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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식·김혜연의 AHA]"AI뱅킹, 단순 기술변화 아닌 새 패러다임 만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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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석창규 웹케시그룹 회장
AI 에이전트 기반 금융 서비스 개발 중
기존 인터넷뱅킹보다 훨씬 단순·직관적
과거엔 시스템 구축에 수백명 필요했다면
이젠 소규모로도 가능, 비용은 20% 수준
금융데이터 학습한 AI, 더 정교한 금융 실현

편집자주아시아경제는 나날이 발전하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예술창작 분야에 어떤 변화를 일으킬지, '사람'은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지를 공학자와 예술인의 관점에서 고찰해 보기로 했습니다. 이에 따라 매월 한 차례씩 김대식 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와 김혜연 안무가(여니스트 대표)가 예술창작인과 대담하거나 작품에 관해 토론하는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코너 제목에 들어가는 'AHA'는 'AI, Human & Art'를 뜻합니다. 생성형 AI의 미래를 누구보다 뜨겁게 탐구하는 김대식 교수, 생성형 AI와 무용을 과감하게 접목하고 있는 김혜연 안무가를 통해 AI와 사람, 그리고 예술이라는 묵직한 화두에 한 걸음 더 다가가 보시기를 기대합니다.

석창규 회장은 1999년 웹케시그룹을 창업한 이래 국내 최초 편의점 현금입출금기(ATM), 기업 인터넷뱅킹, 가상계좌, 기업 자금관리, 연구비·공공 재정관리 시스템 등을 잇달아 선보이며 B2B(기업 간 거래) 핀테크 산업의 틀을 만들어간 기업가다. 웹케시그룹을 시스템통합(SI) 중심 구조에서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기반 솔루션 기업으로 과감하게 전환하면서 '버리자·빼자·바꾸자'라는 경영 전략을 실천해 경리나라, 인하우스뱅크, 브랜치 등의 핵심 서비스를 키워낸 주역이기도 하다. 캄보디아에서는 매년 상위 3% IT 인재들을 양성하며 사회적 역할과 글로벌 확장을 동시에 해나가고 있다. 지난 4일 서울 영등포구 웹케시그룹 본사에서 석 회장을 만났다.



석창규 웹케시그룹 회장이 지난 4일 서울 영등포구 웹케시본사에서 김대식 카이스트 교수, 김혜연 안무가와 대담 하고 있다. 강진형 기자

석창규 웹케시그룹 회장이 지난 4일 서울 영등포구 웹케시본사에서 김대식 카이스트 교수, 김혜연 안무가와 대담 하고 있다. 강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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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단히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은행원 출신입니다. 1988년 국민은행에 입사해 전자금융 아키텍처 설계를 담당하다가 이후 동남은행과 부산은행을 거쳤어요. 그리고 약 일 년 후 국내 최초의 인터넷뱅킹이 오픈된 날을 끝으로 사표를 던졌습니다. 그만큼 TCP/IP 기반의 금융 서비스는 저에게 엄청난 혁신으로 다가왔고 은행 안에서만 머물 수는 없다는 확신이 생겼어요. 웹케시는 그 혁신에서 출발했습니다.

지금은 B2B 핀테크 분야에서 기업과 공공기관의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국내 1위 데이터 사업자인 쿠콘, 경비·복지 관리 SaaS 플랫폼인 비즈플레이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습니다. 편의점 ATM처럼 생활 속에 스며든 서비스들이 사실 저희가 처음 만들어낸 혁신이에요. 당시 ATM 설치·운영 비용을 8분의 1 수준으로 낮추고, 작은 화면 대신 대형 스크린으로 바꾸며 통신 자동 다운로드 방식을 도입했는데, 지금 전 세계 ATM이 큰 화면으로 바뀐 계기가 바로 그때의 도전이었습니다.
 창업 당시(1999년) 상황은 어땠나요. 어떤 도전이 있었나요.
 가장 힘든 시기였습니다. 1997년 외환위기의 여파가 여전했고, 인터넷도 대중화되기 전이었죠. 아마존이 1996년, 구글이 1998년에 막 설립된 시점이었으니 얼마나 초창기였는지 알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저는 TCP/IP라는 기술이 가져올 혁신을 은행 안에서 이미 경험했습니다. 기존에는 한 기업과 통신선을 연결해 정보를 주고받는 데 한 달 이상 걸렸습니다.

그런데 랜선을 꽂자마자 정보가 오가는 세상이 열린 겁니다. 그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어요. 모뎀의 삐삐 소리를 듣던 시대에서, 바로 연결되는 세상으로 넘어가는 순간, 저는 "앞으로 금융은 완전히 바뀐다"고 확신했습니다. 그래서 창업을 결심했고, 실제로 가상계좌, 증권·카드 출금 같은 서비스가 TCP/IP 기반으로 빠르게 확산했습니다.
김대식 카이스트 교수(왼쪽)과 석창규 웹케시그룹 회장

김대식 카이스트 교수(왼쪽)과 석창규 웹케시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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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행원에서 창업자로 전환하는 과정은 어땠나요.
 저는 은행원이라기보다는 기술자에 가까웠습니다. 은행 안에서 전자금융을 다뤘기 때문에 '밖으로 나오면 다 내 세상일 것'이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1년 만에 그게 착각이었다는 걸 알았습니다. 세상은 녹록지 않았습니다. 2년이 지나자 직원 월급도 못 주는 상황이 됐습니다. 제 카드로 직원들 생활을 버텨준 적도 있었고, 2년6개월이 지나자 빚만 쌓여 갔습니다. 기술을 인정받아 투자를 받을 때는 좋았는데, 이익이 안 나니 그 빚이 짐이 되더군요. 사실 그때는 '이제 그만둘까'라는 생각도 했지만 이미 너무 깊이 들어와 있어서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창업은 멋지게 시작했지만, 현실은 버티기의 연속이었습니다.
 언제부터 확신이 들었나요.
15년쯤 지나서야 확신이 생겼습니다. 나폴레옹이 정복하듯 목표를 향해 달려가면 정복지가 아니라 새로운 산이 기다리고 있듯이 늘 도전만 반복됐습니다. 그렇게 10년이 흘렀습니다. 처음에는 SI 사업에 집중했는데, 시간이 지나며 그것이 답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SaaS 사업으로 전환했고 전략을 '버리자, 빼자, 바꾸자'로 정리했습니다. 고객이 사랑하지 않는 건 버리고, 미래가 없는 건 빼고, 고객이 예뻐하는 서비스로 바꾸니 회사가 다시 살아났습니다. 그때 비로소 '우리가 제대로 가고 있다'는 감각이 찾아왔습니다. 이는 1999년부터 2015년까지 적자와 흑자를 오가던 웹케시그룹이 300억~4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는 회사로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이자 확신의 방법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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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공지능(AI) 시대, B2B 핀테크(금융+기술)에서의 활용 방향은 어떻게 보고 계신가요.
 저는 AI를 혁명이 아니라 '시대의 흐름'이라고 봅니다. 혁명은 기존 기득권이 무너지고 자리가 바뀌는 거죠. 지금이 바로 그런 과정입니다. 중요한 건 '모든 직원이 직접 AI 툴을 쓰는가, 관심이 있는가'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저희는 내부적으로 이미 AI 전환을 시작했습니다. 직원들에게 '이것 말고는 하지 마라'라는 프로젝트를 주었고, 수백 개 매뉴얼로 운영되던 복잡한 시스템을 자연어 기반 챗봇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만들게 했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직원들이 큰 자신감을 얻었고, 회사 전체적으로도 'AI는 이미 현실적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최근에는 이를 구체적으로 적용해 인터넷뱅킹·스마트뱅킹보다 훨씬 단순하고 직관적인 AI 에이전트 기반 금융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인터넷뱅킹 시스템 구축에 수백 명의 인력이 필요했다면 현재는 소규모 팀으로 구축이 가능하고 이에 대한 비용도 20% 수준으로 줄어듭니다. 앞으로 웹케시의 AI 에이전트 뱅킹은 기존 인터넷뱅킹 시스템을 변경하거나 수정하지 않고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것이 단순히 기술의 변화가 아니라 B2B 금융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는 과정이라고 봅니다. 더 나아가 AI가 금융 거래 데이터를 학습하고 스스로 고도화하면서, 시간이 갈수록 고객에게 더 정교하고 간편한 서비스를 제공하게 될 것입니다.
석창규 웹케시그룹 회장이 지난 4일 서울 영등포구 웹케시본사에서 김대식 카이스트 교수, 김혜연 안무가와 대담 하고 있다. 강진형 기자

석창규 웹케시그룹 회장이 지난 4일 서울 영등포구 웹케시본사에서 김대식 카이스트 교수, 김혜연 안무가와 대담 하고 있다. 강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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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영 철학을 말씀해 주신다면요.
 저는 세 가지 혁명을 늘 이야기합니다. 첫째는 산업혁명, 둘째는 TCP/IP 기반 정보혁명, 그리고 지금의 AI 혁명입니다. 이 세 흐름은 인간 사회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꿨습니다. AI 시대의 경영자는 '디테일한 전략'과 '수평적 조직'을 동시에 만들어야 합니다. 일부 직원이 AI에 익숙하지 않다고 버려두면 안 됩니다. "너는 안 해도 된다"가 아니라 전략적으로 함께 이끌어야 합니다. 경영자가 너무 똑똑해서 작은 박스 안에 갇히면 회사는 성장하지 못합니다. 직원들의 역량을 파악하고 목표를 유연하게 정해주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강조하시는 사회공헌 활동이 있으신데요.
 저는 한국에서 많은 은혜를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세금을 더 내는 것도, 사회에 기부하는 것도 당연한 일입니다. 그 일환으로 우연히 그러나 운명처럼 캄보디아에 교육투자를 시작했습니다. 2013년, 캄보디아 젊은이들이 대학을 나와도 꿈이 없다는 걸 보았습니다. "외국계 기업 운전기사가 되고 싶다"는 게 그들의 꿈이었죠. 그 이야기를 듣고부터 상위 3%를 뽑아 소프트웨어 교육을 시작했습니다.

한때는 한 해 졸업하는 학생들 수의 대부분이 저희가 운영하는 교육기관에 지원할 만큼 열기가 뜨거웠습니다. 지금은 한국 IT 기업들이 캄보디아에 진출할 때 저희 인재들이 허리를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저는 사회공헌을 숙제처럼 하지 않습니다. 진심으로 즐겁고 행복합니다. 매해 졸업식을 참석해서 친구들을 볼 때면 저도 모르게 눈물이 글썽거리고, 더 돕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받는 행복은 점점 줄지만, 주는 행복은 늘어난다는 것을 생각하게 되고 이런 측면에서 사회공헌은 지속적이어야만 힘이 생깁니다. 또 다른 기업들도 이러한 방식의 공헌들이 이어지길 기대해보기도 합니다.


석창규 웹케시그룹 회장

석창규 웹케시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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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업과 경영을 돌아보며, AI시대 청년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으신가요.
 창업 초기들 돌이켜보면 후회했던 적도 있지만 지금 돌아보면 '무조건해야 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창업은 실패해도 배우고, 성공하면 더 배웁니다. 제가 늘 하는 말이 있습니다. 스타트업은 잘하는 것 하나에 집중해야 한다는 겁니다. 메뉴가 많은 식당보다 생선구이 하나로 승부하는 집이 오래 갑니다. 하고 싶은 게 많더라도 냉철하게 시장과 맞는 단 하나를 선택해 집중해야 합니다. 그것이 10배 성장을 만드는 힘입니다.

청년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은 단순합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실천하라는 겁니다. 혁신은 모방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실천하는 사람에게만 길이 열립니다.

김대식 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김혜연 안무가 여니스트 대표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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