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열차 30회, 일반열차 37회
폭염 지연은 보상 의무 없어
온도 낮추는 살수장치 '무용지물'
고속열차를 이용해 지방에서 서울로 출근하는 직장인 A씨는 최근 예상치 못하게 지각하고 말았다. 평소와 같이 역에 도착했지만 폭염으로 선로가 달아올라 열차가 20분 늦게 도착한 탓이다. A씨는 "이번 일을 계기로 여름에는 혹시 모를 지연 사태에 대비해 평소보다 30~40분은 일찍 출근하고 있다"고 했다.
폭염으로 인한 열차 지연 건수가 올해 들어 폭증하면서 승객들의 불편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폭염은 자연재해로 분류되면서 지연 보상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22일 윤종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한국철도공사(코레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폭염으로 인한 열차 지연 건수는 지난해 6~9월 단 1건도 없었지만 올해의 경우 7월에만 67건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집계는 고속열차 5분, 일반열차 10분 이상 지연된 사례 가운데 지연 사유에 폭염이 5분 이상 포함된 건을 기준으로 했다.
폭염 기간에는 선로 온도 상승으로 인해 선로가 변형될 수 있어 열차 운행 속도를 줄여야 한다. 고속열차는 자갈 도상 구간과 콘크리트 구간의 선로 온도가 각각 55도 이상 64도 미만, 65도 이상 68도 미만일 때 시속 230㎞ 이하로 운행해야 한다. 자갈 도상 구간 선로의 온도가 64도 이상이거나 콘크리트 구간 선로의 온도가 74도 이상일 경우 열차 운행을 멈춰야 한다. 일반열차는 선로 온도가 60도 이상 64도 미만일 때 시속 60㎞ 이하로 서행하고 선로 온도가 64도를 넘을 때 운행을 중단한다.
고속열차는 지난달에만 30회 지연됐으며 총 지연 시간은 4시간25분이었다. 지연 사례는 가좌~수색 구간(9회)에서 가장 많이 발생했다. 이 중 지난달 8일 부산에서 행신으로 가는 고속열차의 지연 시간이 20분으로 가장 길었다. 같은 기간 일반열차는 37회 예정보다 늦게 도착했고 총 지연 시간은 6시간26분이었다. 특히 안양~성균관대 구간에서 21회 지연됐으며, 최장 지연 시간은 19분으로 지난달 26일 목포에서 용산으로 향하던 일반열차였다.
지연 사태가 잦아지면서 승객들 사이에서는 지연 보상을 해달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여객운송약관 제15조는 열차 지연 보상 규정을 담고 있지만 폭염 등 자연재해로 인한 지연에는 예외가 적용된다. 지연을 최소화할 대책은 제대로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한국철도공사는 선로 온도가 48도 이상일 때 물을 뿌리는 자동살수장치를 2019년부터 올해까지 457곳에 설치했고, 향후 142곳에도 추가 배치할 계획이다.
윤 의원은 "폭염으로 열차가 늦게 도착하면 그만큼 승객들은 불편을 겪고 이에 따른 보상을 받을 수도 없다"며 "열차 지연이 잦아지는 상황에서 승객들이 보상받을 수 있도록 조치하거나 지연을 최소화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승욱 기자 ty161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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