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책임질 국민의 생명과 안전, 해외 동포 여러분도 예외가 아냐"
간토대학살 언급 "반인권적인 국가 폭력이 벌어지지 않는 나라 만들겠다"
"한일 관계, 새로운 미래를 위해 나아가고 있다" 평가
재일 동포 "한일간 협력과 우호 절실"
韓대통령이 첫 양자 방문국으로 일본 찾은 것은 처음
한일 정상회담을 위해 방일 중인 이 대통령이 과거 대한민국 정부가 주도한 간첩 조작 사건 등으로 고통을 겪었던 재일 동포를 향해 고개 숙여 사과했다. 이 대통령이 언급한 간첩조작사건은 1975년 김기춘 당시 중앙정보부 대공 수사국장이 주도해 재일교포 21명이 간첩 혐의로 조작 기소한 사건으로, 이후 재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23일 일본 도쿄 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재일 동포와 오찬 간담회에 참석해 '직시해야 할 부끄럽고 아픈 역사도 있다'고 운을 뗀 이 대통령은 "위대한 민주화 여정 속에서 많은 정말로 많은 재일 동포들이 억울하게 간첩 조작 사건의 피해자로 고통을 겪었다.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대한민국 국가 폭력의 희생자와 가족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리면서 공식적으로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말하고 이같이 고개를 숙였다. 간담회에 참석한 재일 동포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일본 도쿄 하네다 공항 도착 이후 첫 일정으로 재일 동포들을 만났다. 간담회에는 김이중 민단중앙본부 단장 등 200여명의 재일 동포를 포함해 이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를 포함해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김용범 정책실장, 이혁 주일대사 내정자 등이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과거 간토대학살에 대한 언급도 했다. 이 대통령은 "100년 전 아라카와 강변에서 벌어진 끔찍한 역사, 여전히 고향 땅에 돌아가지 못한 채 일본 각지에 흩어져 있는 유골들의 넋을 결코 잊지 않겠다"며서 "다시는 반인권적인 국가 폭력이 벌어지지 않는 나라다운 나라, 국민의 안전한 일상을 책임지는 부강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하는 정부의 책임에서 해외 동포 여러분도 예외가 아니다"라며 "해외 동포 여러분의 안전과 권익보장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며 모두 함께 잘 사는 나라로 확고하게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또 이 대통령은 "최근 80년 광복절을 맞이해서 순국선열의 숭고한 희생을 떠올렸을 때 특히 마음이 쓰였던 분들이 바로 재일 동포"라면서 2·8 독립선언과 독립 만세 운동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도쿄의 중심지 곳곳에 동포 여러분들의 치열했던 삶의 흔적이 오롯이 녹아 있는 것 같아 마음이 먹먹하다"면서 "굴곡진 대한민국의 역사에서 굽이굽이마다 동포들의 헌신과 희생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식민 지배 아픔에 이어 분단의 아픔에도 재일 동포 여러분은 언제나 모국의 든든한 후원자이자 버팀목이 됐다"면서 오늘날 주일 대한민국 공관 10개 중 9개가 재일 동포 여러분의 기부로 이뤄졌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한일 관계에 대해서는 새로운 미래를 위해 나아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대통령은 "마당을 같이 있는 이웃이라는 말에 걸맞게 연간 1200만명 연간 상호 양국을 오가며 교류하고 있다. 1965년 2억 200만달러 양국의 교역 규모는 2024년 772억달러 350배 늘어났다"면서 "떡볶이, 김밥, 삼겹살, 치맥은 더이상 한국민의 음식이 아니라 일본 측에서는 케이 뷰티와 팝으로 한국을 배우고 느끼고 체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김 민단중앙본부 단장은 환영사를 통해 "대한민국 근대화 경제 발전에 노력한 1세 선배를 시작으로 이제는 4~5세 세대까지 이어지고 있다"면서 "이제는 당당한 선진국이 된 대한민국이 함께 밝은 미래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한일 간 협력과 우호가 절실하다. 한인 단체가 하나가 돼 앞으로 변함없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첫 양자 방문국으로 일본을 찾은 것은 역사상 처음이다.
도쿄(일본)=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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