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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만원으로 시작해 300억 회사로 성장…"깐깐한 한국 엄마들 피드백 덕분"[파워K우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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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여서 '케이'라 지었는데 '코리아' 의미 붙어
2천만원으로 시작…이젠 출산 유아용품 인지도 1위
'작은 차이'가 중요…고객 의견 제품에 적극 반영
18개국 수출…중국부터 두바이까지 매달 동분서주

"왜 아기를 위한 지퍼백은 없지?"


국내에 이렇다 할 유아용품 전문기업이 없던 시절 엄마들은 입소문이 난 미국이나 일본산 제품을 구입하곤 했다. 아기를 위한 제대로 된 지퍼백조차 없던 때였다. 육아를 하던 평범한 여성 직장인은 창업자금 2000만원으로 '아기용 지퍼백'을 개발했다. 각종 유아용품을 깔끔하게 담을 수 있고 밑면이 있어 물건을 세워놓을 수 있는 손잡이 달린 지퍼백이다. 그 제품이 소위 대박이 나면서 15년이 지난 지금은 다양한 라인업으로 확장해 연매출액 300억원을 찍는 어엿한 중소기업이 됐다. 김민정 마더케이 대표의 이야기다. 마더케이는 'K유아용품'의 대명사로 불리며 임신·출산·육아 전방위로 확장하면서 혁신적인 디자인과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김민정 마더케이 대표가 경기 성남 마더케이 본사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강진형 기자

김민정 마더케이 대표가 경기 성남 마더케이 본사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강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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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년간 직장 생활을 하다가 유아용품 사업을 결심했다.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나.

▲2009년 출산한 뒤 아이를 키우면서 실생활에서 "왜 아기를 위한 지퍼백은 없지?"라는 물음이 생겼다. 그 당시에는 부엌에서 쓰는 획일화된 사이즈의 지퍼백밖에 없었다. 그래서 밑면이 탄탄하게 받쳐주고 손잡이도 달린, 다양한 사이즈의 지퍼백을 고안했다. 처음에는 새로운 디자인의 지퍼백 생산을 할 공장이 없어서 고생했는데, 계속 발품을 팔다가 한 공장에서 "딸처럼 보이니 만들어주겠다"고 승낙한 게 시작이었다. 그리고 그때는 엄마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난 미국, 일본산 유아용품을 쓰던 시절이었다. 해외에서도 알아주는 한국 유아용품 브랜드로 성장시키고 싶었다. 고작 2000만원으로 시작한 사업인데 지난해 연매출 300억원을 달성해 감개무량하다. 성이 김씨여서 사명에 '케이(K)'를 넣은 것인데 이제는 '코리아(Korea)'라고 생각해주는 분들이 많아졌다(웃음).


-사업을 운영하는데 있어서 가장 주안점을 두는 부분은.


▲지금도 육아맘들이 조금이라도 편리해지는 부분을 찾는다. 그건 아주 작은 차이다. 그 작은 차이를 제품에 어떻게 적용할지를 끊임없이 고민한다. 예컨대 아이와 함께 외출하려면 이것저것 짐이 많은데 아기 식기 세트라도 콤팩트하게 디자인하고 싶었다. 그래서 3단 도시락처럼 위로 쌓는 형태로 부피는 줄이고 간편하게 수납하는 식기 세트를 개발했다. 사내 직원들도 좋은 아이디어를 많이 내준다. 육아 스타일이 각자 다르기 때문에 의견도 다양하다. 또한 아무리 바빠도 매주 월요일 오전 10시마다 꼭 참석하는 회의가 있다. 바로 고객 피드백을 점검하는 CS(Customer Service) 회의다. 우리 제품을 파는 e커머스 사이트별로 등록된 고객 리뷰를 한꺼번에 끌어와서 점검한다. 불만이나 건의 사항 등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제품에 반영하려고 노력한다. 한국 엄마들의 깐깐한 피드백 덕분에 제품이 개선되고 있다. 마더케이와 협업하는 중국 공장 대표들도 "한국 엄마들이 요구 조건이 많아서 덩달아 발전이 된다"고 말할 정도다.

-단순히 유아용품을 파는 것이 아닌, 엄마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비결이 있다면.


▲고객들을 대상으로 마더케이 서포터즈 활동을 벌이는 '슈퍼 마더케이'를 운영 중이다. 육아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고 의논할 수 있는 '육아 동지'를 만들어주겠다는 목적이었다. 비슷한 시기에 아기를 키우는 사람들끼리 같이 고민하고 의논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넉 달 활동하는 한 기수당 30여명을 뽑는데 보통 300~400명이 지원을 한다. 현재 9기째 운영 중이다. 직장에서 마케터나 콘텐츠 분야에서 일하던 분들은 누구보다 전문가처럼 활동해 깜짝 놀랄 정도다. 활동을 마치면 '아이 낳고 집에서도 무언가 할 수 있다는 성취감과 보람을 느꼈다'고 소감을 전하곤 한다. 그 외에 '멘토리'라는 애플리케이션(앱)을 운영 중이다. 아동 심리상담가, 영양사, 의사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임신·육아 정보를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엄마들은 육아에 필요한 정보를 보통 온라인 카페나 챗GPT, 주변 지인들에게 물어보는데 이 앱에서 한 번에 해결하길 바랐다. 앱에 오래 머무를수록 우리 브랜드가 친숙해지는 효과도 있다. 이처럼 브랜드에 공을 들인 점도 주효했다. 현재 총 6개 브랜드를 운영 중인데 저마다 디자인과 방향성, 아이덴티티가 다르다. 브랜드를 자식처럼 키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민정 마더케이 대표가 경기 성남 마더케이 본사에서 진행된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다양한 자사 제품을 소개하고 10여년 간의 사업 이야기를 하고 있다. 강진형 기자

김민정 마더케이 대표가 경기 성남 마더케이 본사에서 진행된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다양한 자사 제품을 소개하고 10여년 간의 사업 이야기를 하고 있다. 강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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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케이는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를 3% 이상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등 연구개발에 공을 많이 들이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마더케이의 슬로건은 '엄마의 행복을 위한 새로운 생각'이다. 새로운 생각을 하기 위해선 연구개발이 필수적이다. 예를 들어 아기가 잠을 못 자고 울 때 이유를 몰라 난감한 경우가 많은데, 상당수는 체온이 높아서 우는 것이다. 태열이 나면 에어컨 24도로 맞춰야 할 만큼 실내 기온을 낮춰줄 필요가 있다. 일반 성인보다 발열량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기용 바디 필로우를 제작할 때 일반 면이 아닌 차가운 특수 통기성 소재를 사용했다. 제품 출시 이후 '신기하게도 아기가 너무 잘 자요'라는 긍정적인 반응이 나왔을 때 뿌듯했다.


-마더케이 제품이 해외 시장에서 얼마나 호응을 얻고 있는지 궁금하다.


▲대만,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국가에서 가장 반응이 좋다. 리투아니아에도 고객들이 있을 만큼 국경을 초월해 사업을 하고 있다. 18개국에 수출을 하며 연 40억원 매출을 내고 있다. e커머스 플랫폼은 주로 아마존을 이용한다. 한국 제품이라고 하면 믿고 사는 충성 고객들도 많다. 한 달에 한 번 이상은 중국에 가서 생산라인을 점검하고, 최근에는 두바이와 일본에서 열리는 유아용품 전시회도 참석했다. 집중적으로 판매를 하거나 새로운 시장을 뚫어야 할 때도 있어 출장을 자주 다니는 편이다.


김민정 마더케이 대표. 강진형 기자

김민정 마더케이 대표. 강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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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가이자 엄마로서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려면 일과 생활의 균형을 맞추기 쉽지 않을 것 같다.


▲아이를 기르며 사업을 한다는 건 친정 부모님의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지금은 아이가 고등학생이 됐지만 사업 초반 아이가 유치원생이었던 시절에 이런 에피소드가 있었다. 당시에 유치원에 아이를 매일 데려다주고 출근을 했는데, 어느 날 선생님이 알림장에 '실내화가 작아졌는데 왜 안 바꿔주시나요'라고 쓴 글을 봤다. 그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지더라. 아이도 엄마가 바쁜 걸 알아서인지 실내화를 사달라는 말을 못했던 것 같다. 아이가 유치원에 있는 동안 새 실내화를 사서 신발장에 넣어줬다. 너무 미안하고 속상했던 기억이다. 지금도 주변에서 육아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다. 가끔씩 "아이를 맡길 곳이 없다"며 퇴사하는 직원들이 있는데, 육아 부담을 줄일 실질적인 정책이 나왔으면 한다. 저출생 문제를 해결한다고 아기 낳으면 단순히 지원금을 주는 정책은 다소 근시안적이라고 본다.


-아이를 키우며 고군분투하고 있는 육아맘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사실 육아는 매 순간순간 힘들 수밖에 없다. 아동, 청소년이 됐다고 해서 끝나는 게 아니다. 성장 시기별로 고민이 달라지고 '우리 엄마도 나를 이렇게 힘들게 키웠겠구나'라는 생각도 든다. 아마 아이를 낳지 않았다면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도 이런 과정 속에서 하나하나 배우는 거라고 생각한다. 마냥 힘든 게 아니라, 힘들지만 하루하루를 잘 지내는 게 쌓여서 그게 내 자녀한테도 전해질 것이다. 육아하는 매일이 힘들겠지만 그걸 생각해서 힘차게 살아가면 좋겠다.

▶김민정 마더케이 대표는
1977년생으로 숙명여대에서 불어불문학과 법학을 전공했다. 10여년간 기업에서 라이선싱, 마케팅, 브랜딩 등 다양한 업무 경험을 쌓다가 2010년 마더케이를 설립했다. 국내 유아용품 최초로 아기를 위한 지퍼백을 개발해 좋은 반응을 얻은 게 출발점이 됐다. 현재는 생활용품, 침구류, 가공식품까지 라인업별로 총 6개 브랜드를 선보이고 450여개 제품을 출시했다. 지난해 매출액 300억원을 기록하는 등 해마다 매출은 성장하고 있다. 국내 출산·유아용품 브랜드 인지도 1위를 넘어서 2016년에는 중국 법인을 설립했고 지금은 해외 18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마더케이의 모토는 '엄마의 행복을 위한 새로운 생각'이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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