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5000만원 전달 막아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조직이 피해자를 숙박업소에 스스로 머물게 하며 거액을 편취하려는 이른바 '셀프 감금' 수법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21일 전북경찰청에 따르면 이달 초 20대 여성 A씨가 보이스피싱 조직의 지시에 따라 전북 지역 한 모텔에서 나흘간 머물며 5000만원을 마련했다가 경찰에 의해 구조됐다.
A씨는 지난 1일 카드사 콜센터를 사칭한 전화를 받았다. '신용카드가 곧 배송될 예정'이라는 안내에 의문을 제기했으나, 보이스피싱 조직은 검사·금융감독원 직원 등을 사칭한 일당과 차례로 연결을 유도하며 불안을 키웠다. 이어 개인정보 유출을 이유로 "계좌가 범죄에 연루됐다", "수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구속 수사하겠다"고 협박했다.
그러면서 A씨에게 '자산 검수를 위해 숙박업소에서 혼자 지내라'고 지시했고, 그는 실제로 모텔에 나흘간 머물며 대출까지 받아 현금 5000만원을 준비했다. 다행히 경찰이 A씨 휴대전화에 설치된 악성 애플리케이션 추적 등을 통해 첩보를 입수하고 현장에 출동해 돈을 전달하기 직전 그를 구조했다.
이 같은 셀프 감금 보이스피싱은 피해자가 협박과 기만에 속아 스스로 외부와 단절된 공간에 머무르며 원격 제어, 통화 지시를 따르도록 한 뒤 돈을 갈취하는 신종 수법이다. 경찰은 최근 전국적으로 유사 사례가 늘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전북경찰청은 도내 숙박업소를 돌며 예방 안내문을 배포하고 적극적인 신고를 요청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기관이 숙박업소 등에서 조사를 진행하는 경우는 없다"며 "'숙소에서 혼자 있어라', '녹취를 위해 조용한 곳에서 전화를 받아라'는 지시를 받는다면 보이스피싱이므로 즉시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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