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상석 앉고 유럽 정상들은 의자에 나란히
백악관, '힘을 통한 평화' 강조했지만
유럽 언론 "굴욕적 장면" 비판
미 백악관이 공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유럽 정상들의 다자 회담 사진이 논란을 낳고 있다. 사진 속 트럼프 대통령은 홀로 상석에 앉아 있고, 다른 정상들은 책상조차 없는 의자에 줄지어 앉아 있어 유럽에서는 "굴욕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트럼프 홀로 상석, 유럽 정상들은 둘러앉아
20일(현지시간) 백악관은 공식 엑스(X·옛 트위터)에 집무실 책상에 앉아 있는 트럼프 대통령을 바라보고 책상 없는 의자에 나란히 앉아 있는 유럽 정상들의 사진을 게시했다. 사진에는 '힘을 통한 평화(Peace through strength)' 문구를 넣었다. 게시물에는 "트럼프 대통령은 평화의 대통령"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문제가 된 것은 바로 자리 배치다. 해당 자리 배치가 그동안의 외교 관례에는 어긋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다수의 국가 정상이 모이면 어느 누구도 상석을 차지하지 않도록 '원형 테이블' 등에 앉는 것이 관례다. 모든 정상들이 대등한 위치에서 발언권을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이번 사진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집무실 책상에 앉아 '상석'을 차지한 모습으로 연출되면서 다른 정상들이 마치 대통령을 향해 줄지어 보고 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 또 다른 사진에서는 일부 유럽 정상들이 그의 발언을 받아 적는 모습까지 포착돼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수강생들 같다"는 비판이 나왔다.
유럽 현지 여론 들썩… 英매체 "트럼프가 학생들 꾸짖는 것처럼 보여"
유럽에선 "굴욕적"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영국의 인디펜던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말썽꾸러기 학생들을 꾸짖는 것처럼 보인다"며 현지 온라인 반응을 전했다. 이 밖에 "숨 막힐 정도로 모욕적인 장면" "무례한 상황에 유럽 정상들이 동의한 것인지 궁금하다" "정말 자기중심적이다" "트럼프 혼자 권위적으로 앉아있네" "너무 부끄럽다"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특히 이 장면은 2018년 G7 정상회의 당시 독일의 메르켈 총리 등이 트럼프 대통령과 대치하던 사진과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는 점에서 더 주목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유럽의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준다"는 평가도 나온다.
서지영 기자 zo2zo2zo2@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