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율주행 기술로 자율주행 테스트
"우리 기업 기술 자립도 떨어지게 될 것"
중국 '로보택시'의 테스트베드가 된 서울 강남이 국내 주행정보가 중국으로 빠져나가는 통로가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주행데이터에는 교통신호, 차량속도, 도로상황, 교통사고 등이 담겨 있는데, 중국 자율주행업체가 우리나라 수도 서울 한복판에서 테스트하면서 핵심지역 교통정보를 고스란히 가져갈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차원에서 경쟁해야 하는 국내 자율주행 기업들은 국산 기술이 꽃을 피우기도 전에 시장을 뺏길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또 택시업계 눈치로 투자금 확보도 쉽지 않아 이중고에 직면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선 로보택시 사업이 과거 택시업계 반발로 도입이 무산된 '타다' 사태의 재연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한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국판 웨이모'로 알려진 '포니.AI'의 로보택시는 강남대로 한복판에서 자율주행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시범적으로 4대를 운영하는데 3대는 강남구 일대 자율주행 자동차 시범운행지구에서 주행 데이터를 쌓고 있으며 1대는 고정밀지도 구축이나 지형 데이터 수집 등에 활용하고 있다.
자율주행 업계 관계자는 "자율주행 차량은 도로 위를 자유롭게 이동하면서 해당 장소나 환경, 주변 사람에 대한 정보를 자세하게 수집할 수 있다"며 "해외로 주행 데이터를 직접 전송해 기술 개발과 운영 사업을 수행할 경우 데이터가 어떻게 활용되는지 국가적 차원에서 관리가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물이나 사람을 흐릿하게 '블러' 처리를 하더라도 이를 악용할 여지가 있다는 우려다.
개인 정보와 달리 주행 데이터의 국외 반출은 별다른 규제가 없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국외반출 금지하는 건 개인정보 관련 데이터로, 주행데이터는 별도 규정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사람 어떻게 이동하는지, 아이나 할머니가 어떤 속도로 걷는지 등이 주행데이터에 포함되는데 사람이 지나갈 경우 카메라에 찍히는 개인정보를 흐릿하게 처리하면 비식별화돼 개인정보가 아니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면허를 발급할 때 개인정보 비식별화 기술이 있는지만 평가하는 것이다. 포니.AI는 국내 기업 포니링크를 통해 지난해 12월 국토부에서 자율주행 임시운행 허가를 받은 상태다.
국내 관련업계에선 강남이 중국기업의 테스트베드가 된 것 자체를 우려하고 있다. 강남역을 중심으로 구역별 차선이나 교통신호 체계가 잘 정리돼 있으며 차량뿐만 아니라 인구 이동이 많다.
특히 빌딩에서 반사되는 빛이 도로에 강하게 내리쬐는데 자율주행 차에 탑재된 카메라나 레이더, 라이다와 같은 센서들의 성능을 오히려 높일 수 있는 조건이 된다. 자율주행 테스트의 최적 지역인 만큼 양질의 데이터를 확보하고 데이터를 축적할수록 포니.AI의 자율주행 기술은 더욱 높아져 국내 기업들은 상용화에서 더욱 밀릴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자율주행 스타트업인 오토노머스에이투지의 유민상 최고전략책임자(CSO)는 "해외 대형 로보택시 업체들은 자사 기술의 상용화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해외로 진출하는 것"이라며 "해외 업체의 한국 진출은 우리 업계에 상당히 큰 위협 요소"라고 말했다. 오토노머스에이투지도 해외 사업을 하고 있지만 주로 국가 단위 스마트시티 사업에 참여해 중국 기업의 국내 진출과는 결이 다르다는 입장이다.
중국 기업의 국내 침공은 더욱 거셀 전망이다. 미국 웨이모에 이어 글로벌 자율주행 2위인 중국 바이두도 국내 최대 모빌리티 플렛폼인 카카오모빌리티와 국내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바이두는 자율주행 기술 '아폴로 고'를 앞세워 중국 내에서 로보택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택시 호출 애플리케이션(앱) '카카오T'를 보유한 카카오모빌리티가 로보택시 서비스를 시작하는 순간 국내 로보택시 시장을 순식간에 잠식할 것으로 본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주행 데이터의 국외 이전을 막고 국내 기업의 운신의 폭을 넓혀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중국 자율주행 기술은 우리보다 3~4년 앞서 있다"며 "해외 기술을 가져다 쓸수록 종속 관계로 변하고 우리 기업과 기술은 자립도가 떨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전영주 기자 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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