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송 BIS 경제보좌관 겸 통화경제국장, 세계경제학자대회서
"도입돼도 달러코인 수요 지속될 것, 달러화 위치는 기술과 별개"
기관용 CBDC…퍼블릭 블록체인 대비 프라이버시에 오히려 강점
프로젝트 한강, 재정 지원금 배포 시 부정사용 방지 등에 유망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빠른 도입이 필요한 부분인지에 대해선, 달러화의 위치는 기술과 별개의 문제라는 말로 답을 대신하겠습니다."
21일 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경제보좌관 겸 통화경제국장은 4일 차를 맞은 '2025 세계경제학자대회'에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의 최신 동향을 주제로 한 세션을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달러 표시 가상자산과 맞교환…자본 유출 통로 터줄 것"
신 국장은 이날 세션 중 "자국통화(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도입되더라도 달러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지속될 것"이라고 언급한 점을 짚으며 "점진적으로 발전시켜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수요는 글로벌 경제에서 달러가 차지하는 지배적인 역할과 네트워크 효과에 따른 것으로, 기술적으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도입해도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역할을 대체하긴 힘들다는 얘기다. 그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오히려 블록체인을 통해 달러 표시 가상자산과 맞교환함으로써 자본 유출 통로를 터주고 기존의 외환거래 규정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신 국장은 블록체인의 특징에 맞는 맞춤형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스테이블코인을 이용한 국경 간 거래는 최소 연 1조6000억달러로 추정되며,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그는 "스테이블코인을 이용한 범죄행위는 2022년 비트코인을 추월했고, 현재 가상자산 이용한 범죄 행위 전체의 약 63%를 차지한다"며 "환율 변동성이 높고 자본 유출에 취약한 나라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이 자본 유출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신 국장은 앞서 스테이블코인이 통과한 지갑의 이력을 추적, 해당 기록에 근거한 '가상자산의 합법적 사용 점수 제도'를 제안한 바 있다. 신 국장은 "점수 제도는 블록체인 자체 제어는 불가능해도 은행 제도로 통하는 접점(오프 램프) 을 통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사용자간 불법 거래에 관한 주의의 의무 발생 등 강점 역시 있어 맞춤형 규제의 일환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화폐에 대한 신뢰가 핵심…프로젝트 한강, 재정 지원금 배포용으로 유망"
그는 스테이블코인이 '화폐의 단일 가치에 대한 사회적 공통 인식을 기반으로 경제 활동을 뒷받침한다'는 통화제도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을 유지하고 신뢰할 수 있는 결제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선 토큰화한 중앙은행 및 상업은행 화폐 플랫폼이 유망한 대안이라는 설명이다. 한국은행의 '프로젝트 한강', BIS의 '프로젝트 아고라' 등이 그 예다.
신 국장은 "중앙은행에 예치된 지급준비금을 통해 금융기관 간 최종 결제가 이뤄지므로, 현금을 쓰든, 은행 창구를 통해 송금하든,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결제하든 지급수단과는 무관하게 통화의 가치에 대해서는 불문의 원칙이 성립된다"고 말했다. 반면 스테이블코인은 단일성을 보장하지 못하고 항상 '교환 비율'이란 꼬리표가 뒤따른다고 봤다. 그는 "통화금융제도란 사적이익을 초월한 공공의 이익 추구가 원칙이 돼야 한다"며 "중앙은행을 비롯한 정부와 공공기관의 역할이 필수적"이라고 짚었다.
프로젝트 한강은 특히 재정 지원금 배포용으로 유망하다고 강조했다. 프로그램화할 수 있기 때문에 돈으로 지급되는 것보다 관리가 용이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신 국장과 함께 이날 세션에 참석한 윤성관 한은 디지털화폐실장은 기관용 CBDC가 거래 속도를 높이고 비용을 절감하는 동시에, 사회보조금 집행이나 인공지능(AI) 기반 경제와 같은 새로운 영역에서 혁신을 촉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회보조금에 활용되는 맞춤형 바우처 제도를 통해 특정 품목에만 지출이 가능하도록 제한하기 때문이다. CBDC 플랫폼을 활용해 정부 재정을 보다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았다. 특히 공적 자금의 흐름을 추적하고 보조금 남용을 막으며 자동화된 관리 기능을 통해 낭비와 부정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왼쪽 두 번째부터)윤성관 한국은행 디지털화폐실장, 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경제보좌관 겸 통화경제국장 등이 2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5 세계경제학자대회'에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의 최신 동향을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다. 김유리 기자
원본보기 아이콘기관용 CBDC…퍼블릭 블록체인 대비 프라이버시에 오히려 강점
한편 신 국장은 기관용 CBDC를 활용하는 프로젝트 한강이 퍼블릭 블록체인 대비 프라이버시에 오히려 강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퍼블릭 블록체인에선 익명성 막만 없어지면 내역이 완전히 들통난다. 퍼블릭 블록체인은 흔히 설명하는 것에 비해 프라이버시에 취약하다"며 "프로젝트 한강은 기관용 CBDC를 활용, 기존 시스템과 똑같기 때문에 중앙은행은 개별 거래를 전혀 못 보고 지급준비금으로 최종 결제만 수행한다. 퍼블릭 블록체인 대비 프라이버시에 강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원화 스테이블코인 관련, 은행 중심으로 선제 도입한 후 필요 시 점진적 확대에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언급한 데 대해선 "은행들이 리스크 관리를 제일 철저하게 잘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불법 거래를 감시하고 차단하는 측면에선 리스크 관리가 철저한 금융기관 먼저 도입하는 게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신 국장은 "은행은 계좌 관리와 신원 확인, 불법 거래 차단 등 리스크 관리가 몸에 뱄다"며 "(앞서 제안한)가상자산의 합법적 사용 점수 제도 같은 것도 실행하려면 은행이 하는 게 제일 유망하다"고 봤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