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이코노미스트 보도
기후변화로 폭염 기간이 예전보다 더 길어지면서 임신부와 태아의 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22일(현지시간) 전문가의 주장을 인용해 "기온이 올라갈수록 임신부의 조산, 사산, 저체중 출산 위험이 증가한다"고 보도했다.
"기온 오르면 조산, 사산, 저체중 출산 위험도 증가"
영국 런던위생열대의학대학원(LSHTM)에 따르면 임신부가 출산 전 한 달간 평균 기온 1도 상승을 경험할 때마다 조산 위험은 약 4% 증가한다. 조산은 신생아 사망 위험을 높이는 데다 심혈관 질환, 호흡기 문제, 발달장애 등 평생 건강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2010년부터 2020년까지 매년 약 1만3000건 이상의 조산이 폭염과 관련 있다는 분석이 나왔는데, 이 가운데 약 4분의 1은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인도와 나이지리아 등지에서도 지난 20년간 수만 건의 신생아 사망이 폭염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것으로 밝혀졌다.
폭염 피해는 임신부들 사이에서도 각각 다르게 나타났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미국 의사협회 학술지 JAMA 네트워크 오픈이 지난해 5월 발표한 논문을 보면 폭염 이후 전체 임신부의 조산 위험은 평균 2% 증가했다. 특히 만 29세 이하의 교육 수준이 낮거나 소수 인종 출신 여성들인 경우 위험률이 두 배 높은 4%까지 상승했다.
사회경제적 요인에 따라 피해 달라
미국 네바다대 리노캠퍼스의 린지 대로우 교수는 "모든 임신부가 동일한 조건에서 폭염을 경험하는 것은 아니다"며 "냉방 시설, 전기요금을 감당할 수 있는 재정 능력, 실내 근무 여부 등 사회경제적 요인이 건강 격차를 키운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감비아 등 아프리카 국가에서는 임신부 절반 이상이 농업에 종사해 하루 대부분 위험한 수준의 열에 노출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조산을 전 세계 인적 자본 손실의 주원인 중 하나로 꼽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후 변화에 따른 폭염 피해가 인구 전체의 건강과 생명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라면서 정부와 사회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에선 조산 1건당 약 6만4000달러(약 9000만원)의 경제적 비용이 발생하고, 중국은 폭염으로 인한 조산으로 연간 10억달러(약 13조8400억원) 이상 손실을 보고 있다"며 "기후 변화가 심해질수록 손실 규모는 더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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