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준학 오라클벤처투자 사장 인터뷰
"기술 기반 초기 기업에 집중"
"투자대상 기업 업력 제한 등 규제 개선돼야"
최근 서울 강남구 오라클벤처투자 사무실에서 만난 배준학 사장은 "다른 금융업과 달리 VC는 산업 발전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분야"라며 VC 업에 대한 강한 애정을 드러냈다.
오라클벤처투자는 마그나인베스트먼트와 한국기술투자 등에서 대표를 역임한 김세현 대표가 2021년 설립한 회사다. 대부분의 임직원이 주주인 파트너십 체제다. 운용자산(AUM)은 현재 720억원 규모이며, 최근 '경북·전남 지역혁신 벤처펀드' GP(운용사)로 선정돼 총 900억원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배 사장은 "오라클벤처투자는 테크 기반의 초기 기업을 사랑하는 투자사"라며 "시리즈 B~C에 투자해서 2년 만에 회수(엑시트)하는 것은 확률적으로 안전할 수 있지만, 스타트업이 실제로 돈이 가장 모자라는 시기는 이보다 앞 단계다. 회사의 전략적 성공만 좇기보단, 앞선 단계에서 스타트업을 믿고 투자해야 벤처 업계 전체가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프라이싱·리스크 관리·소통이 핵심"
배 사장은 연세대와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전문대학원(MBA)을 졸업했고 현재는 강원대에서 약학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30년간 증권사, 헤지펀드, 자산운용사 등에서 활동한 그가 VC 업계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은 2016년 마그나인베스트먼트에 부사장으로 근무하면서부터다.
그는 "50대라는 비교적 늦은 나이에 들어온 만큼, 남들보다 주어진 시간이 적다고 생각해 주 60~80시간 일했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배 사장은 디앤디파마텍 , 쓰리빌리언 , 에이비온 등 굵직한 투자 이력을 확보했다. 지난해엔 마그나인베스트먼트에서 호흡을 맞춘 김 대표의 제의로 오라클벤처투자에 합류했다.
구체적인 투자 전략에 대해 배 사장은 "모든 투자는 '프라이싱'의 싸움이다. 삼성전자 를 9만원에 산 것과 5만원에 산 것이 다르듯, 밸류에이션(기업가치 대비 주가 수준) 평가가 중요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음으로는 '리스크 관리'다. 여러 벤처기업들이 조직 체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경우가 많아 위험 대응에 취약한 곳이 많다"며 "단순한 투자를 넘어, 기업이 성공할 수 있는 문화를 심어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 점에서 투자사와 벤처회사 간 지속적인 의사소통도 중요하다"고 했다.
"낡은 규제가 초기 투자 발목 잡아"
벤처투자 시장 진단에 대해 배 사장은 "박근혜 정부가 창조경제 등을 통해 갈아놓은 옥토에 문재인 정부가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며 벤처투자 호황기가 이어졌다"며 "하지만 윤석열 정부에선 연구개발(R&D) 자금이 줄어들면서 30대 포닥(박사 후 연구원)은 해외로 떠났고, 해외에서 인정받는 연구도 중단돼야 했다. 이재명 정부는 자갈밭을 다시 옥토로 만들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고 출발했다"고 분석했다.
또한 "한국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사)을 떠올려 보면 테크 기업이 없고, 대부분 유통·서비스 기업"이라며 "기초기술이 발전해야 그 위에서 새로운 사업을 쌓아 올릴 수 있는데, 한국은 기초기술이 사라지니까 기존 기술이나 서비스를 조합하는 비즈니스모델(BM) 기반 창업이 많다"고 짚었다.
벤처 업계 발전을 위한 과제로는 '투자 대상 업력 규제' 개선을 꼽았다. 그는 "기업들이 설립 후 상장하는데 평균 12년 정도 걸린다. 그런데 초기기업을 3년, 벤처기업을 7년으로 묶어둬 7년이 지나면 VC가 후속 투자할 방법이 없다"며 "3·7년 규제는 5·10년으로 바꾸거나 아예 없애거나, '운용사가 이미 투자한 포트폴리오에 대한 후속 투자는 예외로 한다'는 단서 조항을 붙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대형 펀드보다는 200억~300억원 이하 펀드를 더 많이 만들어야 초기 투자가 살아날 수 있다"며 "1000억원짜리 10개보다는 200억원짜리 50개가 나오는 게 좋다는 의미다. 투자자가 더 많아져야 좋은 스타트업도 더 많이 발굴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배 사장은 "벤처 투자 시장이 살아나려면 기업공개(IPO) 대주주 지분율 완화, 민간 출자자(LP) 세제 혜택, 지방 창조경제혁신센터 활성화 등 시스템 전반의 개선도 필요하다"며 "VC나 기업 한두 곳이 잘 되는 게 아니라, 오래 지속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정부 개입도 줄고 민간 투자 규모도 더 확대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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