 만족도는 한층 높아졌다.
네오위즈는 액션 역할수행게임(RPG) 'P의 거짓' 개발진에게 인센티브와 함께 스위치2를 선물했다. 이 게임의 전 세계 누적 판매량이 300만장을 넘긴 덕분이다. 업계 관계자는 "게임사들은 신작을 꾸준히 내놓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여러 게임(기)을 체험해봐야 한다"며 "실제 게임을 좋아하는 임직원들이 많아 포상 효과는 톡톡히 나타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신 게임기 지급이 게임업계 복지로 정착한 데에는 김택진 대표의 영향이 컸다고 관계자들은 말한다. 엔씨소프트에 따르면 2017년 김 대표는 전 직원에게 스위치1과 젤다의 전설 패키지를 지급했다. 창립 20주년에 더해 직접 경험한 뒤 잘 만들었다고 느낀 게임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당시 엔씨소프트와 김 대표는 하나의 아이콘으로 군림했다.
이후 게임사들은 성과 등과 결합해 IT 기기를 선물했고, 소문은 삽시간에 퍼졌다. 게임기 외에도 넥슨은 2021년 자회사 네오플 임직원에게 '아이폰12 프로맥스'를 나눠줬다. 그전에는 '애플워치'와 '갤럭시워치'를 선택 지급하기도 했다.
한 게임사 관계자는 "게임업계만의 독특한 문화로 다른 업종에 종사하는 지인들이 부러워하곤 한다"며 "각 게임사가 잘 되는 것은 물론이고 이를 기반으로 한국 게임산업이 파이를 더욱 키워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노경조 기자 felizk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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