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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트럼프 2.0, 우리는 조작된 세계에 살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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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트럼프 2.0, 우리는 조작된 세계에 살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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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후반 높은 경제 성장 속에서 우리나라 물가 목표는 4% 정도였다. 그간 세상이 달라졌지만, 과거 정부의 물가 관리 업무는 비판받을 만하다. 물론 물가를 억누르려는 관료의 제스처는 약하지만, 항상 느껴져 왔다. 과거 매주 물가 성적표를 받던 시기에 담당 공무원들은 품목별 물가 관리에 시달려야 했다.

물가 인상 폭탄은 늘 정쟁의 대상이 된다. 1995년 남해안 기름 유출로 멸치 어획량이 89%나 줄고 값이 78%나 올랐다. 당시 김영삼 대통령이 아버지 수입을 늘려주려고 멸칫값을 올렸다는 말이 거리에 돌았다. 야당은 이를 구실로 '멸치가 기가 막혀'라는 정치 광고를 내걸고 정부의 물가 대책을 힐난했다. 배추값이 올라 금배추가 돼 배추를 국정감사장에 가져오는 국회의원들은 무슨 생각을 한 걸까.


요즘 이런 일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기에 일어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월마트의 가격 인상을 억제하려는 글을 올렸다. 관세를 핑계로 가격을 전반적으로 올리려는 월마트의 시도를 그만둬야 한다는 게 주된 목적이었다. 소비자에게 관세 인상으로 인한 가격을 전가하지 말고 관세를 감수하라는 그의 말은 경제 논리에 맞지 않는다.

어디 월마트뿐인가. 미국 최대 온라인 유통업체 아마존의 경우를 보라. 아마존이 일부 상품 가격에 관세로 추가된 금액을 표시하려 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앙숙 같은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주에게 전화를 걸어 불만을 표시해 물가를 낮추려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미국의 고용 상황이 급속히 악화하고 있다는 통계 발표에 분개했다. 이를 "조작된 숫자"라고 주장하며 노동부 산하 노동통계국장을 전격 해고했다. 해고된 여성 국장은 바이든 행정부가 지명한 인물이다. 경제학자들은 이례적으로 큰 하향 조정에 고용시장이 예정보다 빠르게 냉각되고 있다고 평했다.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이 투자 위축과 고용 둔화로 이어졌다는 경고가 현실이 됐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은 어떨까. 공정한 통계는 민주주의의 기반으로 해고는 정당하고 훨씬 더 유능하고 정직한 인물로 대체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 11일 신임 국장으로 충성파인 보수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E J 앤서니를 지명했다. 누구의 말이 옳은 것인지를 떠나 이런 일이 세계 최고의 국가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미국 노동통계국은 7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2.7% 상승했다고 12일(현지시간) 밝혔다. 6월(2.7%)과 동일한 수준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그토록 원하는 금리 인하의 청신호로 시장은 받아들였다. 식품이나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는 이 기간 3.1% 올라 시장 예상치(3%)를 웃돌았다.

지난 14일 노동통계국은 7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전월 대비 0.9%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3년 만에 최대 상승 폭으로 전년 동기 대비로는 3.3% 올랐다. 모든 수입품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가 비용을 증가시켜 조만간 CPI도 급등한다면 큰일이다. CPI 인상에는 시차가 있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몽니인 제롬 파월 Fed 의장의 9월 금리 향방에 대한 입장이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이 간다.


7월까지 관세 인상에 따른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하지 않던 수입업자들이 8월부터는 소비자 물가에도 반영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어떤 입장을 취할까. 데이터가 조작됐다고 말할 것인가. 임금, 가격 인상을 억제하기 위한 정부의 업계, 노조에 대한 강력한 요청을 영어로 'Jawboning'이라고 한다. 혹시 이 단어가 올해의 단어가 되는 것은 아닌지 몹시 궁금해진다.

조원경 UNIST 교수·글로벌산학협력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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